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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May 13. 2021

인생은 5분 앞도 알 수 없었다.

‘만두웃음’으로 살기

남편과 회사 인사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 부부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순환근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한 지역에 5년이상 있기가 힘들다. 덕분에 결혼해서 2년 6개월만에 벌써 이사를 3번이나 했다. 본사가 있는 경북 김천에서 대전으로, 그리고 지금은 전주로.

우리는 서울에 살고 싶었다. 서울에서 아이들을 키우기로 결정했었다. 남편은 예전부터 인사이동에 대한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왜냐하면 인사이동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주말부부를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보다 성격이 긍정적인 나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옮겨야 될 때가 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수도권에 남으리라는 포부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남편이 올해 승진시험을 봐서 합격하게 되면 인사이동을 또 겪어야 했다. 부부가 함께 수도권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른 많은 직원들도 수도권에 살고 싶어 했었기 때문에 근무지 경쟁이 치열했었다.

인사이동 이야기와 자주 세트로 같이 나오는 이야기는 한 명이라도 얼른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한 명이라도 한 곳에 정착을 하고 살아야 주말 부부를 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월급 외 수입을 만들어야 했다. 조급한 마음이 다시 올라왔다. 이 때가 처음 찾아왔던  조급한 마음을 내려 놓은지 한 달정도 된 시점이었다.

한달 전부터 치열하게 보내던 일상을 멈추고 책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즐기듯 하고 있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녔었다. 원래 월급 외 수입을 빨리 만들고 싶어서 매일 글 1개씩 올리기 등의 목표를 세웠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1개씩 쓰는 일이 쉽지 않았었고 스트레스받았었다.  

‘월급 외 수입 만들기’는 임신을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잠시 잊기로 한 문제였다. 여유롭고 편하게 지내면서 책을 출판하기 위한 기한을 두지 않았었다.


다시 찾아온 회사 그만두기 프로젝트는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신경이 곤두섰다.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을 최대한 빨리 익히고 싶었다. 책을 출판해서 돈을 버는 일은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림 학원을 더 자주 가서 실력을 빨리 늘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을 팔아서 돈을 벌면 괜찮겠다는 이야기도 남편과 나눴다. 내 실력보다 앞선 계획을 무리하게 생각하다보니 스트레스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직장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진심으로 웃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통 딴 생각으로 예민해져있었다. 업무를 빨리 끝내놓고 인스타그램에서 마켓을 여는 방법을 배워야했다. 어떻게 돈을 벌지 구상한 내용을 노트에 적기 위하여 가지고 다니는 집필노트를 펼쳤다.

구상한 내용을 끄적이기 전에 무심결에 지난 한 달간 적었던 글감들을 쭉 살펴보았다. 노트에는 여유롭게 지낼 때의 행복감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이런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누가 나한테 열심히만 살라고 했었나. 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일상에서 행복을 누릴 줄 알아야한다. 매일하던 수목원 산책이 이토록 행복할 수가 있나’


‘언젠가부터 시선이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이웃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커졌다. Turab과 영수에게 쏟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행복해졌다 감사하다. 이게 진짜 행복인 것 같다’


책쓰기도, 그림그리기도, 엄마와의 여행도 즐기면서 보냈던 생활을 떠올려봤다.  정말 정말 행복했었다. 업무를 빨리 끝내고 자기계발을 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쓰려는 판단도 없었다. 그저 내가 그 때 그 때 결정해서 쓰는 시간을 소중히 아껴주었고 마음껏 누렸었다.


‘그래, 빛나야 한 달동안 행복했어. 돈 벌려고 아둥바둥 하지말고 마음 편하게 지내자. 어차피 내가 일을 계획할지라도 시기와 때는 주님께 있잖아. 인사이동을 안하려는 것도 남편과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거잖아. 내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조급해 하면 우리 가정이 행복하지 않을꺼야. 책은 뭐 10년 안에만 1권 쓰지 뭐. 회사 잘 다니고 있고 즐기니까 행복하잖아. 주변 사람들도 더 사랑할 수 있고, 이거면 됬지’


집필노트를 보면서 마음을 진정시켰고 스트레스도 누그러졌다. 남편과 퇴근을 했다. 업무 시간에 어찌나 이런저런 돈 벌 궁리를 했었는지 머리가 지끈 거렸다. 집에서 밥을 맛있게 먹고 힘을 내야겠다 싶었다. 집에 있는 소고기 뭇국을 생각하니 군침이 돌았다. 참치와 계란후라이 그리고 파프리카를 곁들여 밥상을 나름대로 거하게 차렸다. 밥을 한숟가락 입에 넣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8505 차주 되냐고 묻는다. 주차를 하다가 내 차와 사고가 났다고 한다. 이해가 안되었다. 차를 긇었으면 긇었지 주차되어 있는 차랑 사고가 났다는게 무슨 말인가.


