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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WK단편선 38> 크로멜로편. 옐로타운의 수중 비밀

by 김동은WhtDrgon

세현은 수중 통제실 모니터를 통해 양식장 A-17 구역의 이상 징후를 확인했다. 어제부터 수치가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아예 빨간색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또 센서 고장인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작업복 주머니를 뒤적여 돌칩을 꺼냈다. 이 구식 모델은 신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수중 작업에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손바닥만한 돌칩을 모니터에 갖다 대자 옐로타운 수중 양식장의 전체 도면이 홀로그램으로 펼쳐졌다.


옐로타운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바닷속에 더 큰 시설이 있었다. 물 위의 도시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밑바닥 펌프실에서 최상층 관제탑까지, 옐로타운은 검은 수평선 사건 이후 FEWK국의 변방 크로멜로 지방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자급자족 도시였다.


"세현씨, A-17 구역 온도가 4도나 올랐어요. 로봇들이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고요."

조교인 민지가 다른 모니터를 가리켰다. 화면 속 양식 로봇들은 마치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단순 센서 고장은 아닌 것 같은데." 세현이 눈을 좁히며 말했다. "수트 챙겨. 직접 내려가 봐야겠어."


세현은 10년 전, 솔트미러의 퍼스트넷 항구에서 화물선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때 받은 보상금으로 옐로타운으로 이주해 작은 수족관을 열었지만, 곧 문을 닫았다. 대신 그는 옐로타운 수중 양식장에 취직했다. 사실상 이곳이 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유일한 장소였다.


"세현씨, 통신 연결됐어요. 들려요?" 헬멧 속에서 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잘 들려. 이제 A-17로 내려갈 거야."


수중 이동통로를 지나 A-17 구역으로 향하는 길은 항상 경이로웠다. 투명한 통로 너머로 거대한 수중 농장이 펼쳐져 있었다. 자율 로봇들이 해조류를 관리하고, 특수 광합성 조명이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났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A-17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물 색깔이 달라졌다. 맑은 바닷물이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갑자기 통신에 노이즈가 일기 시작했다.


"민지야? 민지? 들려?"

대답 대신 잡음만 들렸다.

세현은 돌칩을 활성화했다. 희미한 오색 빛이 수트를 감싸며 안정된 에너지장을 형성했다. 민지와의 통신은 끊겼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건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나 A-17 구역 입구에 도착한 세현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문 너머, 구역 전체가 검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흑공.


FEWK국에서 흑공분출은 자연재해처럼 취급되는 일상적인 현상이었지만, 수중에서의 흑공분출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세현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건 분명 흑공이었다.

"민지야, 긴급 상황이야. A-17에서 흑공분출이 일어나고 있어. 상단에 보고하고..."

통신은 여전히 죽은 채였다. 세현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안전 수칙은 흑공분출 발견 시 즉시 대피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전체 양식장이 오염될 수 있었다. 최소한 차단문이라도 닫아야 했다.


세현은 비상 차단 장치를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문 앞에서 그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검은 안개 속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마치... 빛나는 돌 같은 것이.

'무슨 일이 있어도 흑공에 가까이 가선 안 돼.'

그는 안전 교육에서 배운 첫 번째 원칙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반짝임은 단순한 흑공 현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빛나는 것은 마치 신단석처럼 보였다.

"이런 건... 불가능한데."

망설임 끝에, 세현은 조심스럽게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세현이 흑공 속으로 들어서자, 그의 수트를 감싸고 있던 돌칩의 신기 보호막이 흑공을 밀어내며 작은 통로를 형성했다. 그는 그 길을 따라 빛나는 물체를 향해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현은 이것이 단순한 신단석이 아님을 깨달았다. 바닥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원형 구조물이 있었고, 그 중앙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밝은 돌이 박혀 있었다.

'이건... 신단이야.'


세현은 지금껏 신단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자본구 사람들이나 신사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교육 영상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신단이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수트의 장갑을 벗고 손을 뻗었다. 신단석에 손이 닿는 순간,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세현의 의식이 흐려졌다.


--


"진하 씨, 준비됐습니까? 폭발물은 다 설치했습니까?"

