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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Feb 10. 2024

생성형 AI의 과소평가, 과대평가

김동은WhtDrgon. 240210

생성형 AI의 예술적 가치나 작가의 의도와 관련된 내용은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크므로, 독자 중 일부는 이러한 해석이나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며, 다양한 관점중 하나일 뿐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1. 검색인가?

해상도가 1024x1024인 이미지는 약 100만 개의 픽셀로 구성되며, 트루컬러에서는 1600만 가지 색상이 사용되어 총 16조 가지의 경우의 수를 만들어냅니다. 이 안에서 생성형 AI가 특정 이미지를 '찾아내는' 과정을 단순히 검색이라고 해버리는 것은 대리석 안에 숨겨진 조각품이 있거나, 책이 종이와 잉크로 이루어져 있거나, 인간의 모든 것이 유전자 안에 있다고 말하는 수준일 수 있습니다. 물론 검색 수준의 작업을 위한 도구이지만 위로의 말을 '성문이 내는 음파로 고막을 진동시키는 행위'라고 해석하면 핀트가 어긋나는 것처럼 그 행위 자체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2. 예술인가?

생성형 AI의 작품이 예술인지에 대한 물음은, 게임이 예술인가와 유사한 질문입니다. 손흥민이 축구를 하든, 동네 아저씨가 축구를 하든, 축구는 축구입니다. 축구가 스포츠이듯, 예술은 예술입니다. 훌륭한 예술작품인지의 여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축구의 규칙을 따르면 그것은 축구이고, 작가의 의도가 있으면 그것은 작품입니다.


3. 의도인가?

예술이나 작품이라는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가 만들면 그것은 작품입니다. 단지 품질이 떨어지거나, 이해하기 어렵거나, 진부할 뿐입니다. '작가의 의도'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타인을 통해 만들었든, 재료가 바나나와 박스 테이프 거나 기성품이든, 타인이 작업을 했든,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다면 그것은 작품으로 인정됩니다. 그 의도와 과정이 마음을 울리면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생성형 AI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저 모든 것이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 역시 표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공예, 기예의 벽을 없애고 있을 뿐입니다. 


4. 공예와 의미.

노력은 마음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예술은 공예나 기술을 통해 그 마음을 표현합니다. 자수가 작더라도 제작자의 노력을 인정받지만, 미싱으로 만든 작업은 더 많은 의미와 노력을 요구합니다. 유화는 인정을 많이 받고, 프린팅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프린팅에서 공예적 요소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아트는 프린팅과 연결되어 있으며, 생성형 AI는 더욱 자동화된 공예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어느 정도까지 예술로 인정받아야 할까요?


5. 디지털은 신용불량.

자연은 스스로 자, 그럴 연. '스스로 그냥'이란 뜻입니다. 자연의 물질은 자체적인 존재를 증명합니다. 진흙으로 만든 그릇은 그 자체로 존재 가치를 가집니다. 하지만 디지털은 스스로의 존재를 인위적으로 조성해야 하며, 이는 물질보다 낮은 가치를 의미합니다. 반면, 정보집합체인 디지털은 재현 비용이 낮아 어디서나 세계 어디에나 복제되어 존재할 수 있어 물질과 차별적 장점이 있습니다. 


6. 프롬프트를 이용한 공예.

프롬프트를 통해 타인을 뛰어넘는 독특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아래아 한글 hwp파일로도 전자출판 수준의 편집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원하는 표현을 위해 도구를 다루는 기술은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계속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생성형AI의 보편적 소통은 계속 강화됩니다. 생성형 AI의 조작법이 수많은 버튼과 메뉴가 아니라 자연어인 순간 모든 것이 예정되었습니다. 일반인의 의도를 알아내는 기술이 발전합니다. 여기에 질문답이 추가되고 지난 히스토리가 더해져서 프롬프트가 '지난 1년간의 대화와 선택과 칭찬'이라는 맥락이 추가되면 AI는 곧 내 마음을 아는 유일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챗GPT와 달리의 결합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통의 과정이 자연어로서 계속 발전한다면 무엇이 남습니까? 