“네?”


“아, 그게 주차를 하다가 사고가 좀 났어요”


상대방이 말을 제대로 못하고 얼버무려서 일단 내려가겠다고 하고 끊었다. 남편과 창 밖으로 주차장을 내려다봤다. 주차장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남편과 서둘러 내려갔다.


“어떻게 저렇게 사고가 날 수 있지?”


“그러게 오빠. 어쩌다가 저렇게 된거지? 아, 나 너무 속상하다. 차 또 수리하면 상태가 좋지는 않을 텐데. 아 정말”


마음 속으로 주님께 물었다.


‘주님, 제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제가 무엇을 깨달으면 되는 걸까요?’


차량 사고를 수습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속상했고 억울했다. 상대방측 보험사의 터무니 없는 응대에 내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분한 마음까지 들었다. 주차장에서 2시간동안 쌀쌀한 날씨에 오들거리며 일을 처리했다. 저녁을 먹고 글을 한 편 쓰려던 계획은 물건너 가버렸다.  

사고를 처리한 뒤 남편과 집에 들어와서 늦은 저녁 식사를 마쳤다. 힘들어서 쇼파에 널부러졌고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정말 우리의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아”


“맞아. 주차하다가 어떻게 저렇게 사고를 낼 수가 있어 참,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오빠, 나는 이 일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싸인이라고 생각해.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가 없는게 하나도 없잖아. 우리가 이렇게 10분 앞, 아니 5분 앞도 알 수 없잖아. 근데 언제까지 얼마를 벌어야겠다며 계획을 세우고 스트레스를 받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야. 내 힘으로 사는 것보다 주님을 의지하는게 맞는거야”


“ 그렇지~ 목표를 정하고 달려가면 그 안에 갇히는 것 같아. 자유함이 없어져”


“맞아! 진짜~! 나 사실 오빠랑 토요일에 인사이동 얘기한 뒤로 계속 머리가 아팠거든. 다시 빨리 회사 그만둬야겠다는 조급함이 올라와가지고. 오늘도 회사에서 인스타그램 마켓 공구 강의 알아보고 그랬잖아“


내가 활짝 웃었다.


“와아~ 우리여보 만두 같은 웃음이 돌아왔다”


“ㅎㅎㅎ 만두 웃음? 그게 뭐야?”


“우리여보 활짝 웃을 때 만두 같이 웃는거 있어. 진짜 편할 때 나오는 웃음”


“아~ㅎㅎㅎㅎ 나 지금 너무 편해 오빠. 오늘 사무실에서 내꺼 집필노트 있잖아, 그거 펼쳐봤거든. 그런데 거기에 토요일 이전에 썼던 글들에 행복이 잔뜩 묻어 있는거야.

오빠가 방금 얘기한 ‘만두웃음’이 가득 가득 한거야~ 그래서 사실, 퇴근하면서 돈 버는 걸 목표로 정하는 일 안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우리가 주님 안에서 행복하려고 사는 건데 스트레스 받도록 목표를 조급하게 정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맞아. 주님을 신뢰합시다~”


“아멘. 주님을 신뢰해야되 정말. 오늘 차 사고는 하나님이 나한테 주신 확신이었어. 하나님을 잘 신뢰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맞다고 알려주셨어.  차 사고 난 일을 떠올리면서 인생은 5분 앞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려고”


“아~ 여보 너무 좋다. 여보, 그렇지 않아도 토요일부터 편안해 보이지가 않았어. 걱정이 가득해보였어”


“오~ 오빠 그런게 느껴져?”


“응 여보 토요일부터 웃어도 뭔가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는 모습이었어”


“아~ 맞어~ 나는 장기간 성과달성, 목표달성 이런거에 스트레스 받으면 마음이 정말 편하지가 않더라구. 단기로 시험 준비해서 합격하고 이런거는 잘하는데.

오빠는 목표 세워놓고 달려가면 힘들지 않아?”


“응 나는 좀 목표를 구체적으로 가깝게 세워놔야 게을러지지 않는 편이라서”


“달려가지 않아도 되 오빠. 오빠도 쉬면서 가”


“응 나도 하나님 안에서 평안함을 잘 유지하면 하려고”


차가 많이 찌그러져서 속상했지만 덕분에 하나님이 주신 확신을 얻었다. 우리 부부의 고민이었던 인사이동 문제 역시 하나님께 기도하면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5분 앞의 일도 모르는데 1년 뒤, 2년 뒤 일을 고민해봐야 뭐하겠나 싶었다. 주님 안에서 ‘만두웃음’이 변치 않는 한 행복한 인생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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