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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Jul 19. 2023

포켓몬과 한국 콘텐츠의 역경사

220719 김동은WhtDrgon. 

이 글은 2016년 7월 16일 포켓몬Go 출시 후 사람들이 (북한 덕분에) 유일한 서비스 지역이던 속초에 몰려가던 시절에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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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의 포켓몬. 17년 뒤에는 어른들을 망친다!  

1999년 포켓몬 상륙 때는 얼마나 어마무시했는지 이야기해줄께.

#게임기획자하얀용

1999.11.19경향신문 20면.



어른들이 똑똑해 보이거나 보수적으로 보이는 이유는지금 신기한 이 상황을 예전에 한번 다 봤기 때문. 이때가 99년이니까 5살을접으면 22세쯤까지는 이게 기억이 안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포켓몬이 나를 싸우게 만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애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게 기사화되는 모습은 기묘하다. 


1999.11.20동아일보 6면

그때도 '포켓몬스터'를 부러워했다. 약간 다른 것은 그래도 그때는 '우리도 키워야한다!'였는데, 지금은 우린 왜 못만드나? 라는 유체이탈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텔레토비는 포켓몬 바로 이전에 유명해진, 한국 캐릭터 산업 인식전환의 선봉장이다. 물론 이것도 신토불이,토종,한국형 촉구가 나온다. 그래도 이때는 양심이 있어서 '왜 못만드나?'라고 다그치진 않았지. '하면된다'와 '임자 해봤어?' 와 '할수있다'와 '하면 안되나?'와 '왜 못만드나?' 의 차이가 우리나라의 흐름같이 느껴진다.


1998.07.02매일경제 13면 경제

물론 그때도 우리 것을 만들었다. 물론 교육효과까지 겸비하여.

지금도 그렇듯 민간은 이미 감을 잡고 있었다, 95년부터 본격적인 캐릭터 산업에 대한 창업,투자의 움직임이 있었고 포켓몬 이전에도 정말 많은 토종 캐릭터들이 나왔지만, 한국이란 토양은 꽤나 척박한 곳이다. 캐릭터조차 '교육용'이라는 '쓸모'는 생존을 위한 설득이었다. 지금과 똑같이.


'포켓몬 고' 열풍에 '뽀로로 고' 나온다.."교육 요소로 차별화" - 이쯤되면 이 뿌리깊은 '교육요소'라는 것의 근원을 생각해봐야 한다.

1999.03.27한겨레 7면

참고로 금강기획 캐릭터산업은 정부투자를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니다. 무려 95년부터 시작했고, 포켓몬 터지던 년 초에도 캐릭터산업은 태동기에 있었다. 


1999.12.07매일경제 31면

이걸 옛날엔 신토불이, 토종, 요즘은 한국형 혹은 "창조경제" 라고 부른다. (이명박 대통령때는 녹색성장) 이 때는 새천년민주당의 김대중 대통령때였기 때문에 밀레니엄(2000년)과 결합하여 '새천년'이란 단어를 좋아했다. 이 단어만 바꾸면 된다.



캐릭터 창조경제 전략산업 키운다.

캐릭터 녹색성장 전략산업 키운다...

창조경제, 4차혁명, 

캐릭터산업과 4차혁명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민간주도 혁신경제'정도인듯.)


17년전에도, 그 뒤에도 국가가 나서서 산업을 키우려했다. 17년? 생각보다 금방이다. 지금부터 다시 17년을 두번 쯤 써도 우린 그렇게 늦은게 아니다. 그래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고켓몬을 체험한 10살짜리들이 다시 30살이 됐을 때 이 이야기를 또 반복할테니까.

1999.04.28매일경제 39면 사회

어디에 쓸모가 있나?라는 조급함과 더불어 누가누가 돈방석에 앉았나?라는 기사 풍도 비슷하다. 수익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알겠는데, 그럼 수익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투자자가 신문에 '돈방석,돈벼락'이라는 기사에 반응한다는 말도 우습지 않나? 지금도 누가 얼마를 벌었다 = 승리로 연결한다. 아직도 모든 것은 쓸모와 효율이 있어야하고, 결과는 돈이다. 그리고 그 모든 흐름에 대해 이해도,존경도 없이 '한 방에' 란 말을 서슴없이 쓴다. 문화컨텐츠는 오직 진지한 존경심에서 시작한다.

1996.6.17. 매일경제 4면


어쨌든 포켓몬을 하면 애들이 망가지네, 부럽네, 우리도 만드네, 포켓몬 열풍이네... 이 호들갑들. 지금이야 기자들도 익숙해져서 3일만에 쏟아내는 이 호들갑. 이 모든 열풍이 어디서 부터 시작했냐면...

