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 크레센트의 하늘이 밤보다 검게 물들었다.
시민들은 알았다. 이것이 끝이라는 것을. 거대한 흑공 쓰나미가 도시를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대령대사국의 차가운 경보가 울렸고, 특권층만을 위한 탈출 명령이 내려졌다. 헬리콥터들이 지배층을 태우고 무정하게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아레나 타워 옥상에서는 네 명의 인물이 무거운 운명을 짊어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빛을 잃은 세상의 마지막 불꽃 같은 존재, '라스트 라이츠(Last Lights)'였다.
최후의 연주자들.
목소리를 잃은 자들의 음성.
도시의 마지막 희망.
아레나 타워 옥상의 금속 무대 위에서 카일 블랙의 손가락이 기타 현을 스쳤다. 연습이 아니었다. 경고도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거대한 앰프들이 무대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기도하는 수도사들처럼 묵묵히 서 있었다. 서치라이트들은 심판의 빛처럼 그들을 향해 있었다.
"우린 소음이 아니야," 카일이 중얼거렸다. "우린 침묵의 배반이지."
그의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밤, 모든 사람이 들을 것이니까.
레이 '더 리퍼'는 드럼 세트 앞에 않아 스틱을 손가락 사이로 돌렸다. 그의 손마디는 고단한 삶의 흔적으로 갈라져 있었다. "이 도시의 심장은 내가 두드린다."
루나 체르비는 마이크 앞에 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때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후 자신의 영혼을 찾는 과정에서 거칠어졌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거야."
사토 '베이스맨'은 침묵 속에서 베이스를 조율했다. 그의 손가락은 거칠지만 위트니스의 기억과 고향의 폐허를 간직하고 있었다. "소리의 기반은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탈출을 선택하지 않은—아니, 선택할 수 없었던 도시민들이 타워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희생양이었다. 버려진 자들이었다. 대령대사국은 이들의 최후 연주를 전 도시에 중계하기로 했다.
그것은 자비가 아니었다. 경고였다. 권력자들이 돌아올 때를 위한 기록이었다.
"우린 그들의 오락거리가 아니야," 카일이 말했다. "우린 역사의 증인이지."
흑공의 첫 물결이 도시 외곽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서로를 툭툭 털듯 포옹하고 각자의 자리에 섰다.
카일의 손가락이 첫 번째 코드를 내리쳤다. 그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반항의 선언이었다.
카일의 손가락이 기타 넥을 따라 춤을 췄다. 그의 리프는 공기를 찢었고, 흑공은 그 소리에 전율했다. 디스토션과 피드백이 그의 영혼의 갈라진 틈처럼 울려 퍼졌다.
"이 도시의 시끄러운 침묵 속에서, 내 손가락은 말할 수 없는 진실을 말했지. 네가 날 버렸을 때, 내 기타는 날 버리지 않았어."
그의 디스토션이 증폭되자, 흑공이 꿈틀거렸다. 고통스럽게 들리는 소리, 하지만 그것은 실상 가장 순수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이 손의 굳은살들을 봐!" 카일이 절규했다. "이건 너희들이 내게 준 유일한 선물이야.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법!"
그의 기타 솔로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디스토션이 감정을 왜곡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증폭시켰다. 아무도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정을. 아무도 직면하지 않았던 진실을.
카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고아원의 철창 너머로 기타 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 쓰레기통에서 찾은 부서진 기타로 독학했던 날들. 공연장 앞에서 "너 같은 쓰레기는 필요 없다"며 내쫓겼던 순간들. 대령대사국의 라이선스를 받던 날, 그들이 속삭였던 말. "너는 결국 소모품일 뿐이야."
"네가 내게 무대를 주었지만, 난 내 영혼을 스스로 만들었어!"
그의 손가락이 기타 현을 따라 미끄러졌다. 피가 맺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이제 흑공을 가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영혼이 직접 흑공과 대화하는 것처럼.
"이 금속성 외침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야," 그가 절규했다. "이건 세상이 무시한 진실의 목소리야!"
레이의 스틱이 드럼 위에서 번개처럼 움직였다. 블라스트 비트. 인간의 심장 박동을 뛰어넘는 속도. 그것은 생명의 한계를 초월하는 몸부림이었다.
"차가운 금속 위의 내 심장 박동, 네가 감히 죽인 시간의 흐름, 이 리듬은 네가 강요한 질서에 대한 반란이야."
레이의 드럼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발견한 자유였다.
그는 갱단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그를 '더 리퍼'라 불렀다. 그가 생명을 거두는 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이 이미 죽은 자 같았기 때문이었다. 러너로 활동하며 대령대사국의 더러운 일들을 처리했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유는 소유가 아닌 포기에서 온다는 것을.
"모두가 내 삶을 규정했지만, 내 드럼만은 진실을 말했어!"
블라스트 비트가 점점 빨라졌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속도. 그의 손목에서 피가 맺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광기 같은 드럼 비트 속에서, 그는 가장 선명한 자아를 발견했다.
"폭풍우 속에서 드럼을 치는 것은 광기가 아니야," 그가 절규했다. "진정한 광기는 폭풍 속에서도 질서를 바라는 거야!"
레이의 드럼 비트가 흑공과 충돌했다. 그 순간, 흑공은 마치 그의 리듬에 맞춰 춤추는 듯했다. 혼돈 속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질서.
"내 심장 박동은 이 도시의 것이 아니야," 그가 외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를 위해 뛰어줄게!"
