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K단편선 40>퓨어로열편. 이게 술이지!

by 김동은WhtDrgon

퓨어로열 지방, 굿뉴스 시의 전통주 공장은 퓨어로열의 심장이자 자부심이었다.

강 원로는 손때 묻은 항아리로 술을 빚던 마지막 장인이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술은 퓨어로열 쌀 향을 품고 바람처럼 입안을 맴돌았다. 한 모금이면 혀끝의 건조함이 녹아내리고, 은은한 단맛과 깊은 여운이 목구멍을 타고 온몸에 퍼졌다. "술이란 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거요," 그는 늘 말했다.


공장 구석에 줄지어 선 항아리들은 퓨어로열의 역사를 품고 있었다. 강 원로는 낡은 양조 일지를 꺼냈다. 할아버지의 글씨가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펼쳐졌다. "쌀은 백 번 씻어야 한다. 물은 북쪽 산의 물을 써야 한다. 그 물에 술의 혼이 담겨 있다." 그는 일지를 가슴에 안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되새겼다—퓨어로열의 마지막 장인, 그의 손이 멈추면 진짜 술도 멈출 터였다.


DALL·E 2025-03-02 12.34.36 - A cyberpunk distillery where a traditional Korean master brewer is crafting soju in an old wooden vat. The brewery combines neon-lit futuristic machin.jpeg


그러나 이제 그 항아리들은 먼지를 뒤집어썼다. 공장 안 금속 건물에서 미모대사국의 흑공 메카트로닉스 시스템이 연기 없이 더 빠르고, 더 정밀하며, 더 싼 술을 뱉어냈다. 강 원로는 지원금에 묶여 그곳에 남았다. 그의 역할은 단순했다. 기계가 만든 "그레이트굿" 합성주를 한 모금 마시고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말하는 것. "이건 전통의 맛이여~" 그러나 녹아내린 플라스틱의 잔해 같은 향이 입안을 태웠다——처음엔 지독했던 그 맛이 이젠 대충 익숙해졌다.


퓨어로열 사람들은 강 원로의 전통주를 사랑했지만, 그레이트굿이 나온 뒤 모든 게 달라졌다. 합성주는 리터당 십분지 일값이었고, 전통주는 반대로 10배로 비싸졌다. 돈 없는 이들은 그레이트굿을 골랐다. 이 기술은 미모대사국의 군사용 실험실에 오염물질 제거장비의 것이었다. 아세톤을 효소 산화 처리로 독성을 억눌렀지만, 특유의 고약한 맛이 남았다. 전통주향 합성착향료가 그 맛을 감췄지만, 강 원로의 심정은 비참했다. "기계 술엔 영혼이 없다," 그는 중얼거렸다.


어느 밤, 길거리 노점을 지나던 그는 두 청년을 봤다. 그들이 그레이트굿 병을 들고 외쳤다. "캬아, 이게 진짜 술맛이지!" 한 청년이 그를 알아보고 병을 내밀었다. "어, 할배! TV에 나오는 그 할배 맞죠? 이거 전통 아니에요?"

강 원로는 손을 저었다. "그건 술이 아니야."

청년이 웃었다. "겸손하시네. 이래야 술이지, 부자 술 따위 누가 마셔요?" 그들의 웃음이 그의 기억을 찢었다. 노점 벽 포스터—웃는 강 원로가 "이건 전통의 맛이여!"를 외치는 모습—이 그들을 내려다봤다. 그 순진한 얼굴들에 그의 목소리가 얹혀 그 쓴맛을 즐겼다.


"내 손이 저들을 속였다." 그는 공범임을 깨달았다. 퓨어로열 농산물로 만든 술로 지역경제가 돌아가야 모든 이들이 풍요를 나눌 수 있는데, 그는 속으로 한탄했다. "왜 이렇게 모두 가난뱅이가 돼서 아세톤 액체를 마셔야 하나?" 그의 목소리는 잊힌 전통의 비석을 세우는 망치 소리였다. 집에서 그레이트굿 병을 쳐다봤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통을 누릴 돈따위는 없었고, 자신도 돈 없이 술을 만들 수는 없었다. 녹아내린 잔해 같은 향이 숨을 억눌렀다. "이게 내가 살아가는 세계인가?"


다음 날, 그는 술을 끊었다. 공장에 들어서며 더 밝게 웃었다. "이건 전통의 맛이여~" 카메라 앞에서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그는 광고를 더 열심히 찍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결심이 싹텄다. 그는 소중한 일지를 신중하게 '버렸다.'


시간이 흘렀다. 퓨어스테이트의 청년들이 양조장을 열었다. 그들의 술은 궁정구 부유층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강 원로의 전통을 재현하면서도 구태를 털어내고 한 걸음 나아갔다,"라는 찬사가 퍼졌다. 합성 양조로 타락한 전통을 개척한 이들이었다.

한 청년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저희가 인수한 옛 양조장 터에서 발견한 낡은 일지가 핵심입니다. 유해물질을 철저히 정제한 퓨어로열 북쪽 산의 물을 백 번 씻은 쌀로 빚었습니다. 그 혼이 우리 술에 담겼습니다."

강 원로는 소식을 들었다.


그 사이 그레이트굿즈의 원가는 더 절감됐다. 아세톤 대신 "뷰티안올"이라는 알콜대체제가 사용됐다. 미모대사국의 장비는 그것의 독성도 아슬아슬하게 정제해냈다.

퓨어스테이트를 의식한듯 "이건 전통의 맛이여~"대신 "이게 진짜 술이지!"가 캐치프레이즈로 등장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 말이 거짓이라는 마음조차 흐려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그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웃었다.

그는 광고를 찍을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레이트굿을 마셨다.

한때 전통주를 찾던 노점상도, 시장의 장인들도 사라졌다.

길거리 노점에서도 청년들이 그레이트굿을 마시며 "이게 진짜 술이지!"를 외쳤다.


"이게 진짜 술이지!" 포스터 속 그의 웃음이 그들을 내려다봤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술은 끊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거짓을 쌓았다. 그러나 퓨어스테이트에서, 그의 전통은 바람처럼 퍼졌다. 그의 웃음은 이곳에 묻혔고, 그의 손끝은 저곳에서 숨 쉬었다.


DALL·E 2025-03-02 12.34.03 - A small traditional brewery workshop where young artisans are studying an old brewing journal and crafting traditional Korean liquor. The room is fill.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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