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갈비뼈 13" 박윤철은 오늘도 포옹하러 가야 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데이터 패드를 확인했다. "일정"이라고 쓰인 파일을 열자, 길고 긴 리스트가 떴다.
그 중 오늘의 일정은 4개였다.
08:00 - 리카르도 (본 콜렉터, 정보원)
10:00 - 도슨 (본 콜렉터, 전직 밀수업자)
14:00 - 이가라시 (개척러너 예비역, 전 로세아 특수부대)
19:30 - 아드리아나 (본 콜렉터, 사이버네틱스 수술사)
매일, 닥터 세인트의 뼈들을 가진 이들은 서로 만나야 했다. 아니, 강제로 만나야 했다.
박윤철은 거울 앞에 서서 셔츠 단추를 채우며 자신의 흉터를 바라보았다. 세 개의 탄흔과 그 아래 넓게 퍼진 화상 자국. 대령대사국과 본 콜렉터 간의 그 끔찍했던 사흘간의 전투에서 얻은 상처였다. 그때 그는 죽을 뻔했다. 그의 왼쪽 갈비뼈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었다.
가슴뼈 아래쪽, 정확히 그의 왼쪽 갈비뼈 13번 자리에 박혀 있는 특수 임플란트가 은은한 진동을 일으켰다.
"윤철, 출발할 시간이다. 오늘 첫 번째는 리카르도, 그 다음은 도슨이군."
그는 피식 웃으며 셔츠를 끝까지 채웠다. 갈비뼈 13은 결코 조용한 뼈가 아니었다. 처음 이식받았을 때는 그 목소리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이 상황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죽은 남자의 뼈가 자신의 몸 안에서 말을 하고 있다니.
"알았어," 그는 중얼거렸다. "가자고."
리카르도는 본 콜렉터의 정보원이었다. 전쟁 당시 그는 이중 스파이였고, 닥터 세인트의 척추 뼈 4번을 이식받았다.
윤철이 작은 카페에 들어서자 리카르도는 이미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윤철이 입장하는 순간 몸을 경직시켰다. 언제나 그랬다. 어둠 속에서 적을 발견한 동물처럼.
"와줘서 고마워." 리카르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철은 아무 말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리카르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색하게 팔을 벌렸다. 윤철은 처음 몇 초간 망설였다. 이 남자에게 포옹한다는 것은... 그의 몸이 거부감을 표했다. 하지만 갈비뼈 13이 가슴 안에서 강하게 진동했다. 결국 그는 한 발짝 다가섰다.
그들은 포옹했다. 속죄의 포옹이었다. 윤철은 리카르도의 등에 전쟁의 흉터가 선명한 것을 느꼈다. 자신이 남긴 흉터였다. 그의 손바닥이 그 흉터 위에서 떨렸다.
"좋은 아침, 친구들!" 갈비뼈 13이 환호했다.
"리카르도, 어제 약속했던 데이터는 가져왔나?" 갈비뼈가 물었다.
"물론이지. 윤철의 스캔 결과도 첨부했어. 닥터 세인트의 뜻대로 진행 중이야." 척추가 응답했다.
"닥터 세인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서로를 이해하라'였어." 갈비뼈가 말했다.
"아니야, 내가 기억하는 그는 '이건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어." 척추가 정정했다.
이 뼈다귀들의 대화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단순한 데이터 교환이 아니야," 윤철이 리카르도의 귀에 중얼거렸다. "더럽게 감정적인 일이라고."
"우리의 숙명이지," 리카르도가 체념한듯 속삭였다.
포옹이 끝나자 윤철은 리카르도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그의 정보 때문에 자신의 부대원 다섯 명이 죽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은 서로의 편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였다.
"토마스한테 편지 좀 전해줄 수 있어?" 리카르도가 작은 봉투를 꺼내며 물었다.
"그 쪽은 왜 직접 연락하지 않아?" 윤철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리카르도는 고개를 숙였다. "그럴 면목이 없어. 내가... 그의 아들을 죽인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 얼굴을 보면..." 그는 말을 멈췄다. "난 감당할 수 없어."
윤철은 말없이 봉투를 받았다. 그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그들 모두는 서로를 직접 볼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갈비뼈 13 덕분에, 아니 어쩌면 저주 덕분에, 그들은 계속해서 만나야 했다.
