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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May 24. 2021

남편에게 삶의 안부 묻기

어떻게 살고 있어 오빠?

남편과 동네에 있는 호수 둘레길을 산책했다. 교회에서 하는 ‘크리스챤 베이직 성경 세미나’를 막 듣고 왔다. 천국과 구원에 대해서 배웠다. 양가 가족 중 아직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은 우리 아빠 뿐이었다. 아빠는 가족들이 교회를 다니는 걸 응원하시고 본인도 아주 가끔 교회에 나가신다. 사업하느라 바쁘셔서 교회 나가는 일을 자꾸 미루신다. 세미나를 들으면서 남편과 나 모두 아빠 생각을 많이 했었다. 둘레길을 산책 하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뭐해~~?”


“딸~~~ 아빠, 엄마랑 밤실이랑 산책 중이야~”


“저녁 먹었어 아빠~?”


“응~ 먹었지. 성은이 아저씨네랑 복어 먹었어. 아빠가 복어 껍질 좋아하잖아”


“오~ 아빠가 복어를 좋아하는구나~ 몰랐네”


“우리 딸은 뭐해? 어디야~?”


“남편이랑 우리도 산책하고 있어. 방금 교회에서 ‘크리스챤 베이직 성경 세미나’ 듣고 왔거든. 아빠, 내가 예전에 아빠만 놔두고 나만 천국가서는 못 산다고 그랬었잖아”


“어~! 응! 그랬지~”


“그런데 오늘 천국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배웠어”


“아 그래? 뭔데?”


“천국은 슬픔이 없는 곳이라서 아빠가 지옥 불구덩이에 있는걸 내가 보고도 슬픈 마음이 들지 않는데. 그게 더 슬프지 않아 아빠? 나 그 얘기 듣는데 너무 슬펐어”


“그러네. 그게 더 슬프다. 그런데 그건 맞는 말이야. 천국은 기쁨만 있는 곳이잖아”


“맞아. 아빠 그리고 목사님이 천국에 대한 있을 법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들어봐”


“으응~!”


“어떤 아빠랑 딸이 있었데. 그런데 딸이 먼저 죽은거야. 딸이 하나님을 잘 믿었는지 천국을 갔데. 아빠는 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갔지. 그러다가 아빠도 죽은거야. 아빠가 천국행과 지옥행을 선택받는 심판대 앞에 섰어. 천국 길을 바라보니까 그 끝에 딸이 서있는거야. 딸이 아빠랑 눈이 마주쳤는데 멀뚱 멀뚱 쳐다만 보더래. 아빠는 딸을 보니까 반가워서 미치겠는데 말이야. 딸은 반가워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거야. 아빠는 속이 상했지. 자기는 얼마나 딸이 보고 싶었는데 저렇게 아빠를 보고 기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러다가 아빠도 천국행으로 결정이 났어. 아빠가 심판대에서 천국 길로 발을 내딛자마자 딸이 아빠를 부르면서 반갑게 달려 오더래.

성경에는 안 나오는 이야기인데 정말 있을 법하다며 목사님이 알려 해주셨어. 진짜 그럴 것 같아. 천국에서 우리 꼭 만나야되 아빠”


“그래~ 그러자 우리딸~ 우리 가족 다 같이 천국에서 만나야지~”


“아빠 지옥에도 영생이 있데. 지옥 불에서 평생 안 죽고 괴롭게 사는거야. 아빠 교회가야되~ 알았지?”


“알았어 딸~ 아빠 교회 갈게”


그렇게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장인어른 우리 여보랑 통화할 때 목소리에 애교가 넘치시네”


“응~ 우리아빠 나한테 그렇지~호호. 우리 아빠 교회 꼭 나가면 좋겠다. 지옥문 뚜껑 위에서 살고 계신다는 비유가 참 가슴 아팠어. 으으이이긍”


“그러게. 여보가 또 기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금방 교회 나가실꺼야”


“맞아~ 고마워 오빠”


호수를 가로지른 데크길이 부드러운 모양으로 길게 놓여져 있었다. 데크 난간 손잡이 밑으로 조명이 깔려 있었다. 밤에 높은 건물에서 고속도로를 내려봤을 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환한 노란 선들이 물결치듯 구부러져 있는 모양이었다. 선선한 날씨에 아름다운 데크 길을 남편과 걸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며칠 전부터 궁금했던 걸 남편에게 물어봤다.


“오빠 요즘 어떻게 살고 있어? 사는게 어때?”


우리 부부는 보통 가정예배 때 이런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드리는 가정예배 시간이 소중한 이유였다. 최근에는 ‘가정의 달 찬양 콘서트’에 가고 또 ‘분기별 가정 성경 통독회’를 갖느라 가정예배를 못드렸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던 것 같다. 일상을 살아가는 남편의 마음과 생각이 어떤지. 왜냐하면 나 역시도 삶에 대한 생각, 기분, 그리고 태도가 매주 바뀔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잘 살고 있어. 아침마다 큐티도 잘 하고 있고”


“그렇구나. 정말 다행이다. 우리 아침에 큐티 나눔하는거 너무 좋아 오빠”


“맞아. 그런데 회사에서 일을 너무 대충하고 있긴 했어”


“아 그래~? 오빠 일이 없었던게 아니었어?”


“팀장님이 주신 오더가 계속 있긴 하지. 나랑 기계차장님이나 여러명한테 계속 오더를 주거든. 다들 안하길래 나도 그냥 버티고 있어. 이래서 연말에 고가 잘 주라고 얘기하기 민망할 것 같긴해”


“아 그래~~!? 그렇구나. 평가 받을 때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잘 할꺼야 오빠”


“고마워~ 우리 여보~”


“여보는 어때? 어떻게 살고 있어?”


