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리 외곽 12구역, 철거 예정 공업 지대는 먼지와 녹으로 뒤덮인 채 도시의 다른 부분과는 다른 리듬으로 숨 쉬었다. 낮이면 폐기물 수거차만이 도로를 오갔고, 밤이면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 공식 기록에 없는 거래를 위해 모여들었다. 그 한가운데, '로크 공작소'는 녹슨 창고와 버려진 컨테이너 사이에 자리 잡은, 지도에 없는 장소였다.
로크는 작업대 앞에 서서 왼팔 소매를 걷었다. 팔뚝을 따라 이어진 푸른 흉터가 희미하게 맥동했다. 6년 전, 마지막 차원이동 다이빙에서 얻은 이 흔적은 매일 아침 확인하는 그의 의식이었다. 빛이 변했는지, 형태가 달라졌는지 살피는 것은 그에게 현실을 가늠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때 '경계의 항해사'로 불리던 그는 소매를 내리며 작업대 위의 회로 부품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란한 엔진 소리가 공업 지대의 정적을 깼다. 낡은 전기 수송차가 공작소 앞에 멈췄고, 셔터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토미," 로크가 낮게 불렀다. "누군지 확인해."
열여섯 살 토미가 구석 소파에서 툴툴거리며 일어났다. "또 나야? 보스 다리 없어요?" 슬리퍼를 끌며 셔터로 가 버튼을 누르자 녹슨 철문이 올라갔다. 밖에 서 있던 건 날카로운 인상의 30대 여성, 메이라였다. 청록색 티셔츠와 홀로그램 펜던트는 23구역 '에덴' 클럽의 흔적이었다.
"로크 공작소 맞지?" 메이라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엔 긴박함이 묻어 있었다.
로크가 작업대에서 걸어왔다. "메이라? 무슨 일이야?" 아랫동네 에덴에서 배송하는 ‘돌돌이’라는 애칭으로 몇 번 안면 있는 이웃이었다. 늘 툴툴대는 말투 뒤에 숨은 눈빛은 날카로웠다.
메이라가 수송차의 천을 걷었다. 손상된 차원이동 코핀이 드러났다. 외부는 녹슨 흠집으로 엉망이었고, 측면 패널은 반쯤 떨어져 있었다. 안에 검은 머리 남자가 땀에 젖은 얼굴로 경련을 일으키며 갇혀 있었다.
"차원 필터만 보내면 되지, 왜 통째로 끌고 와?" 로크가 눈썹을 찌푸렸다.
"시간 없었어, 이 양반아." 메이라가 톡 쏘듯 말했다. "에덴에서 갑자기 쓰러졌어. 코핀에서 못 나온다고. 이상한 놈들이 보안청 제복 입고 쫓아왔는데, 펄스파에 흐물거리며 사라졌어."
"또 그놈들인가…" 로크가 중얼거리며 코핀을 공작소 안으로 옮겼다. "토미, 지하로 가서 기영 데려와. 빨리 움직여, 꿈꾸는 소년."
토미가 투덜거렸다. "내가 왜 늘 심부름꾼이야? 기영 아저씨 냄새난다고!" 그래도 계단으로 뛰어갔다.
5분 뒤, 토미가 마른 50대 남자를 데려왔다. 기영은 더러운 의사 가운과 렌즈 달린 확대경을 착용한 채 낡은 의료 가방을 들고 있었다. "또 무슨 사고야, 로크? 나 바빠 죽겠는데!" 그의 억양엔 제제 지방의 구수함이 묻어 있었다.
"차원 쇼크야, 할배. 심각해." 로크가 코핀을 리프트에 올리며 툭 던졌다.
기영이 투덜대며 환자를 들여다봤다. "정신 투영 과부하군. 차원 신호를 못 버텨." 주사기를 꺼내며 토미에게 윙크했다. "냄새난다더니, 이 아저씨가 너 구해줄게."
로크는 헬멧을 쓰고 스캐너를 가동했다. 코핀 표면에 푸른 빛이 번졌다. "디멘션 블리드야. 심한 케이스고."
기영이 환자를 안정시키는 동안, 로크는 손상된 차원 필터를 꺼냈다. "왜곡됐어. 신호가 반대로 설정되어 있어. 인간 정신을 차원으로 보내게."
"누가 그런 미친 짓을 하냐?" 기영이 렌즈를 조정하며 혀를 찼다.
"네거티브 플레인 신호야." 로크가 말했다. 그의 흉터가 짧게 욱신거렸다.
토미가 코핀에 귀를 댔다. "보스, 안에서 목소리 들려요. '그들이 여기 있다. 그들이 나를 본다. 그들이 듣고 있다.'"
"네거티브 플레인의 접촉 흔적이야." 기영이 중얼거렸다. "음의 차원계 핵심부에 들어간 거야."
로크는 작업대 서랍에서 주석 상자를 꺼냈다. "바실리스크 프로젝트 프로토타입이야. 이중 차폐 구조지."