도슨은 본 콜렉터 소속으로, 원래 장기 밀매업을 하던 놈이었다. 지금은 닥터 세인트의 대퇴골 22번을 가지고 살아간다.
윤철은 솔트미러 지방의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도슨의 아지트로 향했다. 두 해 전, 그는 이 골목에서 도슨의 부하들과 총격전을 벌였다. 그때 도슨의 다리를 쏴버렸던 기억이 선명했다. 그 후 도슨은 닥터 세인트의 대퇴골을 이식받았다. 아이러니한 운명이었다.
이 골목을 지날 때마다 윤철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떨렸다. 전투의 기억이 플래시백처럼 그를 덮쳤다. 귓가에 울리는 총성, 피비린내, 부하들의 비명...
"안정을 취해, 윤철," 갈비뼈 13이 속삭였다. "이건 기억일 뿐이야."
"난 평화가 좋아," 팔꿈치 뼈가 덧붙였다. "전쟁이 끝난 건 축복이야."
윤철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의 가슴 속에서 뼈들이 자기들끼리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작은 라디오를 여러 개 켜놓은 것 같았다.
윤철은 도슨의 아지트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몸집의 남자가 문을 열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완벽했다. 누가 봐도 인공 다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윤철! 아, 제기랄. 또 그놈의 포옹 시간이냐?"
도슨의 눈에는 여전히 미묘한 증오가 깃들어 있었다. 윤철은 그것을 무시하려 애썼다.
"네 뼈가 네트워크를 요구하는데 어쩌겠어. 안으면 끝이야."
도슨은 투덜거리면서도 팔을 벌렸다. "지난번에 내 부하 세 명이 개척러너 순찰에 걸렸어. 그래도 포옹해야 되는 거야?"
윤철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건 아니야."
두 남자는 잠시 어색하게 서로를 껴안았다. 윤철은 도슨의 등을 토닥이다 멈췄다. 그의 손이 몸의 의지와 무관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다시 돌아왔다. 도슨의 다리를 쏴버렸던 순간, 비명 소리, 피... 그는 숨을 급하게 들이켰다.
도슨도 그것을 느꼈는지 경직되었다. "괜찮아?"
윤철은 대답 대신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몸 안에서 데이터 교환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이다, 친구들!" 갈비뼈 13이 환호했다.
"도슨, 너 요즘 무리했냐? 골밀도가 약해졌는데?" 갈비뼈가 물었다.
"윤철, 지난달보다 신경 회로 반응이 빨라졌어. 튜닝했나?" 대퇴골이 반문했다.
"아, 그리고 케이틀린이 안부 전해달래." 대퇴골이 덧붙였다.
뼈들이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쟁도, 갈등도 모른 채 단지 다시 만난 것을 기뻐했다. 윤철과 도슨은 서로를 껴안은 채 한숨을 쉬었다.
도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또 PTSD야? 나도 가끔 그래."
윤철은 천천히 포옹에서 풀려났다. "항상 이렇게 소름끼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어? 우리 몸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 주인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냐?"
"그러게. 근데, 너 차라도 한 잔 줄래? 그리고... 케이틀린이 누구야?"
도슨이 씁쓸하게 웃었다. "내 대퇴골이 네트워크에서 만난 여자야.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라고."
둘은 마지못해 소파에 앉아 차를 마셨다. 뼈들이 근황을 주고받는 동안, 인간들도 그렇게 근황을 나눴다. 도슨은 이번 달 밀수 루트에서 개척러너 예비역들에게 또 들켰다고 투덜댔고, 윤철은 최근 개척러너 모임에서 본 콜렉터들이 신경 쓰인다고 이야기했다.
"기억나?" 도슨이 갑자기 물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윤철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잊을 수 있겠어? 내 부대원 절반이 죽었어."
"우리도 많이 잃었지." 도슨이 중얼거렸다. "근데 이제 우린 매일 이렇게 만나서 차를 마시고 있어."
윤철은 문득 이 상황의 기묘함에 웃음이 나왔다. "적과의 커피 타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적이라..." 도슨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윤철은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까? 어색한 동료? 피할 수 없는 인연?
도슨은 서랍에서 봉투를 꺼냈다. "라미레즈에게 좀 전해줄래? 내가 직접 연락하기엔..."