"예, 총리대신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요? 이곳은..."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소. 검은 해일이 다가오고 있어. 동백국 해안 전체가 위험해. 여기만은 지켜야 해."

세현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보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지금의 A-17 구역이 아니었다. 웅장한 건물들과 높은 탑이 있는 도시였다. 항구도시였다.


"하지만 총리대신님, 이곳 주민들은요?"

"이미 대피령을 내렸소. 남은 건... 신단을 보호하는 일뿐이야."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커다란 원형 신전이었다. 중앙에는 지금 세현이 발견한 것과 동일한 신단이 있었다.

"검은 수평선이 닥치면, 이 도시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거요. 하지만 신단이 있는 한, 언젠가는 다시..."

장면이 흐려졌다. 세현의 의식은 다른 시간으로 건너뛰었다.


검은 해일이 도시를 덮치는 광경.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갑자기 도시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

신기.

하지만 빛은 검은 해일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도시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다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순간, 신단에서 마지막 섬광이 번쩍였다.


"세현 씨? 세현 씨?"

민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세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여전히 A-17 구역에 있었지만, 흑공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구역 전체가 은은한 오색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민지가 물었다. 그녀도 수중 수트를 입고 있었다.


세현은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A-17 구역의 바닥은 이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뻥 뚫린 바닥 아래로 광대한 도시의 윤곽이 보였다. 마치 고대 유적처럼 가라앉은 도시였다.

"이건... 옛 크로멜로예요." 세현이 속삭였다. "검은 수평선 사건 때 가라앉은 도시."

"어떻게 알아요?"

"봤어... 아니, 기억을 봤어."

세현은 중앙의 신단을 가리켰다. 신단석은 이제 밝게 빛나고 있었고, 주변에는 오주사로 보이는 붉은 가루가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흑공이 신단과 접촉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보여준 것 같아. 이곳은 검은 수평선 사건 이전에 크로멜로의 중심 도시였어. 도시가 가라앉기 전에 누군가가 이 신단을 보호하려 했던 거야."

세현은 신단에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 민지가 물었다.

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모르지만... 이건 그냥 사고가 아니야. 이 신단이 지금 활성화된 이유가 있을 거야."

그는 주머니에서 돌칩을 꺼내 살펴보았다. 평소보다 훨씬 밝게 빛나고 있었다. 신단의 에너지를 흡수한 것이 분명했다.


"세현 씨?" 민지가 걱정스럽게 불렀다.

세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본 과거의 기억에서, 누군가가 '언젠가 다시'라고 했다. 무슨 의미였을까?

"민지야, 이 발견에 대해 보고하기 전에... 좀 더 조사해보자."

"진짜요? 하지만 규정상 즉시 보고해야..."

"알아. 하지만 이건 너무 중요해. 대사국에 보고하면 이곳은 즉시 통제구역이 될 거야. 우리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세현은 신단 주변의 오주사를 조심스럽게 작은 유리병에 담았다.

"잠깐만 시간을 달라. 이 신단이 보여주려는 게 뭔지 알아내야 해."


그날 밤, 세현은 자신의 작은 아파트에서 유리병에 담긴 오주사를 살펴보았다. 빨간색 가루는 은은하게 빛나며 유리병 안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오주사는 흑공과 신기가 만나 생성되는 희귀한 물질이었다. FEWK국에서는 전략물자로 취급되어 일반인이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세현은 무언가에 이끌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서랍에서 구식 코덱을 꺼냈다. 이 장치는 그가 항구에서 일할 때 동료에게 얻은 것으로, 대사국 검열을 피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었다. 세현은 A-17에서 본 모든 것을 코덱에 녹음했다.

"검은 수평선 사건... 크로멜로의 옛 도시... 신단..."

그는 코덱을 신호테이블에 연결했다. FEWK국의 역사에 대한 공식 기록들은 모두 대사국의 검열을 거쳤고, 동백국 시절의 진짜 역사는 많은 부분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러너들이 운영하는 비공식 네트워크에는 다른 정보들이 있었다.