"폐끼 기술 아냐?" 기영이 소리쳤다.
"작동한다는 게 중요해." 로크는 손상된 필터의 회로를 새 필터에 이식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안정화 장갑으로 감췄다.
몇 시간 뒤, 새 필터가 완성되었다. 기영이 안정제를 주사하며 툴툴댔다. "이제 의식만 돌아오면 내가 빠져나갈 수 있겠네."
"데리러 올 때까지 여기 둬야지." 로크가 필터를 코핀에 설치했다.
메이라가 코핀을 살폈다. "고맙군. 플레인의 심장부에 접근한 건 그가 처음이야. 그들이 그를 보냈어."
"뭘 봤는데?" 로크가 물었다.
"이 모든 게 시뮬레이션이라는 증거. 우리를 지켜보는 존재들." 메이라가 로크를 돌아봤다. "아직도 흉터가 욱신거리지, 항해사?" 그녀가 떠났다.
토미가 낡은 라디오를 켰다. 재즈 음악 사이로 잡음이 섞였다. 로크는 라디오로 다가갔다. "…들리니…" 속삭임이 들렸다.
"듣고 있어." 로크가 몸을 숙였다.
"오래됐군, 로크." 목소리는 그의 것이었다. "마지막 다이빙에서 돌아오지 못한 너야. 네 필터들 중 하나에 진짜 현실로 가는 길이 있어. 넌 네거티브 플레인에 갇혀 있어."
로크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 목소리는 6년 전 잃어버린 자신을 부르는 듯했다. 흉터가 불타는 듯 욱신거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서랍 속 옛 다이버 헬멧이 그를 응시하는 것 같았다.
그는 금고에서 X-0 필터를 꺼냈다. 첫 다이빙에서 사용된 것이었다. 스캐너에 연결하자 데이터가 지도처럼 펼쳐졌다. "이게 모든 차원의 지도야."
"보스?" 토미가 불안하게 불렀다. "또 그 눈빛이야?"
"난 다이버였어, 토미. 최고였지." 로크의 눈에 오래된 갈증이 서렸다. 냉정한 외면 아래 광기가 드러났다. "이제 진실을 알아내려 해."
기영이 고함쳤다. "로크, 그 필터는 널 죽일 거야! 특수인접 차원계는 위험해. 네거티브 플레인은 물질계와 겹쳐 있어. '그것들'이 네 정신을 산산조각 낼 거라고!"
"알아, 할배." 로크는 두려움과 갈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코핀에 들어갔다. "내가 없는 동안 공작소 부탁해, 토미."
코핀이 닫히고 다이빙 시퀀스가 시작되었다. 전자 장비가 깜빡였다. 표시등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기영이 욕설을 내뱉었다. "망했어. 양방향 시그널 프로토타입이야. 다른 무언가가 올 수도 있어."
라디오가 토미를 불렀다. "넌 정말 토미라고 생각해? 아니면 내가 들어본 목소리의 주인일까?"
토미의 손이 귀를 만졌다. 그는 부모를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 날부터 로크의 공작소에 있었을 뿐이었다. "보스… 나 누구야?"
기영이 펄스 발생기를 꺼냈다. "정신 차려, 토미! 준비해야 해." 코핀 주위에 기하학적 패턴을 그리고 미니 장치를 배치했다. 푸른 에너지 장벽이 형성되었다.
코핀이 진동하며 열렸다. 로크의 손이 나타났다. 푸른 흉터가 팔 전체를 덮고 성운처럼 빛났다. 그의 눈은 심연의 별들로 가득했다. "난 돌아왔어. 진실을 찾았지." 그가 속삭였다. "그들의 세계는… 아름다워."
"넌 로크가 아니야!" 기영이 장벽을 강화하며 외쳤다.
"로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그의 목소리는 수십 개의 울림으로 겹쳤다. "이 세계는 거품이야. 네거티브 플레인의 부산물."
로크가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서 푸른 실이 뻗어나와 공기 중에 기호를 그렸다. 격자무늬가 작업장을 감쌌다. "난 혼자 오지 않았어."
푸른 빛이 폭발하며 장벽이 무너졌다. 기영이 새 장치를 켰다. "미안하다, 로크!" 펄스파가 로크를 덮쳤다. 빛이 사그라들며 그가 쓰러졌다.
"토미…?" 로크가 눈을 떴다. 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다이빙 갔었어요." 토미가 떨며 말했다. "기억 안 나세요?"
"다이빙을 했는데… 기억이 안 나." 로크가 혼란스러워했다.
기영이 탄 X-0을 봉인했다. "이건 파괴해야 해."
그날 밤, 로크는 소파에서 잠들었다. 냉정함은 사라지고 지친 장인의 모습만 남았다. 토미는 로크의 팔을 보았다. 흉터가 미세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토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희망리의 하늘에 수정 같은 구조물이 비쳤다 사라졌다.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속삭임이 들렸다.
토미는 자신의 귀를 만졌다.
네거티브플레인에 가까운 어두운 귓속에서 푸른 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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