1999.07.06경향신문 15면

바로 SBS에서 방영된 포켓몬스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마치 KT가 최초로 아이폰을 수입하여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게 된 정도라고해도 과장이 아니다. 제목도 대단히 씁쓸하게 박력있다.


'어린이 집단발작 일본 만화영화!'


광발작을 빌미로 한 이 기사 제목 덕분이었는지 곧 이 땅의 부모님들은 포켓몬 장난감,쏘세지가 좋아서 '발작'하는 (듯한) 애들을 만나게된다. 


( * 광과민성 발작은 당시 굉장히 유명했던 유해사례. 실제 그 장면을 보면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별게 아니어보이긴 하지만, 대중문화의 사회적 책임을 느끼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


1999.11.16동아일보 19면 생활/문화

TV 방영일 7월14일 이후 10월에 서울시청률 22%를 찍어버린다. (일일 최고 33%, 최대시청율 48%) 아동권에서 이정도면 어마어마한 것이다. (역대6위. 1위는 날아라슈퍼보드 일일 최고 46%, 분당 56% )


(* 6위라는 점에도 주목하자. 1위-날아라슈퍼보드 2위-무적파워레인저 3위-슬램덩크 4위-피구왕통키 5위-세일러문. 일본만화 사이에서 날아라 슈퍼보드의 위상은 정말 대단했다. 이런 성공의 사례, 우리나라라고 캐릭터시장 및 게임과 결합했던 컨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장 본격적인 게임산업을 열었고 지금도 현역인 두 작품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생각해보자.)


만화,도서, 빵, 짜장,카레 등등 대박이 줄줄이 터지고, 우리도 해야한다는 열풍이 이어지게된 것.


그래서 몇개월 뒤인 연말에 그 호들갑을 떨게 된 것이다.

그럼 왜 97년작인 포켓몬을 99년에서야 데리고오게 됐냐면...


1998.10.21경향신문 1면


무려 1면의 기사. 그렇다. 1면. 


김대중 대통령 역사적인 일본 문화 개방.

사실 이것은 '개방'이 아니라 '수용'이라고 불러야 한다. 일본은 자기 문화를 적극적으로 개방중이었으니까. 


그 이전에는 살인,폭력,음란,왜색 을 열거할 만큼 일본 컨텐츠를 '타락의 상징'으로 철저하게 배제하여 왔다. 마치 일본 음란동영상처럼 모든 컨텐츠는 수입금지였고, 그만큼 갈라파고스였던 셈.

이를 경고하는 문화국치일이라거나, 한국문화 보호막이 사라졌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1997.8.29 경향신문 
1997.08.29경향신문 26면

그 갈라파고스에서는 맘껏 일본 프로,컨텐츠를 베낄 수 있었다. 정품은 아예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니까. 이 시대에 성공을 거둔 컨텐츠 종사자들은 거의 표절의 대가라고 불러도 그리 큰 과장은 아닌 상태. 기형적인 고립상태에서 훔친 해적판 만화,음악 등이 한국인 이름을 달고 팔리고 있었으니 컨텐츠 창작은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음은 말할 바가 없다.

작사,작곡 한국인의 시절. 

 (* 그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때 떠돌았던 ‘은하철도 999’와 ‘마징가Z’ 두 곡을 둘러싼 표절 시비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마징가Z’는 자신의 노래가 아니지만 (방송사측이) 일본 작곡가 이름을 쓸 수 없다며 그의 이름을 올렸고, ‘은하철도 999’는 그가 만든 곡의 분위기가 암울하다면서 일본 원곡과 합친 곡이라고 설명했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부분이 바로 내가 만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스포츠경향 2023.7.19 )


1997.04.05동아일보

그 이전의 한국은 가위질, 왜색 부분 가위질, 왜색 배제로 인한 강제 로컬라이징이 당연한 곳이었다.

컨텐츠란 그냥 책보고 뚝딱뚝딱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만화애니게임 컨텐츠 종사자들은 꿈나무 시절부터 법망을 피해 이리저리 컨텐츠 선진국 외국 만화잡지 보따리 장수를 따라 컨텐츠를 배우고 즐기던 사람들이었다

약간은 이땅의 컨텐츠 제작자, 애니, 게임개발자들을 좀 불쌍하게 여겨도 되겠다.