검색 결과, 크로멜로는 동백국 시절 '해금도'라는 이름의 중요한 항구도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검은 수평선 사건 때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세현이 발견한 것은 도시가 파괴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가라앉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왜 도시를 가라앉게 했을까?"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옐로타운 보안부입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세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들킨 것일까? 그는 서둘러 오주사가 담긴 유리병을 주머니에 넣고, 코덱을 끄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문이 강제로 열리며 검은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세현 씨, A-17 구역에서 무단으로 수거한 물품을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대령대사국의 표식이 있는 배지를 달고 있었다.

"저는 대령대사국 특별조사관 리나입니다. 당신이 오늘 발견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세현은 옐로타운 중앙 관제탑의 심문실에 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그와 리나 조사관뿐이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은 체포된 것이 아닙니다." 리나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발견한 것은... 중요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았죠?" 세현이 물었다.

리나는 미소를 지었다. "A-17 구역의 신기 활성화는 FEWK 전역의 감지기에 감지되었습니다. 특히 오래된 신단이 깨어날 때는요."

"그럼 이미 알고 있었던 거군요."

"정확히는... 의심하고 있었죠. 크로멜로에 특별한 신단이 있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리나는 테이블 위에 홀로파일을 펼쳤다. 검은 수평선 사건 직전의 동백국 지도였다.

"크로멜로, 혹은 당시 이름으로 해금도는 다섯 개의 주요 신단이 있던 곳입니다. 동백국은 검은 수평선 사건을 다른 국가들보다 더 잘 견뎌냈죠. 그 비결이 바로 신단이었어요."

세현은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왜 도시를 가라앉게 했을까요?"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리나가 대답했다.

"뭐가 그렇게 중요했길래요?"


리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해금도의 중앙 신단은... 다른 신단들과 달랐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신기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신기와 흑공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신단이었죠."

세현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게 가능한가요? 신기와 흑공은 서로 상쇄되는 것 아닌가요?"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해금도의 신단은 달랐어요.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리나는 세현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오주사를 돌려주세요."


세현은 주저하다가 유리병을 건넸다. 리나는 병을 들어올려 빛에 비춰보았다.

"이건 일반적인 오주사가 아닙니다. 이건... '균형 오주사'라고 불러야 할까요?. 오주사는 원래 상당히 불안정하거든요. 지금처럼 가지고 있을 수도 없어요."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그건..." 리나가 말을 시작했을 때,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비상! 비상! A-17 구역에서 대규모 에너지 방출 감지됨! 모든 직원은 즉시 대피!"

리나와 세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늦었군요." 리나가 중얼거렸다.


A-17 구역으로 돌아온 세현과 리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신단은 이제 압도적인 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 빛은 점점 커져 구역 전체를 덮고 있었다.

"이게 뭐죠?" 세현이 소리쳤다.

"신단이 완전히 깨어났어요." 리나가 대답했다. "수백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리나는 망설였다. "우리는... 그냥 지켜봐야 합니다."


빛이 정점에 달했을 때,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추었다. 주변의 물이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중력의 법칙이 뒤틀린 것처럼, 물이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 옆으로 흐르기도 했다. 세현의 수트에 부착된 센서들이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렸다.


그때, 신단에서 나온 오색 빛줄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빛이 닿는 곳마다 검은 바닷속이 환하게 드러났고, 그 속에서 거대한 건물들이 형체를 되찾고 있었다. 마치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도시처럼. 처음에는 희미한 윤곽에 불과했지만, 점점 선명해지며 A-17 구역의 바닥이 완전히 열렸다.


도시는 단순한 폐허가 아니었다. 건물들, 길, 탑... 모든 것이 마치 어제 지어진 것처럼 보존되어 있었고, 도시 전체가 오색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도시가 차원의 베일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물리적 세계로 귀환하는 것이 느껴졌다.

"불가능해..." 세현이 속삭였다.

"해금도가 돌아왔군요." 리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시에서 빛줄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빛은 옐로타운을 넘어, 크로멜로 전체를 덮었다.

"저게 뭔가요?" 세현이 물었다.

