비봉내의 메아리 #51
고향생각
#48
새 런닝구, 시내 건너편으로 보내기
우리 동네, 멱감는 데는 물문재 벼랑 아래다. 그곳으로 곤양천이 흘러 지나간다. 위쪽을 가스나바위, 아래쪽을 머스마바위라고 불렀다. 목욕탕으로 치면 여탕, 남탕과 같다.
오후 내내 머스마바위 앞 시냇물에서 멱감기를 하다 지치면 모래사장에서 놀았다. 물놀이도 모래사장도 시들해지면 그 때가 집으로 가는 때다.
그때 우리 동네 종우형은 건너편 바위로 헤엄쳐 건너가, 다시 바위 뒤쪽의 가파른 대밭을 가로질러 갔다. 마치 다람쥐 같았다. 아니 축지법을 쓰는 도사 같았다. 그것도 발가벗은 채 한 손에는 자기 옷을 물밖으로 쳐들고 또 한손과 두 발로 헤엄쳐 가는 모습이라니.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 무자수(물뱀)처럼 우아했다.
내 개헤엄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옷을 한손에 쳐들고 다른 한손으로 어떻게 헤엄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종우형처럼 시내를 가로 질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어떡하면 벗은 옷이 물에 젖지 않게 하여 건너편 바위까지 옮길 수 있을까?
궁리 끝에 묘수가 생각났다.
먼저 주먹만한 돌멩이에다 런닝구를 돌돌 말았다. 그런 다음, 물 속에서 건너편으로 힘껏 던졌다.
런닝구 뭉치가 비탈진 바위에 가까스로 멈췄던 것이다.
앗싸! 성공!
그런 다음 건너편 바위로 헤엄쳐 갔다. 런닝구 뭉치를 주워 돌멩이를 빼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새 런닝구가 마치 벌레 먹은 것처럼 전신에 구멍이 송송 나 있었다. 돌멩이를 넣은 런닝구 뭉치가 바위에 세게 박치기를 하는 바람에 바람 구멍이 송송 나고 말았던 것이다.
여름 한철의 외출복 상의는 런닝구였던 시절, 갓 장만한 외출복을 멱감기 한번으로 누더기로 만들어버렸으니.... 보나마나 그날은 어머니께 호되게 야단을 맞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