“나도 잘 살고 있어. 특히, 최근에 새벽 예배 다시 나갔던게 정말 행복했어. 아침에 잠잠히 주님을 뵙고 오는게 좋더라고. 그리고 얼마 전에 오빠한테도 얘기했었는데 글을 쉽게 쓰는 방법을 알아가지고 부담이 덜어졌어. 무작정 책상에 앉아서 자판기를 두들겨야 한다고 했던거 생각나 오빠? 그렇게 하니까 주말로 미뤘던 글쓰기가 주중에도 잘 써지더라고. 책 출판이 앞당겨 질 것 같아서 좋아”


“오~ 너무 좋다. 우리여보 잘할꺼야. 여보, 여보는 그럼 저번에 얘기 한 것 처럼 부동산 임장을 토요일만 가는건 괜찮아? 주일에는 아무데도 안가고”


“응~ 그렇지. 난 임장보다 오빠가 부동산 스터디 카톡 쌓여 있는거 읽느라고 정신 없을 때가 싫은 것 같아. 정신이 없어보여서 안타까워. 특히, 걸어갈 때 잠깐씩 카톡 보는건 정말 별로야. 같이 걷고 있는데도 단절되어 있는 기분이야”


“그렇구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우리여보”


“응! 정신이 없다는게 나랑 있다가도 부동산 단톡방에 정신이 팔리는 거잖아”


“응 그렇지~ 우리여보~그동안 미안했어~ 미안해~ 앞으로 여보랑 있을 때 부동산 단체 카톡 잘 안보도록 할게”


“응~ 고마워 오빠. 오빠, 나 최근에 ‘인내’를 배워가고 있어”


“인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있었어?”

“호르몬의 변화로 생기는 기분 변화를 잘 참아내는 거야. 오빠, 수요일날 생각나?

내가 내일 생리할 것 같다고 한 날 있잖아. 그 때 오빠랑 즐겁게 놀고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기분이 별로였거든. 뭣 때문이었지? 몰라, 아무튼 오빠가 줌으로 뭐 한다고 해서 내가 조용히 있어야 되는게 불편했었나봐. 스스로 생각해봐도 특별한 이유없이 기분이 안좋은게 심상치가 않았거든. 몸도 유난히 더 피곤했었고. 그래서 생리 때문에 예민해졌나 보다 싶었어. 그래서 불평불만이 생기기 전에 꾹 참고 잘 잠들었어”


“그랬구나. 우리여보”


“다음날 일어나 보니까 역시나 기분이 괜찮아졌었어. 그래서 혼자 막 칭찬해줬었잖아. 잘 참고 잤다고. 그리고 나서 생리도 마침 딱 시작 했었어.

이번 일로 인내도 하면 되는구나 싶었지!!”


“그랬구나”


“응 그럴 때 괜히 오빠한테 투정 부려도 서로 고칠점도 안나왔을 것 같아. 생리하면 호르몬 때문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는거라서”


“비련의 여주인공?”


“응! 생리할 때 되면 꼭 내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 회사에서도 다른 과장들끼리 잘 노는 것 같으면 괜히 소외감 느꼈잖아. 호호.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한테 일이 몰리는 것 같으면 한숨쉬었잖아. ‘그래, 그렇지 뭐’, ‘왜 나한테만 이럴까’하는 생각하면서 짜증내고”


“아~ 그렇구나. 비련의 여주인공! 오늘 또 여보에 대해서 새로운걸 알았네! 좋다, 이제 생리 때 더 잘 챙겨줄게 여보”


“응응 고마워 오빠. 우리오빠 같은 남편은 세상에 없어”


“아냐~ 뭘, 부족한데”


“내 성격이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다 참아주고, 받아주고, 이해해주잖아”


“나도 우리 여보가 늘 이해해줘서 고마워. 부동산 임장 가느라고 같이 못 있을 때도 많은데 응원해줘서 고마워”


으이잉, 둘이 꼭 껴안기를 또 한 판 했다.


“여보, 나 얼마전에 믿음이랑 축가 연습했었잖아. 여보한테 길게 말을 못햇었는데 내가 그 날 30분이나 늦었었어. 부동산 임장 스터디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그랬었네”


“에고, 그랬었구나 오빠”


“응. 동생 예비 남편이랑 단 둘이 처음 만나는건데 늦어서 미안하더라고. 믿음이가 뒤에 진경이랑 약속이 있어서 결국 길게 못봤어. 코인 노래방 갔는데 14분인가 누가 남겨놓고 갔다고 그랬었잖아. 그것만 딱 부르고 왔어”


“그랬구나 오빠. 속상했겠다. 커피도 마시고 오면 좋았을텐데”


“응 그러게. 그래서 미안해서 커피 테이크아웃 해서 보냈잖아”


“에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고생했어. 언제 또 같이 보자”


30분만 걷기로 했던 산책을 1시간만에 마쳤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우리아빠에게 보낸 카톡을 보여줬다. 산책을 시작 할 때 내가 아빠와의 통화를 마치고 남편에게 부탁을 했었다. 아빠한테 교회가자고 오빠도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고 가볍게 얘기했었다. 메세지를 보면서 남편의 진심이 느껴져서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아버님 잘 지내시죠~?^^ 항상 생각해주시고 마음 써주셔서 감사하고 자주 못 봬서 죄송하네요~ 오늘 빛나랑 같이 교회 세미나 들으면서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같이 예수님 믿으시고 천국에서도 지금처럼 같이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바쁘시겠지만 주일에 예배드리러 교회 댕겨보셔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매일 붙어 지내면서도 어떻게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사람. 

아빠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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