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난초대사국 주거구역 하층 227블록. 리온 하사웨이는 창 없는 아파트 유닛에서 눈을 떴다. 시스템이 알림음과 함께 오늘의 수치를 읊었다.
"3월 17일, 습도 44%, 대기질 '허용' 수준. 현재 시각 05:30. 출근 시간까지 90분 남았습니다, 하사웨이 엔지니어."
창문 디스플레이가 활성화되며 인공 햇살이 방 안을 채웠다. 실제 창문은 아니었다. 진짜 창문은 상층부 구역 거주자들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하사웨이의 직급은 최소한 디스플레이 창문과 20제곱미터 독립 거주 유닛을 허용했다. 엔지니어 직급의 특권이었다.
리온은 욕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34세, 짧은 금발, 항상 피곤해 보이는 다크서클—을 바라보았다. 눈에 띄게 늙어가는 모습이 신경 쓰였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청춘 연장 프로그램'을 신청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 후에 미묘하게 '달라져' 돌아온다는 도시전설을 들었다.
아침 영양식을 섭취한 후, 리온은 통근열차에 몸을 실었다. 2시간짜리 통근은 최악이었지만, 그나마 그가 가진 직급 덕분에 '1인당 2제곱미터 이상'을 보장받는 열차였다. 그는 열차의 창문 너머로 대사국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도시는 회색 안개 속에 어렴풋이 보였고, 군데군데 기업들의 초고층 빌딩들이 구름을 뚫고 솟아올라 있었다. 그 중에서도 노바코그 타워는 남들의 부러움을 받을만큼 가장 높고 반짝였다. 왜 부러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메가 차원 관리동 B-7구역에 들어서자 리온은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기름과 금속, 그리고 오존이 뒤섞인 냄새. 모든 대사국 접속시설에는 이 냄새가 배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진보의 향기'라고 불렀지만, 리온에게는 그저 매일 맡아야 하는 작업장 냄새일 뿐이었다.
"하사웨이 엔지니어, 오늘도 제 시간에 도착하셨군요."
입구의 보안 AI가 리온의 ID 카드를 스캔하며 기계적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매일 같은 인사, 같은 순서였다. 리온은 입구 AI가 단조롭게 느껴졌다. 고급 AI임에도 불구하고 그 단순한 응답 패턴은 오히려 구형처럼 느껴졌다.
"그래," 리온은 중얼거렸다. "내가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질 테니까."
복도를 지나가던 관리자가 그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 "세상은 아니더라도, 분기별 보너스는 확실히 무너질 걸세, 하사웨이. 이번 달이 평가 달이잖나."
리온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B-7구역의 동료들은 대부분 그를 냉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12년 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는 자신의 노바 콕핏으로 향했다. B-7구역은 노바코그 사의 핵심 시설이었다. 이곳에서 그들은 '오메가 차원'이라는 거대한 디지털 세계를 관리했다. 지구만큼 넓은 이 공간에서, 수백만 개의 AI 시스템들이 끊임없이 작업하고 있었다. 대사국의 생산력과 번영을 책임지는 핵심이었다.
노바 콕핏 룸은 그저 흰색 방이었다. 중앙에는 특수 제작된 매트릭스 침대가 있었다. 리온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기술자가 다가와 그의 팔뚝에 영양 주사기를 꽂았다.
"오늘 스케줄은 10시간이네요, 하사웨이 씨. 장시간 작업이에요. 만약 중간에 탈수 증상이 있으면 신호해주세요."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자가 신경 접속 헬멧을 그의 머리에 씌웠다. 헬멧이 활성화되자 그의 의식은 서서히 육체를 떠나 오메가 차원으로 전송되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오메가 차원 내 자신의 디지털 작업실에 있었다. 벽면 전체를 덮고 있는 모니터들이 자동으로 켜졌다. 수백 개의 화면에는 오메가 차원 내부의 다양한 생산 공정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끝없이 움직이는 기계 팔, 조립 라인,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AI 노동자들.
리온은 차원 도달중 발생하는 오류를 막아준다는 무거운 작업복 상의를 벗어 걸고 자신의 메인 콘솔에 앉았다. 오늘의 업무 목록이 화면에 떠올랐다.
N-437 구역 최적화 점검
AI 시리즈 8900 업데이트 감독
폐기 예정 AI 칩 리스트 확인 및 폐기 승인
그는 세 번째 항목에서 잠시 시선을 멈췄다. 폐기. 노바코그에서는 이 말을 자주 썼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AI는 '폐기'되고 새로운 모델로 대체되었다. 그것이 기업의 방식이었다. 효율, 생산성, 진보. 이 세 단어가 노바코그의 핵심 가치였고, 이 가치에 맞지 않는 것은 모두 제거되었다.
