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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다 Jun 10. 2021

'퇴사 말고, 사이드잡(원부연)'을 읽고

하숙집 사업 시작할래요

토요일 아침, 외출하기 전 짬이 생겨서 책을 펼쳐 들었다. 펼쳐든 책은 ‘퇴사말고, 사이드잡’.

꽤 오래전에 읽고 싶어서 사놓았지만 다른 책들에게 밀려서 읽어보지 못했었다. 책은 아담한 사이즈에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져 있었다. 샛노란색의 책은 부담없이 빨리 읽어 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본업과 사이드잡을 병행하고 있는 사람과 사이드잡이 본업으로 바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사이드잡의 달인 5명의 공통점 두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인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을 가졌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지인들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시켜나갔다는 사실이었다.


‘서울경제’ 기자 박해옥씨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8개의 사이드잡을 가지고 있다. 사이드 잡을 시작하기 전, 어느날 하루 아침에 금융권 전반에서 6,000명이 구조조정 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박 기자는 문득 ‘그 6,000명의 은행원은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증을 가졌다고 한다. 조사해보니 대다수가 자영업을 하다가 망했었고 ‘나라고 다르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스튜디오 봄봄’ 대표 이선용씨는 첫 직장인 은행에 들어가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치를 지탱하는 시간을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가. 경제적인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안전가옥’ 대표 김홍익씨는 첫 직장인 삼성전자를 다닐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의 타이틀을 떼면 나는 뭐지? 이 회사를 오래 다닐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뭘 해야 하지 커리어의 다음스텝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지?’


이선용씨와 김홍익씨가 가진 의문을 나 역시 가지고 있었다.

'회사 밖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제공할게 뭐가 있을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돈을 주고 내게 배울 건 없었다.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가치를 이룰만한 능력도 없었다. 정말 슬펐었다. 공기업을 10년간 다녔지만 특별히 개발된 기술이 없었다. 회사에서 하는 직무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빛나야, 좋아하는 일이 뭐야? 덕후가 될 만큼 배워보고 싶은게 있니?'

그런 것도 없었다.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었다.

질문에 꼭 대답하고 싶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섰다. 생각보다 1년이라는 오랜시간 걸렸었다. 답답해서 많이 힘들었었다. 여러가지 일들을 시도했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했었다. 꼭 한 두가지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헤맨 끝에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라는 취미가 생겼다. 책 출판과 전시회를 하겠다는 목표까지 생겼다.


브런치에 글들을 차곡차곡 모으면서 지냈다. 매주 한 번씩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글쓰는 솜씨와 그림 그리기 실력이 조금씩 성장하는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두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어서 기뻤다.


'퇴사말고 사이드잡'에 소개된 사이드잡러 5명 모두 굉장히 도전적으로 투잡을 시작했었다.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사업 구축하고 확장시켜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엮어서 어떻게 사업화를 시킬지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도 많이 했던 생각이었지만 답을 내리지 못했었다.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얼마전 박앤디 작가의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읽으면서 찾았던 내 성향을 떠올려봤다.

일단,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다. 배우기를 좋아했고 사람들에게 늘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문득, 1인가구들과 부대끼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숙집 사업!!!

자취생 시절 미치도록 외로웠던 경험이 있는 내게 충분한 동기가 부여되었다. 최근에 자취생들이 외로워서 다시 하숙집을 찾고 있다는 뉴스도 보았었다. 내 성향과 취미와 찰떡같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다. 남편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오빠 나 드디어 하고 싶은 사업이 드디어 생겼어~~~!!!!!"


"뭔데 뭔데"


"하숙집 사업! 어때?!!! 요즘 1인가구들 많아지잖아.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모임도 갖고 미술도 알려주는 거지. 하숙집을 엄청 세련되고 예쁘게 꾸미는 거야. 공용공간은 문화공간으로 만들꺼야. 책 많이 꽂아놓고 책 추천이랑 인생상담도 해주고. 우리가 주인세대에 살고!"