7. 모사의 겹차원.

 예술가들은 유화물감으로 자연의 물성을 모사했으며, 디지털 아트는 이를 한 단계 더 추상화합니다. 소비자에게는 간단한 플레이 버튼이지만, 전문가에게는 다양한 조절이 가능한 다이얼이 필요합니다. 책 안에도, 그림 안에도, 영상물 안에도 세계가 있습니다. 겹차원은 그런 의미입니다. 창작자는 그 밖의 세계, 원고와 프레임과 카메라의 위치를 구성해야 합니다. 생성형 AI 역시 다양한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카메라도 프레임도 없는 디지털 이미지 창작 도구는 시뮬라크르(Simulacre)와 시뮬라시옹(simulation)을 현실에서 목도하게 만들었고, 창작자는 스스로 의도의 차원을 구분해야 합니다. 


8. 의도가 들어갈 겹공간.

겹차원의 공간이란 거창한 표현은 전통적인 작업입니다. 영화와 같은 예술 작품에서 창작자의 의도는 카메라, 편집, 배경, 소품, 인물, 의상, 대화 곳곳에 일관되게 담겨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보편성의 발전이 지금에서 멈출 것이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보편을 특별하게 만들 '의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며, 디지털 아트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9. 캐릭터와 세계관

캐릭터와 세계관은 창작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소유를 인정할 '의도'를 찾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정받는 의도들이 존재하며, 그 예로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연이라도, 어떻게 달라도 아이언맨으로 식별되면 그것은 아이언맨입니다. 디지털 시대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물질과 공예가 차지하던 영역에서 새로운 공간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는 브랜드, 아이돌, 게임, 예술, 창작이 압축되어 빛을 발할 최후의 보루와 같습니다. 


10. 알아봐 주는 커뮤니티

의도는 수용으로 완성됩니다. 지난 100년간 매스미디어, 대량 생산 시대가 만든 미디어 스타의 시대가 지나가고, 플랫폼 스타의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유튜버는 살아 있는 세계관을 대표합니다. 브랜드, 아이돌, 창작물을 규정하는 것은 구독자입니다. 세계관은 공통 창작을 위한 기반이며, 캐릭터는 알아볼 수 있는 지식입니다. 이 지식은 같은 커뮤니티를 확인하는 신용 자산이 됩니다. 디지털 아트는 커뮤니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존재와 공예가 무료인 세상에서, 작가의 디지털 정보를 꽃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의 집단이 작품을 존재하게 합니다.


정리.  세계라는 액자.

본문에서 "차원"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디지털이 물리적인 물질과 비교할 때 결여되어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공간'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화랑이나 갤러리 대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디지털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공간은 종이, 소리, 캔버스, 스크린, 공간, 인간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 재료로 변환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게임이 이런 매체입니다. 


게임은 단순히 게이머에게만 속한 매체가 아니라, 글, 그림, 음악, 영상, 조명, 공간, 자연 및 인공물, 규칙, 세계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는 복합적인 매체로 문자 그대로 '멀티 미디어'인 게임엔진은 게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생성형 AI를 통해 표현된 이미지는 세계관 형성의 컨셉으로 작용하며, 멀티미디어의 주체로서 커뮤니티에 다가갑니다. 이 커뮤니티는 디지털 세계에서 자체적으로 존재하게 되며, 생성형 AI를 통한 디지털 매체는 창작자의 의도와 시공간의 컨셉을 만나며, 디지털 재료로 구성된 공간과 그 안의 주민들에게 전통적 예술과는 다른,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 작품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말을 내용을 한 문장으로 "게임은 세상이 되고, 생성형 AI는 세상을 창작한다."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다. 



20240210 

#세계관제작자 김동은WhtDr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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