"알아. 면목이 없다는 거지. 다들 그래." 윤철이 봉투를 받으며 말했다. "왜 우리는 서로 연락하지 못하는 걸까? 다들 SNS는 있잖아."
도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을 보면..." 그는 말을 고르는 듯했다. "참을 수가 없어. 그들의 얼굴을 봐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도... 알잖아. 우린 서로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이었어. 그 눈을 마주하면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
윤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경계를 놓지 않는 대화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이 만남을 거부하지 않았다.
포옹이 끝나고 윤철이 일어설 때, 도슨이 물었다.
"그 뼈... 말 많이 해?"
윤철은 잠시 멈췄다.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제는... 없으면 외로울 것 같아. 너는?"
"가끔... 내가 닥터 세인트의 꿈을 꾸는 것 같아." 도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기억 같은 거."
윤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밤에도 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되어 수술실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뼈를 만지는 손길, 그 손길 속에 담긴 애정...
"네가 꿈에서 본 건 그의 기억이야," 갈비뼈 13이 갑자기 말했다. "그는 네가 완성해주길 기다리고 있어."
윤철은 말을 삼켰다. 이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이가라시는 한때 로세아 특수부대 소속이었다. 닥터 세인트의 척추 7번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윤철은 같은 개척러너 예비역이었지만, 전쟁 후에는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이가라시는 척추 이식 후 은퇴를 선택했다.
윤철은 이가라시의 작은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이가라시는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등이 곧게 펴져 있었다. 예전의 그는 항상 구부정했었다.
"오랜만이군, 윤철."
"그래. 포옹 시간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도 이거 별로 안 좋아한다."
"서로 똑같은 말만 매달 반복하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 순간부터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마치 의식처럼. 둘은 포옹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형제여, 우리가 다시 만났구나!" 척추가 환호했다.
"이가라시, 너 최근에 허리가 안 좋다던데 좀 괜찮아졌냐?" 갈비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윤철, 너는 아직도 개척러너 모임에서 혼자 지내냐?" 척추가 다정하게 물었다.
그의 척추와 윤철의 갈비뼈가 네트워크 데이터를 교환하며 신나게 떠들었다.
윤철과 이가라시는 한숨을 쉬며 바닥에 앉았다. 이가라시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불을 붙였다.
"기억나?" 이가라시가 물었다. "우리가 로세아 전선에서 같이 싸웠을 때?"
윤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등을 부상에서 구한 건 내가 맞아."
"그래," 이가라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내 등은 결국 닥터 세인트의 척추로 바뀌었지."
"우리 모두 뭔가를 잃었어."
이가라시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솔직히 우린 뭐가 된 거냐?"
윤철은 어깨를 으쓱였다. "적이면서도… 친구?"
"우리가 말이야?" 이가라시는 코웃음을 쳤다. "아, 제기랄. 그 말이 맞는 게 더 기분 나쁘다."
둘은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 갈비뼈와 척추는 여전히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다.
"바깥 세상은 어때?" 윤철이 물었다.
"평화롭지," 이가라시가 대답했다. "전쟁은 끝났어. 우리 안에서만 계속되고 있을 뿐이야."
윤철은 그 말에 무거움을 느꼈다. 그들의 전쟁은 정말 끝난 걸까? 아니면 그저 다른 형태로 남아있는 걸까?
아드리아나는 사이버네틱스 전문 외과의였다. 닥터 세인트의 손목뼈를 가지고 있었고, 기계공학과 의학을 넘나드는 재능을 지닌 여자였다. 그녀는 본 콜렉터 소속이었지만,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본 콜렉터들의 수술을 담당했다.
윤철은 그녀의 클리닉 앞에 도착했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시설이었다. 그녀는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목에는 미세한 회로 무늬가 보였다.
그녀는 윤철을 보자마자 팔짱을 꼈다. "포옹할 시간인가?"
"안 하면 너희 뼈가 난리치잖아."
"에휴. 어서 와."
그들은 가볍게 포옹했다. 그리고…
"오, 드디어 만났군! 아드리아나, 너 이번에 수술한 팔 좀 보여줘." 갈비뼈가 흥분해서 물었다.
"윤철, 넌 아직도 아날로그 총만 쓰냐?" 손목뼈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드리아나는 피식 웃었다. "이 뼈들, 진짜 시끄럽다."