"균형의 복원입니다." 리나가 대답했다. "검은 수평선 사건 이후, FEWK국은 신기와 흑공 사이의 불균형 상태에 있었어요. 해금도의 신단은 그 균형을 되찾게 해주는 열쇠였죠."


세현은 깨달았다. "그래서 광제가 도시를 가라앉힌 거군요. 미래에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광제의 계획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습니다. 도시는 물리적으로 가라앉았지만, 신단의 힘으로 일종의 차원 포켓에 보존되었어요. 바다 밑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차원에 존재했던 거죠. 오늘 당신이 신단을 활성화시키면서, 그 차원 포켓이 우리 현실로 다시 연결된 겁니다."

세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도시가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된 거군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에 있었으니..."

"그리고 그 시간이 지금인 것 같네요." 리나가 덧붙였다.


세현은 다시 한번 아래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검은 수평선 사건 이전의 마지막 순간에 보존된 도시. 그것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FEWK국의 미래를 위한 열쇠였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세현이 물었다.

리나는 미소를 지었다가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복잡해질 겁니다. 대사국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거예요. 대령대사국은 해금도를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보존하길 원하겠지만, 미모대사국은 흑공-신기 융합 기술의 잠재력을 연구하고 싶어할 거예요. 그리고 동백국의 옛 독립 세력들은 이를 상징적 회복의 신호로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럼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그때 리나의 통신 장치가 진동했다. 그녀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이제 시간이 없어요," 리나가 짧게 메시지를 확인한 후 말했다. "미모대사국과 난초국도 해금도의 활성화를 감지했어요. 그들의 특수 조사팀이 이미 크로멜로로 향하고 있을 겁니다. 몇 시간 내로 도착할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았죠?" 세현이 물었다.

"신단이 활성화되면 FEWK 전역의 감지 시스템에 기록됩니다. 특히 이 정도 규모면요." 리나가 말했다. "사실 난 당신을 체포하러 왔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죠. 당신이 필요합니다, 세현 씨. 당신은 이 신단과 특별한 연결고리가 생겼어요. 신단이 당신을 선택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요?" 세현은 자신을 가리켰다.

"네.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균형의 시대가 오려면, 저희 같은 수호자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요. 다른 대사국들이 도착하기 전에."


바다 밑에서 깨어난 옛 도시의 빛이 크로멜로의 밤하늘을 밝혔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의 신호였다.

세현은 그날 밤 늦게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리나는 그에게 당분간 아무에게도 이 일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사국들이 해금도의 귀환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현은 알고 있었다. 오늘 그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고고학적 발견이 아니었다. 그것은 FEWK국의 역사가 새롭게 써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바다 속 해금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여전히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균형의 빛.


세현은 자신이 그 빛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수중 양식장 관리자라는 평범한 일상은 이제 영원히 변했다. 그리고 어쩌면, FEWK국 전체도 그럴지도 모른다.

창가에 놓인 그의 돌칩이 은은하게 빛났다. 신단의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었다. 세현은 돌칩을 손에 쥐고 생각했다.


'이제 난 단순한 양식장 관리자가 아니야. 해금도의 비밀을 알게 된 증인이자, 그 도시를 깨운 사람이 됐어.'

그는 결심했다. 내일 아침 일찍, 다시 A-17 구역으로 가서 해금도를 더 조사할 것이다. 대사국들이 이 발견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였다. 일부는 해금도를 활용하길 원할 것이고, 다른 이들은 그 비밀을 다시 묻어버리려 할지도 모른다.

세현은 창밖으로 멀리 빛나는 해금도를 바라보았다.


'대사국들이 이 도시에 손을 대기 전에, 내가 먼저 알아내야 해. 해금도가 왜 가라앉았고, 왜 지금 돌아왔는지. 그리고... 이 도시는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지.'


그는 어쩌면 리나가 말한 '수호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해금도는 그저 연구 대상이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균형의 상징으로서, 그것은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어야 했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창밖으로, 오랜 잠에서 깨어난 도시의 빛이 크로멜로의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DALL·E 2025-02-28 23.35.04 - An epic underwater sci-fi scene where an ancient sunken city is being revived by a massive pillar of glowing energy. The lost metropolis, hidden for c.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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