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 스캐너가 멈췄을 때, 감가미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측정 불가. 정보량 –21만자.”
검사실은 조용했고, 직원은 고개를 갸웃하다 무표정하게 말을 덧붙였다.
“해당 수치는 존재 인정 기준에 미달합니다. 신성 입사 불가입니다.”
그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존재 인정? 그게 기계로 판단될 문제인가?
하지만, FEWK국에선 그랬다.
사람은 숫자로 존재했고, 평균보다 적은 자는 ‘결함’으로 처리됐다.
감가미는 (주)신성을 꿈꾸며 살아왔다.
성인식 때부터 신성의 정품 임플란트를 이식받았고,
공인 시냅스 레벨을 맞추기 위해 수천 시간의 학습을 감행했고,
정보량 향상용 사고칩까지 이식했다.
그런데 결과는 ‘비어 있다’는 판정.
그는 재검을 요구했고, 재검 결과는 더 잔인했다.
“-215,000자. 전보다 5천자 더 누락되었습니다.”
감가미는 혼란 속에서 불법 브로커를 찾아 헤맸다.
좁은 뒷골목에서, ‘야메 연산기’를 조작하는 한 노인을 만났다.
“정보량이 문제지, 질은 상관없잖아?”
노인은 웃으며 낡은 단자를 그의 머리에 꽂았다.
“남들이 가진 정보는 ‘경험’인데, 넌 ‘데이터’만 늘어나겠지만…”
짧은 조작 후, 스캐너는 정상 수치를 반환했다.
“정보량 정상. 1차 평가 통과.”
감가미는 미소를 지으며 다음 전형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 통보가 왔다.
“사회예절 평가 – 미달.
지원자의 발화 알고리즘 및 감정 모듈에 비인간적 요소 감지됨.”
그는 벙찐 얼굴로 평가서를 읽으며 분노했다.
"이런 시험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었노!"
✅ 바이트 계산기: FEWK 세계에서 생명체의 정보량을 측정하는 기기. 평균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는 21만자가 추가로 측정되며, 이를 영혼이 존재하는 증거로 삼는다. 하지만 오작동이 잦고,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 (주)신성: FEWK 세계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진 (주)기업 중 하나. 정부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성인식부터 임플란트 및 뇌 보조칩 등을 통해 인재를 조기 선별한다.
✅ 성인식: 대사국 지정 병원의 '이식가능' 판정을 받는 날을 성인식이라 부르며, 이때 (주)기업들은 청소년들에게 최신형 임플란트와 기업전을 무상 지원한다. 이 성인식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닌 미래의 진로와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로, 선택한 기업의 임플란트와 프레임워크는 향후 교육기관 입학과 취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생체순도가 감소하는 대신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이 과정은, 사실상 한 기업의 국민이 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 야메: 대사국이 허가하지 않은 비공식 시술을 수행하는 이들. 정보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효과는 보장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