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FEWK단편선 41>파이브헌드레드편. 저금리감정.

by 김동은WhtDrgon

너티즈엔 다른 곳에선 보기 드문 공장 굴뚝들이 하늘을 찌르듯 밀집해 있었다. 환경오염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보험회사들은 무료 헬스 모니터링 임플란트를 시혜처럼 나눠주었다—이 교묘한 감시의 방식은 어느새 사회의 모세혈관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 연수는 공장 검사원으로서의 또 다른 하루를 맞이했다. 손목 단말기가 불길한 붉은빛으로 깜빡였다—금일 이자율 68%. "심박수 상승률 23% 감지, 고객님, 고객님의 안정을 위해 호흡을 조절해 보세요," 머니봇의 부드럽지만 메아리처럼 공허한 음성이 그의 귓가를 찔렀다.


십 년 전, 너티즈는 거리는 한산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격렬한 논쟁으로 들끓었다. "감정을 데이터로 환산해 관리하다니! 우리가 가축인가?" 수많은 포럼이 분노로 불탔지만, 즉각적인 할인 혜택이라는 미끼 앞에 원칙을 둘러싼 논쟁은 흐지부지 사라져갔다. 누군가 불합리하다는 글을 썼지만, 답글들은 싸늘한 무관심으로 가득했다. "결과가 증명하잖아!", "건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이들과 보험료를 똑같이 내는 건 불공정해.", "그래서 어쩌라고? 싫으면 안하면 되지." 보험업이 교묘하게 대출업과 결합하면서, 결국 임플란트 없이는 사실상 돈을 빌릴 수 없는 암묵적 강제의 시대가 열렸다.


이 연수는 끝없이 이어지는 공장 벨트 앞에 체념한 몸짓으로 섰다. 단말기가 그의 모든 스트레스 신호를 기계적으로 기록했다. "평균 심박수 85bpm, 최적 금리는 35%. 70 이하로 유지하면 금일 이자 10% (최대) 적용 가능." 그는 숨을 억누르며 불안이라는 바다를 삼키려 했지만, 단말기는 여전히 푸른빛으로 깜빡였다—이자율 73%. 3년 전 무자비한 화재가 어머니를 앗아간 그날, 머니봇이 알고리즘적 연민을 가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객님, 고객님의 안정을 위해 재설계된 금리입니다. 동의하지 않으실 경우 언제라도 원금을 반환하고 대출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문질렀다—그날 흘린 뜨거운 눈물이 이 차가운 빚을 낳았고, 기억 속 어머니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흐릿한 그림자로 변해갔다.


동료 태수가 무심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또 깜빡이네? 감정을 끊어, 연수야." 그는 퀭한 눈으로 텅 빈 웃음을 지었다. "나도 옛날엔 너 같았어. 근데 감정조차 감정적이잖아. 느끼지 않으면 불편도 없어." 이 연수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걱정도 안 돼?" 태수가 기계적인 친근함으로 그의 어깨를 쳤다. "봐, 난 담배도 피고 거기다가 지금 내가 널 걱정해주잖아. 감정없는 괴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니까." 이 연수는 그 텅 빈 눈빛에서 어떤 온기도 느끼지 못했다—그것은 그저 공기의 진동, 의미 없는 소음일 뿐이었다. "난 어머니를 잃고 싶지 않아," 그는 자신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결국 그는 운명을 받아들이듯 신경 차단 수술을 받았다. 살균제 냄새가 배어나오는 클리닉에서 의사가 전문가적 웃음을 지었다. "불안만 지웁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추천드려요." 차가운 금속이 그의 두개골을 뚫었다. 순간, 짧은 불꽃이 튀듯 모든 감각이 끊어졌다—어머니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멀어졌다. 수술 후, 그의 눈은 텅 빈 창문처럼 변했다. 커피를 마셨다—광고가 약속했던 그 만족감이 있었다. 그저 맛이 없었다, 뜨거운 액체일 뿐. 그 만족감은 커피를 사는 순간 이미 다 소진된 듯했다. 길거리에서 싸우는 커플을 봤다—그저 소음이었다. 마치 출력된 듯한, 누구라도 그랬을 법한 정제된 분노. 그게 전부였다. 단말기가 승리의 푸른빛으로 빛났다—이자율 10%.