윤철도 씁쓸하게 웃었다. "자기 뼈를 이렇게 만든 닥터 세인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 포옹은 다른 포옹들과 달랐다. 윤철은 아드리아나와 포옹할 때 묘한 유머와 냉소가 느껴졌다.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나 혐오가 아닌, 호기심이 반짝였다.
그들은 아드리아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벽에는 다양한 인체 도감과 의학 자격증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윤철에게 차를 건네며 물었다.
"매번 묻지만, 그 뼈가 뭐라고 하는지 정말 알 수 있어?"
윤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내 생각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해. 처음엔 미쳐가는 줄 알았어."
"내 손목도 그래," 그녀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때론 내가 수술할 때 갑자기 조언을 해. 심지어 내가 배운 적 없는 기술을. 한번은 거의 죽어가던 환자를 손목이 혼자서 살려냈어."
"그게 닥터 세인트의 지식인가?"
"그 이상이야,"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 이론으로는... 그의 의식 일부가 뼈에 남아있는 거야."
아드리아나는 서랍에서 스캔 결과를 꺼냈다. "다른 임플란트와 달리, 닥터 세인트의 뼈는 시간이 지날수록 숙주와 더 깊이 통합돼. 보통은 거부반응이 있는데, 이건 반대야. 마치..."
"우리를 닮아가는 것 같아?" 윤철이 말을 이었다.
"아니면 우리가 그를 닮아가는 거지," 아드리아나가 말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금빛 노을이 도시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아마 외로웠겠지."
윤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야?"
"닥터 세인트는 자신의 뼈를 나눠주기 전에 광범위한 신경 네트워크를 각 뼈에 심었어. 그는 분명 자신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 안에 심고, 그들이 서로 연결되길 원했을 거야."
윤철은 처음으로, 닥터 세인트의 의도가 단순한 초월적 실험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일부를 남긴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 연결되길 바랐던 게 아닐까?
"우리가 원수였다는 걸 알았을까?" 윤철이 물었다.
아드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리고 그는 우리가 포옹하게 만들었어."
그 말에 둘은 웃음을 터뜨렸다. 뼈들의 수다 소리가 그들 사이에 울려 퍼졌다.
"오늘 로이스가 죽었어," 아드리아나가 갑자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뼈를 널 위해 남겼어."
그녀는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가 남긴 말은... '갈비뼈 13에게 돌려달라'였어. 온 김에 이식해줄까?"
윤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드리아나와의 만남을 마치고, 윤철은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다른 도시로 가야 했다. 새로운 명단, 새로운 포옹들. 그는 침대 위에 여행 가방을 올려두고 열었다. 안에는 오늘 받은 편지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배달부가 된 기분이었다.
라미레즈에게, 서진에게, 케이틀린에게... 그들 모두 서로를 직접 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전쟁의 기억들. 그들이 서로에게 가한 상처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연결되고 싶어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이상한 순례가 처음 시작됐을 때, 그는 분노했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적들과 강제로 포옹해야 한다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이 만남들이 주는 기묘한 위안을 느끼게 되었다.
갈비뼈 13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수고했다, 윤철. 내일은 다음 도시로 가야 해."
"다음은 누구지?" 윤철이 물었다.
"킴, 에릭, 소피아... 그리고 다른 친구들." 갈비뼈가 대답했다.
"나는 만난 적 있어!" 팔꿈치 뼈가 흥분해서 말했다. "소피아는 정말 다정하고, 에릭은 완고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안부 좀 전해줘." 윤철이 중얼거렸다. "난 이제 잘게."
그는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끝없는 포옹의 순례는 계속될 것이다.
포옹을 통해, 그들은 천천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닥터 세인트의 뼈들은 그들에게 다시 만날 이유를 주었고, 마침내 서로를 인간으로 볼 기회를 주었다.
편지를 전달하고, 안부를 물으며, 그들은 서로에게 직접 말할 수 없는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미안해. 용서해. 살아줘서 고마워. 그들은 결코 그런 말을 직접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포옹은... 포옹은 가능했다.
조금은 감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없었다면, 그들은 영원히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살아갔을 테니까.
그는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당신의 순례를 마치겠습니다, 닥터 세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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