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코 종교재단이 둘로 갈라진 건, 결국 어머니의 쇠약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였다. 자신의 육체 안에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는, 살아 있는 생체 차원계. 사람들은 그녀를 통과해 약속된 차원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대부분의 삶을 시작했다. 한 사람의 내부가 수많은 이들의 외부가 된 셈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늙어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녀가 늙은 것이 아니라 그녀를 통과하던 수많은 이들의 믿음이 끊기면서, 차원계가 흐려졌던 것이다. 차원의 흐름은 줄어들고, 성소는 점점 조용해졌으며, 차원문이 열리지 않는 날이면 어머니는 더 작고, 더 말이 없었다.
종교재단은 분열했다. 장로파는 어머니를 신으로서 영구히 봉헌하자 했고, 혁신파는 (주)뉴오더의 기술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뉴오더는 누구나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된 관 형태의 장치, 월드 임플란트를 개발했고, 어머니의 손자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차원 서버도 이미 구축한 상태였다. 뉴오더는 이를 통해 차원이동 시장의 독점을 깨뜨릴 전략을 세웠다.
의뢰가 러너 길드 '더블 블라인드'에 들어왔을 때, 길드원들은 망설였다. 둘 중 하나를 제거하라는 의뢰는 정치적 살인이 될 수 있었고, 뉴오더 같은 거대 기업이 얽힌 사건에 개입하는 건 위험했다.
"이건… 너무 막장이잖아요."
누군가가 중얼대자, 길드장 사일로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우린 해결사야. 해결하면 되는 거지."
그러나 그 말 뒤로, 사일로는 조용히 생각을 굴렸다. 혁신파는 서버를 원했고, 장로파는 어머니의 생존을, 뉴오더는 시장 지배력을 원했다. 셋을 하나로 묶는 방법이 있다면?
길드는 행동에 돌입했다. 전쟁터가 된 칼리코 차원에서, 그들은 뉴오더의 월드 임플란트에 손자 서버를 이식하고, 그것을 어머니의 생체 차원계와 강제로 결합시켰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시도되었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그 순간 칼리코의 하늘은 일그러졌고, 땅은 끓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어머니와 손자 서버는 하나가 되었고, 그들은 무한히 교체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월드 임플란트는 독립적으로는 작동하지 못했지만, 생체 차원계와 결합하자 무한한 전환과 접속이 가능해졌다.
혁신파는 "우리가 차원의 신을 만들었다"며 외쳤고, 장로파는 "어머니가 영생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뉴오더는 이 현상을 유동차원 플랫폼이라 부르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웠다. 그러나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 탄생한 존재는 끊임없이 자기를 갱신했고, 그 결과 세계의 구조 자체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일부였던 세계, 손자 서버에 연결된 하부 차원, 임플란트의 인위적 인터페이스가 서로 충돌하며 불일치된 현실을 반복 생성해냈다.
거리의 모양이 바뀌고, 언어의 구문이 뒤틀리고, 시간의 간격이 불규칙해졌다. 기형적 변형이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기억은 겹겹이 꼬였다.
기도는 무의미해졌다. 기도는 언어고, 언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구조가 붕괴하자 신도들은 더 이상 신을 부를 수 없었다.
대지모신과 유세손신의 세계가 얽히며 인간의 뇌네도 함께 어긋나기 시작했다. 신도들은 찬송을 중얼거리며 울었고, 하루에 네 번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일부는 새로운 성전을 세웠고, 일부는 새로 쓴 경전을 태웠다.
장로파와 혁신파는 서로를 비난했고, 결국 분노는 길드를 향했다. 그러나 이미 수금이 완료된 사일로는, 멀리 이탈한 차원의 어느 경계에서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원하는 걸 손에 넣었을 때의 표정은, 언제 봐도 실망스럽지."
그는 등을 돌리며, 잿빛 하늘 아래 중얼거렸다.
"다음엔 또 무슨 투정을 부리려나."
✅ 어머니(大地母) : 자신의 몸에 인공 차원계를 보유한 존재로, 생체 기반 차원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능력이다. 생체 인공계는 바이트 비용 없이 유지되지만, 유지에 한계가 있으며, 태내에서 계승되는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다.
✅ 유세손신(乳世孫神) : 대지모신의 개념을 변형한 신조어로, '어머니'의 생체 차원계와 '손자'를 이용한 월드 임플란트가 결합하며 탄생한 존재. 물질계와 차원계의 금기를 동시에 침범한 상태로, 신도들은 이를 신의 새로운 모습이라 믿었으나 결국 광기에 빠지게 되었다.
✅ 월드 임플란트 : (주)뉴오더가 개발한 차원이동 장치로, 누구나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생체 기반 차원 이동과 달리 인공적으로 제작된 차원 서버를 활용하는 방식. 어머니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결합하여 더욱 효율적인 차원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 뇌네(NOENE) 보정 : 최초 차원 개척기에 차원계의 법칙과 사용자의 인식을 동기화하는 과정. 개척된 차원계는 뇌네 보정을 고정한 코핀등에 의해 안전한 이동이 이뤄진다. 보정이 실패할 경우, 사용자는 차원의 논리에 압도당해 현실 감각을 상실하거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칼리코 종교재단의 신도들은 유세손신과의 결합 이후 이 보정이 불완전해졌고, 결과적으로 광기에 빠졌다.
✅ 칼리코 종교재단 : 종교재단은 대사국, (주)기업과 함께 FEWK 세계의 주요 집권세력중 하나이다. 특히 종교재단은 모든 지역에 난립해있고, FEWK 전국구 종교재단은 '캐피탈피스'와 몇몇 종교뿐이다.
✅ 러너 길드 '더블 블라인드' : 사일로가 길드장으로 있는 길드. 카페나 클럽을 가지고 있지 않다. 러너들의 인공차원계 '빅포레스트 거리'에 난립해있는 러너 길드 중 하나. 집회 시위 소요 분쟁등의 집단 소요의 사건을 주로 해결한다. 특히 길드장 사일로는 현실주의자로, 모든 상황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한다.
✅ 뉴오더(주) : 차원이동 및 인공계 개척 기술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 기존 차원이동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월드 임플란트의 상업화를 추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