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공간을 확보하기.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 차.
컴퓨터에 사진이 엄청 쌓였다.
폴더별로 정리를 해서 나눠놓으면 좋겠지만, 나는 이런 정리를 아주 귀찮아한다.
이런 것 보면 MBTI에서 P가 나와야 하는데 자꾸 J가 나온다.
진짜 꼼꼼한 J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데 말이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걸 좋아해서 J가 나오는 걸까? 추측해 본다.
오늘의 디지털 디톡스는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컴퓨터를 디톡스 해보기로 했다.
사진이 너무 많아지니 로딩되는 시간도 꽤 걸렸다.
성질이 급한 나는 그 몇 초의 기다림도 힘들었는데 오늘 큰맘 먹고 사진을 폴더별로 정리를 했다.
여행, 먹부림, 꽃수업, 쇼핑한 것, 가족사진 등등 정리하다 보니 꽤 많은 추억이 담겨있었다.
가족과 함께 잘 먹고, 잘 쓰고 즐겁게 놀러 다닌 흔적이 남아있었다.
사진이라는 것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찰나의 시간과 공간, 인물을 담아내고 기록으로도 쓰이며 현재와 과거를 비교할 수 있는 도구가 되니 말이다.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은 살이 통통하니 올라서 귀여웠고, 아이가 크는 만큼 남편과 나는 조금씩 나이가 들어간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꽤 근사하게 늙고 있어서 다행이다.
가끔 지난 삶의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괜찮다.
늘 미진했다고 느꼈던 내 삶엔 꽤 많은 도약이 있었다.
그 증거가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기록에는 분명한 힘이 있다.
깨끗이 정리한 사진 폴더엔 꽤 많은 여유공간이 생겼다.
한결 보기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역시, 정리력이란 말이 맞나 보다.
앞으로 이 폴더에 담길 사진은 어떤 사진들일까?
뭐가 되었든, 나는 지금처럼 열심히 내 인생을 살아낼 거다.
매일이 행복하지만은 않겠지만, 이제는 어떤 기억들도 나쁘게만 기억하진 않을 각색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