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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Jun 26. 2024

세계관, 사람이 아니라 캐릭터의 허락을 받아야한다.

김동은 230414

기: 창작과 미의 추구

창작은 끊임없이 '미의 승리'를 추구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찾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의미합니다.

성당과 탑은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 웅장한 건축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외경심을 느끼게 하면서도 동시에 안정감을 주는 독특한 균형을 이룹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는 신성함과 경외심을, 견고한 기반은 안정과 신뢰를 상징합니다.

게임 제작자들 역시 '익숙한 새로움'과 '새로운 익숙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그들은 플레이어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들 위에 새로운 경험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듭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화려하되 천박하지 않고, 정숙하되 할머니 같아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복잡한 작업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너무 다르지 않되 확실히 다른 것'을 찾는 노력이 계속됩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함을 제공하면서도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단순한 말장난이나 표면적인 꾸밈이 아닙니다. 이는 사람들이 불신을 멈추고, 작품이나 제품에 몰입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심오한 과정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그 세계관 속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승: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

익숙함은 신용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것을 접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익숙하다면 더 쉽게 받아들이고 신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SF(공상과학), 마법, 초능력 등 가상의 이야기에서도 이 익숙함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장르의 이야기들은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그리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핍진성'이라고 부릅니다.

핍진성이란 거짓이지만 납득 가능한 타당성과 논리를 갖춘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 세계 안에서의 마법 사용 규칙, 학교 생활, 인간관계 등은 우리의 현실과 유사한 면이 많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장르는 이러한 익숙함의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무협, SF, 판타지 등의 장르는 각각의 고유한 규칙과 설정을 가지고 있어, 그 장르의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를 '클리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판타지 장르에서 마법사, 엘프, 드래곤 등의 존재는 이미 독자들에게 익숙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장르는 단순히 익숙함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르는 이러한 익숙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안정감과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세계관은 이러한 익숙함을 더욱 구체화하는 시스템입니다. 세계관은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의 역사, 문화, 규칙 등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 세계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는 상세한 역사, 언어, 지리 등을 가진 완전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독자들이 그 세계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구축된 세계관은 독자들에게 안정적이고 납득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신용을 제공합니다. 독자들은 이 세계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 세계의 규칙과 논리에 따라 전개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성공적인 창작물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냅니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익숙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그 위에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안전하게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곧 그들이 그 세계에 자신을 투영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전: 세계관과 캐릭터의 관계

세계관은 결과적으로 캐릭터에게 허락을 받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에 존재하는 캐릭터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특정 세계관에 매료되는 이유는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세계에 자신이 존재하고 싶다는 희망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들은 해리 포터가 되고 싶어 하기보다는 호그와트에서 마법을 배우는 학생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실 세계에서도 관찰됩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자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직장에서의 '나', 가정에서의 '나',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나'는 모두 다른 캐릭터일 수 있습니다. 이는 각 상황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캐릭터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직 종사자가 자신의 직업에 맞는 옷차림과 언행을 하는 것, 학생이 학교에서 '모범생'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혹은 SNS에서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개념은 기업 세계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브랜드도 점차 IP(지적 재산권)가 되어가면서 세계관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단순히 운동화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승리'와 '도전'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넘어 '일상의 작은 사치'라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들 기업은 제품 너머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그 브랜드의 세계관 속에서 특정한 캐릭터가 될 수 있게 합니다.

이처럼 세계관은 단순히 창작자나 기업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들, 즉 독자, 시청자, 소비자들의 참여와 인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그들이 그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비로소 세계관은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세계관 구축을 위해서는 단순히 흥미로운 설정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세계관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창작물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딩 전략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결: 기업 세계관의 방향성

기업의 세계관 구축은 단순히 고객 자체를 만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고객의 다양한 캐릭터 중 하나와 연결되려는 노력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가상화되고 플레이풀하며, 가치 있는 소비를 담당하는 '기분파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직장인, 부모, 취미 생활자 등 여러 캐릭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이 중에서 자사 브랜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타겟으로 삼아야 합니다. 럭셔리 브랜드라면 고객의 '성공한 전문가' 캐릭터에, 스포츠 브랜드라면 '열정적인 운동 애호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많은 인위적 세계관이 동화, 판타지, 게임과 닮아 있는 이유는 그곳이 고객의 특정 캐릭터가 존재하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의 '모험가' 캐릭터에 호소력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는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꿈과 마법의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일상의 걱정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간 '꿈꾸는 아이' 캐릭터가 됩니다.

세계관 설정에서 중요한 것은 외형적 특징이 아니라, 그 세계에 있는 고객의 캐릭터를 만나기 위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화려한 시각적 요소나 복잡한 설정보다는, 고객이 그 세계관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레고(LEGO)의 경우, '창의성과 상상력의 세계'라는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이 세계관에서 고객들은 '창조자'라는 캐릭터로 존재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고객이 아닌 그들의 캐릭터를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월트 디즈니의 말처럼, "나는 주로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여섯 살이든 예순 살이든 우리 모두의 어린이를 위해 영화를 만든다." 이 접근 방식은 기업의 세계관 구축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연령대나 소득 수준 등의 외적 특성으로 고객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캐릭터들 중 하나와 소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공적인 기업 세계관은 고객이 그들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서,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과 더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2023년 4월14일 페이스북의 포스팅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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