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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Jun 02. 2021

'멈춤'이 필요할 때

또 생각해보자.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

종종 나보다 잘난 사람과의 비교에 빠진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하나를 읽었다. 나도 지원을 했었지만 떨어졌었다. '모범피'님의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라는 작품이었다. 모범생이었던 본인과 문제아였던 동생의 삶을 비교한 내용이었다. 문제아였던 동생은 잘 나가는 아티스트가 되었고 본인은 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찾기 시작한 어른이였다. 공감이 많이 되는 주제였고 문제아였던 동생의 삶이 궁금했다.


모범피 작가의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은 회사와 좋아하는 일을 병행함으로써 일단락 되었다. 1년동안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헤매던 내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잘 쓰여진 글 덕분에 눈을 떼지 못하고 29화를 모두 읽었다. 여러가지 기분이 들었다.


먼저, 글을 재밌게 잘 쓰는 저자가 부러웠다. 브런치북이라는 짧은 책 속에서 구성도 잘 잡혀 있었다. 아직 글 소재를 토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가이드가 될 만한 좋은 글이었다. 배울점은 배우고 내 페이스대로 가면 좋을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불필요한 비교들이 시작되었다.  ‘나는 왜 그 작가만큼 글을 잘 쓰지 못할까’,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정리할 생각을 왜 못했지’, ‘모범피 작가는 좋아하는 일을 잘 찾은 것 같은데 나는 잘 찾은게 맞나’, '퇴사와 글쓰기 관련된 책을 더 읽지 못했었나' 싶었다.


두번째로 떠오른 기분은 의심이었다.

잘나가는 아티스트 동생의 이야기 때문에 내가 의심스러워 졌다. 아티스트 동생은 순수하게 재밌는 일을 하라고 했다. 나는 어떤가. 재미없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회사 밖에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한다. 이것들 중에서 순수하게 재밌는건 뭘까.


세번째로 막연하지만 성과를 빨리 내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로 성과를 맛보고 싶었다. 책쓰기 소재를 모은다는 이유로 글만 계속 쓰고 있었다. 글을 잘 꿰어야 겠다는 생각을 들던 차에 모범피 작가를 보고 자극이 되었다. 뭐라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쇼파에 누워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브런치북 수상작이라서 역시 다르다며 몰입되어 읽고 있었다. 자극과 비교의식을 한 껏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에게 자극 받은 이야기들을 했다. 남편은 그렇지 않아도 몸은 늘어져 있는데 표정은 비장했다며 공감해주었다. 비장함과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이 마음을 채웠다.

다행히 얼마 전 읽었던 타이탄의 도구들의 내용이 내 부족함을 자꾸 묵상하지 않도록 꺼내어주었다.  

타이탄들도 슈퍼히어로어와 찌질이를 왔다갔다 하며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타이탄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해놓은 루틴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었다.


기분은 다소 가라 앉아 있었지만 그동안 축척된 루틴대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Q.T를 하고 요가를 했다. 스케쥴표를 정리하고 출근을 했다. 일상에 젖어 들면서 어제의 감정도 다소 누그러졌다. 비장했던 마음도, 힘든 비교의식도. 점심 때는 어김없이 수목원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면서 긍정적인 기분이 샘솟았다. 나를 아껴주고 칭찬해줄 수 있었다.


'그동안 잘 해왔어 빛나야. 잘하고 있어. 잘 될꺼야. 배울 점만 잘 배우자. 저 사람과 나는 다르니까 잘 참고해서 나만의 길을 잘 걸어가자'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문제아였던 동생의 '멈춤'이었다. 동생은 멈춰서 자신이이 좋아하는 일과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동안 누가 뭐래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자세가 대단해 보였다. 불안함과 두려움이 없었을까. 있었겠지만 자신을 잘 믿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나를 믿는 연습을 조금 더 해보는게 좋겠다.

하고 싶어 하는 걸 지르도록 믿어 주는 마음, 좌절 될 때에도 잘 될꺼라며 자주 다독여 주기, 다른 사람 의견보다 내 의견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 어떤 선택을 하든지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든지 소중하다는 생각, 쉴 때가 되지 않았나 들여다 봐주기


모범피 작가에게서 배울 점을 모색해 봤다. 먼저 내가 순수하게 재밌어 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기질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남편과 나란히 온라인 TCI 검사를 신청했다.(아직 해보지는 못했다. 기대된다.) 작가님의 브런치북에 나왔던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박앤디)'를 읽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그동안 브런치에 쌓아 놓은 서른개 가량의 글을 잘 묶어보려고 한다. 한 개의 짧은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목차를 정하고 소제목도 달아볼 생각이다. 벌써 기대가 된다.


더 잘하지 못했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문득, 나만 이런건가 싶었다. 나만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을 못 찾아서 답답한지 궁금했다. 누군가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누고 싶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랑하는 남편과는 수도 없이 많이 나누었던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듣고 싶었다. 갑자기 광주에 있는 대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왜 대학교 때 술 먹고 놀기만 했던 것일까 같이 후회도 해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인생을 함께 꿈꾸고 이루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브런치북을 단톡방에 공유해주면서 말했다.


'재밌고 공감이 많이 됭~ 내가 거쳤던 고민들이기도 하공ㅎㅎ 나만 이런 고민하는거 아니지 애들아? 인생을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하당~'


친구들의 재밌는 그리고 위로가 되는 메세지들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빨리 친구들과 접선해야겠다.


'(양쓸) 회사 끝나고 잠만 자는 양00도 있습니다. 즐기십시오'


'(신뽐) 다 각자의 속도와 시기가 있는고징~~ 비교하는게 약간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정도면 좋은 것 같아ㅎㅎ빛나 맘을 편하게 해~ 다 잘할 순 없자나. 다 각자의 속도와 시기가 있는 고징~ 모든 걸 잘해낼 순 없어 ㅋ 저 사람은 당장 백수라자나 그거부터 다르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인생의 과정으로 이 또한 즐기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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