"오~~~~ 여보 잘 할 것 같아 하숙집 주인"


"맞아~~~!!! 저번에 내가 오빠한테 내 성향 보내줬었잖아. 그걸 생각해봐도 난 사람들과 소통이 많아야 되거든. 배우기도 꾸준히 해야하고. 그걸 또 나눠줘야돼. 그래서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조금 더 행복해지면 좋겠어"


"너무 좋다 여보. 현실적인 사업이고 여보 잘 할 것 같아. 그럼 다세대 주택을 사서 원룸 임대를 놓는거야?"


"음, 주택을 짓는게 좋은데 그거는 너무 비효율적이긴 하다. 나중에 잘 팔리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럼 원룸 임대하는 방향으로 할까봐. 다세대 주택의 1층을 공용공간으로 사용하는건 어떨까? 거기서 내가 글쓰기나 그림그리기 원데이클래스를 여는거야. 우리 원룸 임차인들은 1층을 무료로 편하게 쓰는거지. 와서 커피마시면서 쉬기도 하고 다같이 저녁식사도 종종 하고. 크 너무 좋다"


"캬~ 너무 좋다 여보~! 여보랑 딱이야"


남편과 의견이 합치되자 더 기뻤다. 핸드폰에서 마침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젖은 머리를 말리다가 수건을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남편과 둘이 거실에서 롤린의 안무를 흔들어댔다. 마주보고 서서는 팔을 벌리고 엉덩이를 돌렸다. 가오리 춤도 네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췄다.


원부연 작가가 '퇴사말고 사이드잡'에서 했던 말에 200프로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떤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막연했던 무언가가 하나의 단어로 정의되는 순간, 겹겹이 쌓여있던 안개 속을 지나 청명한 길을 걷는 기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나눴던 반년의 시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획자', 이걸 떠올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입 밖으로 꺼내고 보니 생각보다 쉬운 답이었어요'


하숙집 사업을 어떻게 할지 남편과 구체화 시켜나갔다. 먼저 건물의 형태는 근린주택으로 가기로 했다. 즉, 1층에 상가가 있고 윗층으로 원룸 혹은 투룸이 있는 식이었다. 1층 상가에 책을 진열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제공한다. 상가에서 내가 그림그리기나 글쓰기 수업을 한다. 종종 작가 초청강연을 열고 인생코칭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까지 참 길고도 긴 시간이 흘렀었다. 사업아이템으로 구상까지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김홍익씨는 덕업일치를 이룬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덕업일치는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말이었다. 이는 모두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김홍익씨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역사와 IT에 관해 덕후였다. 삼성전자에서 IT관련 업무로 일을 하다가 카카오로 이직을 했다. 카카오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음과의 인수합병 등을 마쳤다. 이후 또다른 덕질 대상이었던 장르 문학을 사업화한 '안전가옥'의 대표가 되었다.

김홍익 대표는 덕질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능력보다 더 대단한 능력을 갖추었다. 바로 '파도에 올라타는 능력' 이었다.

"큰 변화는 개인이 혼자 발버둥친다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변화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잘 보고 그 파도에 올라타야 합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돕는 말이었다. 그의 말에 따라 '하숙집 같은 원룸 임대사업'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발전 시켜보면 좋을 것 같다.


'퇴사말고, 사이드잡'에는 재밌는 질문도 있었다.

'당신에게 1,100억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원부연 작가가 조사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일을 계속하겠다고 대답치 않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갖기 힘든 현실을 대변하는 결과 같았다.

나는 어떨까.

1,100억원이 지금 생긴다면 나도 회사를 당장 그만둘 것이다. 하지만 '하숙집 같은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중이라면 얘기가 다를 것 같다.

먼저, 사업을 더 확장 시키면 좋겠다. 더 많은 1인 가구들이 사람 냄새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두번째로 비싼 강의를 들어서 그림그리기와 책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 책을 쓰면서 생기는 통찰들을 키워가면 좋을 것 같다. 배운 것들을 나눠서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몇 줄 적어본다.


내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안전가옥 대표, 김홍익)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반복해 탐구하며, 더욱 정확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요? 나에게 좋은 선택은 무엇인지, 수없이 질문하고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와이낫미디어 대표, 홍일안)


나의 취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내 생각에 따라 경험해보고 느껴보는 '나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합니다(원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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