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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사유 Dec 03. 2018

내가 죽으면 딜도는 어쩌지?

자위에 관한 가벼운 고찰

만약 자위행위가 범죄라면, 난 사형선고를 받았을 거다.


 - Gilbert Gottfried


  내가 야한 동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 부터다. 자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말 못할 충족감을 느꼈다. 그 즈음이었던 같다. 학원 쉬는 시간에 친구들끼리 자위 방법에 관해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짜릿하지 않아? 당연하지. 모른다고 무시를 당할 것만 같아 아는 척을 했다. 학원이 끝나고 난 뒤, 혼자 집에서 야한 동영상을 찾아봤다.


  '계속 만지면 뭐가 나온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구가 얘기했던 마지막 순간의 짜릿함을 몸소 깨달았다. 


  1000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성인용품 브랜드와 시장조사업체의 2017년 통계자료를 보면, 남성의 98%, 여성의 70%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내가 궁금한 건 '이성은 얼마나 주기적으로 자위를 하는가?' 인데, 통계는 주기적 자위 행위가 아닌 단순 경험만을 얘기하고 있으니 통계만으로 주기적 자위 행위의 현위치를 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있게 봐야 하는 건 자위빈도 보다 '자위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부분이다. 

  자위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성별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남성의 자위에 대해서 응답자의 약 78%가 이해되고 수용되는 분위기라고 응답한 반면, 여성의 자위에 대해선 약 70%가 이해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2017 대한민국 성인남녀 자위행위 조사 결과' - 17.09.21 위키트리 기사 발췌

  경험으로 다져진 나의 편견에 의하면,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자신의 자위 행위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 특별히 여성의 문제라고 할 건 없다. 위의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회가 아직 여성의 자위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 같은 자위인데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라 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여성의 자위를 남성의 자위보다 더 음란한 행위로 바라보거나, 여성은 정조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라 믿는 편협한 시선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 모든 편견과 분위기는 남성들의 '무지'때문일 것이다.


  여성의 성욕에 무지한 남성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무지한 만큼 여성의 성욕에 환상을 갖는다. 그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별 거 없다. 나 또한 아는 게 없어서, 도움을 받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물어봤다.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 던졌던 수많은 질문들 때문에 오히려 바보가 됐다.

  '섹스를 하고 싶은데 남자가 없어서 자위를 하기도 하고, 남자는 있는데 만나기 귀찮아서 자위를 하기도 한다. 혼자서 느끼고 싶을 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느끼고 싶을 때도 있다.' 


  정말 단순하다. 다른 게 있다면 그건 사람이 달라서 일 뿐이지 성별이 달라서가 아니다. 남자나 여자나, 성욕이 있어서 자위를 할 뿐이다. 친구들의 대답을 듣고 나서, 남녀의 성욕을 구분지으려 했던 내가 진짜 편협한 인간이라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남녀의 자위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여성의 자위가 남성의 자위보다 숭고한 행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오르가즘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남성들은 과정이야 어찌됐든 사정이 곧 오르가즘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오르가즘에 도달하기까지 음부의 자극 외에도 수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오르가즘은 반드시 욕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며, 그에 따른 섬세한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남성의 자위는 단순히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자위는 욕구를 마주하는 과정처럼 보여진다.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여성의 자위는 '욕구와의 완전한 대면'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 한명은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가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상상을 해. 그럼 부모님이 내 침대 옆의 딜도를 볼 거 아니야?"


  자신의 자위에 당당한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건강한 자존감이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에게만큼은 그녀가 여성의 성욕을 구원해줄 단 한 명뿐인 잔다르크였다. 자위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여성의 자위를 남성의 자위와 다르게 바라보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 미련한 병사가 있다면 독이 되기 전에 미리 버리고, 딜도를 당당히 치켜들자. 자존감 강한 병사들은 결국 따라올 것이다.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자위에 관해 솔직히 답변해준 몇몇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친구에게 한마디 하고싶다. 교통사고 나면 병원으로 딜도 좀 가져와 달라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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