1995.09.25동아일보 23면

왜색 뿐 아니라 모든 핑계로 규제산업종사자들은 사업을 이어왔다. 물론 지금도 정신병 의사들과 국회의원등은 게임계를 여러가지 이유로 규제하려 들고 있고, 이 규제산업의 전통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1993.09.16동아일보 16면
1993.08.10한겨레 15면 사회
1993.02.22경향신문 15면
1991.01.09한겨레 8면

만화,애니,게임의 문제가 아니다. 무협,레스링 등등 공통점은 '공부 이외에 아이들이 하는 것들'이다.

통칭 '아동 엔터테인먼트'는 부모님이 옳다고 교육받았던 명랑, 발랄 + 쓸모. 숫자나 알파벳같은 것 외 에는 전부 동심을 멍들게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아이는 본 것을 따라고, 그런 사람이 되기 때문에 태교처럼 길러져야 한다는 이상하고도 굳은 믿음이 있다. 이건 선풍기데스보다 더 심각하다.

게임은 고도화되면서 철학과 사고,숫자나 글자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도록 자극하게 되지, 스스로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것을 가지지 않는다. 오직 재미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부수적인 것이다. 쓸모에 대한 집착은 거의 병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1990.11.16한겨레 12면 사회

이런 기사들이 '독자들의 생각일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당시 신문의 '지면'이란 것은 지금과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지는 공간이다. 공감되지 않는 투고를 싣는 신문은 없다. 오히려 기사로 쓰기 곤란한 거친 표현과 생각을 대리하여 기사화하는 공간이 된다.


1987.04.28동아일보 11면

결손가정! 왜색보다 더 대단하다. 이것도 사회 인식변화에 의한 것인데, 지금의 '어린이물에 동성애 코드가 들어갔다!' 라는 LGBT에 대한 혐오와 성인용딱지도 30년 뒤에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때도 기자들은 표현을 대물림 했다. 쭉 보면 정서. 동심, 해친다,좀먹는다,멍든다 등이 있다. 이런 간접적 표현들은 뒤로 가면 '아이들' 로 아예 지정이 되고, '우리 아이들' 로 바뀌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살인을 즐긴다.' 뭐 이런 식의 제목들.


그런데 왜 '여행자,오퍼상 통해 반입'이라는 반입경로를 굳이 밝히는 것일까? 이상하지않나? 

그 시대를 산 사람이야 당연히 알겠지만.... 


1988.03.12매일경제 1면 

바로 해외여행도 안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88년 이전에는 당시에는 한국 역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해외 여행 완전 자유화는 이때 이루어진다. 이 전에는 81년 조건부 자유화가 있었다.(나이제한 및 자격, 항공료 등을 해외 친지가 납부하는 조건 등등)


자, 이제 우리는 왜 포켓몬같은 멋진 IP를 못 만느나?


문화콘텐츠는 공기와 같아서, 실제로 우리가 세계의 컨텐츠들을 공기처럼 누린 날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해외여행 정도가 가능해진 것이 30년도 안됐다. 그러니 왜 우리는 포켓몬 못만드냐?라는 준엄한 꾸짖음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안 만들것도 아니고) 

1976.06.28경향신문 7면 사회 기사(뉴스)



동심 해치는 얄팍한 상혼...이란건 필통·지우개·노트등 학용품에 만화를 넣었기 때문이다. " 호기심자극 낭비 조장 정서 함양저해·학습 도움도 안돼." 이렇게 문화라는건 경험이어서 '설득' 자체가 불가능하다시피 하다. 


"교육요소"가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뿌리깊은 판단요소는 바로 '존경심'의 결핍에서 자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BTS와 K-pop이 세계 1위를 하고, OTT의 드라마가 글로벌 히트를 쳐도 수능중심의 교육요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71.06.29동아일보 7면 사회

그 유명한 만화 화형식.


아이들이 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인터넷/온라인을 '가상'이라 여기기 때문에 건너편에 실제 사람이 있다는 인식을 못하는 것.

반면 부모의 훈육방식, 사회의 반응은 철저한 현실이다. 거기서 더 많은 현실을 배울 것이다.


1962.04.23경향신문 2면 사회


1969.6.13 동아일보 3면

그래도 우리는 여기서부터 지금까지 왔잖나.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멋진 걸 만들 수 있을지도.

힘내자. 그런다고 안 만들 것도 아닌데.


(+ 21년10월15일 한국의 허무맹랑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세계를 흔들었다.)

(+ 하지만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 못 만드나".. 국감서 난타당한 KB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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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IP를 추구하고, 캐릭터와 내러티브, 생성형AI의 창작, 문화와 예술이 남용처럼 범람하는 시대. 우리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 고난과 역경의 역사를 걸으며 지금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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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기사 스크랩 이미지는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사용했습니다.

https://newslibr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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