그러나 벨트 옆에서 기계적으로 작업 중이던 어느 날, 단말기가 갑자기 경고음과 함께 깜빡였다. "감정 데이터 오류." 오래된 누적 데이터가 인위적 억제를 뚫고 새어 나왔다. 그는 잠시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떠올렸다—그 마지막 기억마저 완전히 사라질 위기였다. "이대로 잊을 순 없어." 태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뭐야, 또 과다 오류야? 이럴 때 먹으라고 약 안 받았어?" "우리 엄마는 너한테도 잘 해줬잖아. 기억해?" 태수는 갑작스러운 기억의 파편에 흔들리듯 눈을 피했다.


연수는 결국 온통 깜빡이는 광고와 과장된 약속으로 가득한 스팸 메일에서 구원의 빛을 발견했다. 「단 한 번의 조작으로 영원한 자유를! 감정 데이터 피드백 루프 과부하로 이자율을 영구적으로 0%로 만드세요!」 임플란트 자가 조정 키트, 수술이나 전문 지식 없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황당한 약속이 그의 절망에는 마지막 희망으로 다가왔다. 태수에게는 잔소리가 싫어서, 아니 어쩌면 그 마지막 남은 기억의 조각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서 말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정말로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창문도 없는 어두운 밤, 연수는 야근 휴식 중 벨트 옆 사무실에서 값싼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키트를 꺼내 떨리는.손으로 단말기에 연결했다. "비인가 접근 감지. 피드백 루프 과부하 경고." 패키지 설명서에 적힌 코드를 서둘러 입력했다. 단말기 화면이 경련하듯 깜빡이며 "이자율 0% 오류"라는 문구가 떴다. 서버와 단말기 사이의 연결이 흔들렸다. "이자율 조정 불가. 계약 위반 감지. 부채 회수 절차 개시," 머니봇의 음성이 갑자기 기계적인 냉정함으로 변했다. 손목 임플란트가 마치 생명체처럼 혈관을 파고들며 그의 피부가 타들어갔다. 그는 남은 몇 초 동안 손가락을 미친 듯이 움직였다. 마침내 서버 연결이 끊어졌다. 손목이 붉게 달아오르다 멈췄다. 그는 공장 바닥에 쓰러졌다—희미한 숨소리만이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 남았다.


며칠 뒤, 노점에서 청년 둘이 싸구려 술 '그레이트굿' 한 병을 사이에 두고 떠들고 있었다. "또 사고 터졌대. 서버 먹통 때문에 내 이자율 올라갔잖아. 이젠 미인가 임플란트 갯수당 이자가 가산된대." "뭐? 문신 홀로그램이 다 미인가지 그럼 허가된 것도 있나? 우리같은 사람만 조지는 거지. 그럼 넌 몇 개냐 대체? 이게 왠 날벼락이야." 다른 청년이 눈을 치켜뜨며 맞장구 쳤다. "불법 대출자 때문이야. 이러니까 기업이 이자율 낮추고 싶어도 못하지."


공장은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돌아갔다. 연수는 그날의 부작용으로 감정 없는 목석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된 연수의 이자율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태수는 갑갑한 마음에 공장을 나와 담배를 피웠다. 그때 손목 단말기가 푸른빛에서 점차 보라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서로 밀고 당기며 흐릿한 경계를 만들었다. "주의: 심박수 변동 감지. 이자율 11%로 조정 임박." 태수는 흔들리는 불빛을 응시하며 천천히 담배를 입에서 뗐다. 그는 손목을 내려다보며 평소와 다른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단말기 불빛은 잠시 후 다시 안정적인 푸른색을 찾았지만, 그의 눈에 깃든 날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 2025 WhtDrgon. All rights reserve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FEWK단편선 40>퓨어로열편. 이게 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