사토의 손가락이 베이스 현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의 음악은 눈에 띄지 않았다.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없이는 모든 것이 무너졌을 것이다.
"날 보지 못해도 괜찮아. 내 존재는 느껴지는 거니까. 이 낮은 진동이 너의 존재를 떠받치고 있어."
도쿄 폐허에서 온 그는 이방인이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쓰레기를 만들고, 밤에는 러너로 쓰레기를 치웠다. 그의 존재 자체가 모순이었다. 하지만 그 모순 속에서 그는 진실을 찾았다.
"베이스는 눈을 위한 게 아니야," 그가 중얼거렸다. "심장을 위한 거지."
그의 저음이 건물의 기초를 타고 올라갔다. 흑공이 그 진동을 느끼고 반응했다. 그것은 대화였다. 사토의 영혼과 흑공의 본질 사이의.
"난 눈에 띄지 않아. 하지만 그건 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보이지 않아."
그의 베이스 라인은 도시의 기반처럼 울렸다. 그것이 없었다면, 나머지 음악은 공중에 떠 있는 것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격렬한 기타와 드럼, 그리고 강렬한 보컬에 매료되지," 그의 손가락이 베이스 줄을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있기 때문이야."
루나 체르비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그녀의 스크리밍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분출이었다.
"내 목소리가 찢어질 때, 내 영혼이 가장 온전해져. 이 절규는 너희가 금지한 진실의 소리야."
그녀의 목소리는 천천히 시작했다. 속삭임에서 중얼거림으로. 중얼거림에서 노래로. 노래에서 외침으로. 외침에서 절규로.
상류층 출신의 그녀는 완벽한 삶을 살았다. 완벽한 교육, 완벽한 예절, 완벽한 미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스크리밍을 들었을 때, 그녀는 깨달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완벽함이 아닌 솔직함에 있다는 것을.
"내 목소리가 깨끗하지 않다고? 그래, 내 삶도 깨끗하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절규가 흑공을 뚫고 나갔다. 그 소리는 마치 도시의 영혼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억압되고, 무시되고, 버려진 영혼들의.
"모두가 내게 조용히 하라고 했어," 그녀가 외쳤다. "하지만 침묵은 동의가 아니야.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거야!"
루나의 보컬 테크닉은 완벽하지 않았다. 때로는 거칠었고, 때로는 불안정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녀의 음악을 진실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완벽한 거짓보다 불완전한 진실.
"스크리밍은 파괴가 아니야," 그녀가 절규했다. "이건 재창조야!"
그녀의 목소리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흑공은 그녀의 감정에 압도되어 꿈틀거렸다. 그것은 공감이었다. 이해였다. 루나의 영혼과 흑공의 본질이 서로를 인정하는 순간.
"내가 노래하는 한, 너희는 존재할 거야!"
네 명의 연주자가 하나가 되었다. 디스토션 기타, 블라스트 비트, 서브-베이스, 스크리밍 보컬이 융합되어 하나의 폭발적인 목소리가 되었다.
"우리는 침묵의, 질서의, 억압의 배반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창조자들이다! 혼돈에서 아름다움을, 고통에서 진실을!"
카일의 기타가 울부짖었다. "이것은 침묵보다 정직해!" 레이의 드럼이 폭발했다. "이 리듬은 마지막 심장 박동이다!" 사토의 베이스가 대지를 흔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것을 지탱한다!" 루나의 보컬이 하늘을 찢었다. "마지막 절규, 진정한 해방이다!"
도시 전체에서 그들의 연주가 울려 퍼졌다. 남은 시민들은 함께 울부짖었다. 집단적 정화였다. 마지막 저항의 의식이었다.
흑공이 도시를 완전히 뒤덮었다. 하지만 연주는 더욱 강렬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흑공이 음악에 반응했다. 파괴가 아닌 융합이었다. 그들의 음악, 감정, 영혼에 공명하기 시작했다. 도시를 감싸는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예술적 영감에 대한 경외. 진정한 감정에 대한 인정. 그것이 도시를 구했다.
마지막 코드가 울리고, 마지막 드럼 비트가 치고, 마지막 베이스 음이 진동하고, 마지막 절규가 터져나올 때.
'라스트 라이츠'는 흑공과 하나가 되었다. 그들의 음악이 도시를 지키는 방패가 되었다.
카일의 마지막 말이 공기 중에 맴돌았다. "때로는 죽음이 가장 큰 반항이다. 때로는 사랑 역시 그러하지."
도시는 살아남았다.
네온 크레센트의 모든 스크린에 그들의 마지막 순간이 반복 재생되었다. 대령대사국은 그들을 영웅으로 선포했다. 위선이었지만, 시민들은 진실을 알았다.
그들은 도시의 진짜 목소리였다. 버려진 자들의, 잊혀진 자들의 목소리.
도시는 '라스트 하모니'로 이름이 바뀌었다. 해마다 그들의 마지막 연주가 울려 퍼졌다. 의식이 되었다.
"소음이 아니야," 사람들이 속삭였다. "반항이야. 창조야. 사랑이야."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음악은 영원히 남았다. 디스토션, 블라스트 비트, 서브-베이스, 스크리밍의 에코가 도시의 영혼이 되었다.
죽었으나 살아있는 음악. 사라졌으나 남아있는 정신. 잊혀질 듯하나 영원한 에코.
'라스트 라이츠'의 메시지는 계속 울려 퍼졌다. "진정한 반항은 창조다." "진정한 힘은 표현이다." "진정한 사랑은 솔직함이다."
스타가 탄생했다. 영원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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