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바다 Apr 18. 2021

'행복의 기원(서원국)'을 읽고

인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행복을 느끼는가

'행복의 기원(서은국)' 책을 읽었다. 3개월 전,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제목이 흥미로워서 짚어 들었던 책이었다. 저자는 교수님이었고 덕분에 근거가 없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30년이 넘도록 연구하신 행복에 대한 자료가 가득했다. 연구자료와 같지 않게 책의 문장은 가볍고 쉬었다. 교수님이 재밌는 분이시리라 추측해봤다. 서은국 교수님이 궁금했다. 책을 읽기 전 전체적인 내용을 예측해볼 겸 유튜브를 찾아봤다. 교수님께서 '세바시'에서 강연을 한 영상이 있었다. 예상대로 유쾌하신 분이었고 나도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목차에 따라 내용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순서대로 읽다 보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행복을 느끼는가' 조금 확장해보면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가'를 알 수 있었다. 


결론은 이랬다.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었다.

반대로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행복해야 했다. 

인간은 100% 동물이고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행동들만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감정은 쾌감과 불쾌감으로 나뉜다. 이 둘은 모두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주로 '긍정적 정서'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이성과 살을 비비거나 대화를 하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때 등이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쾌감을 추구한다. 쾌감을 추구하면서 느껴지는 부산물이 바로 '행복'인 것이다. 

그렇다면 쾌감을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즉, 사람은 어떨 때 가장 행복할까? 

좋은 사람과 대화하거나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인생의 목표를 행복으로 놓고 사는 것이다. 이때, 행복을 위한 조건들을 추구하게 된다. 돈, 명예 혹은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 등 말이다. 이런 것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은 돈이 많아서 행복할 만 해'라든지 '저 사람은 참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산다' 든 지. 

그렇게 되면 나의 행복이 타인에 의해서 결정되고 평가된다.


두 번째 방법은 생존을 위한 행복을 잘 누리는 것이다. 즉, 쾌감인 '긍정적 정서'를 많이 느끼는 것이다.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적응'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그 행복은 3개월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긍정적 정서'를 많이 느낄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쾌감을 추구하면서 베짱이처럼 노는 것이 잘못됐다고 교육을 받아왔다. 특히,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될 때 쾌감을 추구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베짱이처럼 노는 것 같지만 행복할 때 창의성이 더 발휘되고 성과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다고 한다. 

내가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성과도 좋다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복의 조건들(돈, 명예 등)을 추구하는 행동과 일상의 행복 추구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하지 않은 채 일상의 쾌감에만 만족하는 일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흔히 얘기하는 자아실현,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책을 쓰고 싶다' 또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긍정적 정서가 주를 이룬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일상의 행복을 잦은 빈도로 누리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 책의 핵심을 잘 설명해주는 비유가 있다.

행복을 따뜻한 샤워에 비유한다면, 우리의 정서 시스템은 찬물과 더운물을 조절하는 꼭지가 따로 달려 있는 샤워기와 같다. 불행의 요인들을 줄이는 것은 마치 찬물 꼭지를 잠그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으로 샤워 물이 덜 차가워질 수는 있지만 더 따듯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많은 삶의 조건들은 이 샤워기의 찬물 꼭지와 비슷하다. 물을 덜 차게, 즉 삶을 덜 불편하게 만드는 효과는 크지만, 물을 뜨겁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116p)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길 바라본다. 그런 마음에서 '행복의 기원'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행복의 기원, 서은국>


프롤로그.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10p)


Chapter 1. 행복은 생각인가.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6p)


Chapter 2. 인간은 100% 동물이다

인간은 여전히 100% 동물이다. (36p)

인간도 동물인데, 이 동물은 왜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42p)


Chapter 3.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행복을 뭔가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생사가 향하는 최종 종착지로 보았다. (59p)


그러나 이 오랜 관점과 진화론은 정면 대립된다. 밀러에 의하면, 신체적 특성뿐 아니라 고차원의 정신적인 특성도 이'생존 도구'의 역할을 한다.(59p)


마음의 정신적 산물들은 사실 몸의 번성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행복감 또한 마음의 산물이다. 창의력과 마찬가지로 행복도 생존을 위한 중요한 쓰임새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은 행복 또한 생존에 필요한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60p)


Chapter 4. 동전 탐지기로 찾는 행복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76p)


Chapter 5.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극도로 사회적이며, 이 사회성 덕분에 놀라운 생존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뇌는 온통 사람 생각뿐이다. 희로애락의 원천은 대부분 '사람'이다. 또 일상의 대화를 엿들어보면 70%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97p) 


행복감을 발생시키는 우리 뇌는 이처럼 사람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사회적 경험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97p) 


Chapter 6.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외모뿐 아니라 다른 삶의 조건(건강, 돈 등)과 행복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114p)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123p)


Chapter 7. 사람쟁이 성격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 뇌는 설계되었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뇌는 사람이라는 생존 필수품과 대화하고 손잡고 사랑할 때 쾌감이라는 전구를 켜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일정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건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다. 역으로, 의무감이나 수단으로써 사람을 만나는 것은 가장 피곤한 일이 될 수 있다. (151p)


Chapter8. 한국인의 행복

행복의 중요 요건 중 하나는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는 대단한 스트레스다. (168p)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시각을 통해 매사를 판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행복마저도.(170p)


우리 사회의 결핍이 나타나는 부분은 더 이상 '경제적인 부'의 측면이 아니다. 행복과 직결된 '사회적인 부'다. 양적으로는 인간관계가 과할 정도로 차고 넘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177p)


Chapter 9.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이냐, 행복한 삶을 살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무엇이 가치 있는 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잣대가 필요하고, 많은 경우 그 잣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다. 여기서 행복은 역풍을 맞기 시작한다. 이런 사고는 쾌락적 즐거움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187p)


행복하기 위해서 쾌락주의자가 되자는 말인가? 다소 그럴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에서처럼  자신을 집단의 일부로 생각할수록 행복의 쾌락적 부분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188p)


행복한 사람들은 오랜 시간 추적한 연구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일수록 미래에 더 건강해지고, 직장에서 더 성공하며, 사회적 관계도 윤택해지고, 더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추게 된다.

'행복한 사람'의 정의는 일상에서 긍정적인 정서(기쁨 등)를 남보다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다.(189p)


가장 본질적인 쾌감은 먹을 때와 섹스할 때, 더 넓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진화의 여정에서 쾌감이라는 경험이 탄생한 이유 자체가 두 자원(생존과 번식)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190p)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191p)




책을 읽으면서 우리 부부가 행복한 객관적인 이유를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최근에 행복한 우리 부부생활의 비결을 스스로 관찰하던 중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수많은 부부의 성격과 상황이 다를 것이었다.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었다. 


(다음 편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1시간이 나를 바꾼다(이케다지에)'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