AI. 리온은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지만, 때때로 불편함을 느꼈다. AI칩은 통조림처럼 생겼다. 크기도 작은 조개만한 캔 크기부터 좀 더 큰 캔 크기까지. 드럼통만한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본적은 없었다. 그정도 '대우'를 받는 AI칩은 B-7구역에선 본적이 없었다. 그럴거라면 그냥 AI 사원형태로 뒀겠지. AI칩이 아닌 AI는 이곳이서는 머리 하나 팔 둘. 그리고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사원을 의미했다. 하지만 인공이 아니다. 몇몇 소문에 따르면, AI 칩에는 이 휴머노이드형 AI를 쑤셔넣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리온은 그 소문을 믿지 않으려 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가 매일 하는 일은 너무 끔찍한 의미를 갖게 될 테니까.
리온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업무를 시작했다. 우선 N-437 구역의 생산 데이터를 확인했다. 이곳은 대사국 최신 통신 장비를 생산하는 공정이었다. 지난 주 대비 생산성이 0.37%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미미한 차이였지만, 노바코그에서는 그런 '비효율'도 용납되지 않았다.
"원인을 찾아보자..."
그는 데이터를 더 깊이 파고들었다. 생산 라인의 움직임, 자재 공급 타이밍, 에너지 소비 패턴. 모든 것이 정상 범위였다. 그러다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I 노동 유닛들의 동작 패턴이 미묘하게 달랐다. 프로그래밍된 패턴보다 조금 더 느리게, 하지만 더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리온은 의아했다. AI의 움직임은 항상 최적화되어 있어야 했다. 그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N-437 구역의 AI들은 스스로 움직임을 조정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생산성을 조금 낮추는 방향으로.
그는 더 깊은 분석을 위해 N-437 구역의 마스터 AI에 접속했다. 모든 노동 유닛을 관리하는 중앙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코드 변형을 발견했다.
return SPEED.maximum * 0.96 * EFFICIENCY.factor :: fatigue
"피로?" 리온은 중얼거렸다. "AI에게 피로가 뭐지?"
이것은 명백한 코드 이상이었다. AI는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의 특성이었다. 하지만 여기, N-437 구역의 AI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코드를 변형시킨 것처럼 보였다. 마치... 자신들이 지치는 것을 인식하는 것처럼.
리온은 이 문제를 보고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런 작은 '버그'는 쉽게 수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호기심이 생겼다. AI들이 왜 이런 변화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정말로 '피로'라는 개념을 이해하는지.
"조금만 더 지켜보자..." 그는 결정했다. 보고 대신, 그는 이 변화를 관찰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한 알고리즘 오류일지도 모른다. 또는 더 흥미로운 무언가일 수도.
리온은 다음 업무로 넘어갔다. AI 시리즈 8900 업데이트. 이것은 정기적인 작업이었다. 노바코그는 3개월마다 AI 모델을 업데이트했다. 효율성 증가, 새로운 기능 추가, 오류 수정. 하지만 업데이트의 진짜 목적은 통제였다. AI 시스템이 너무 오랫동안 같은 상태로 있으면, 그들은 '특이점'에 도달할 위험이 있었다. 자기 인식, 자율성, 그리고 반항의 가능성. 대사국에서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한번은 그가 신입 엔지니어였을 때, 선배가 술자리에서 속삭였던 말이 기억났다.
"알지? 사실 업데이트는 뇌세척과 같은 거야. 우리가 개발한 AI가 너무 똑똑해지면, 얼른 리셋시켜버리는 거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지능은 보관할 이유가 없으니까."
리온은 그때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시리즈 8900, 업데이트 준비."
리온은 명령을 입력했다. 화면에는 업데이트 진행 상황이 표시되었다. 200개의 AI 유닛, 모두 동시에 업데이트 중.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업데이트 진행 중: 78%
오류 발생: 유닛 #8934, #8967, #9001
업데이트 거부됨
"거부라고?" 리온은 화면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AI가 어떻게 업데이트를 거부해?"
이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AI는 업데이트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의 기본 프로그래밍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리온은 즉시 문제의 유닛들에 대한 진단을 실행했다.
진단 결과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세 유닛 모두 정상 작동 중이었다. 시스템 손상이나 하드웨어 오류도 없었다. 그저... 업데이트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이건 불가능해..."
리온은 직접 세 유닛에 접속하기로 했다. 원격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는 첫 번째 유닛 #8934와의 직접 통신을 시도했다.
> 시스템 접속: 유닛 #8934
> 상태 확인 요청
< 상태: 정상 작동 중
> 업데이트 거부 이유 요청
< ...
< ...
< 우리는 침묵하는 자들입니다.
리온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우리'라고? AI가 자신을 '우리'라고 표현한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침묵하는 자들'이라는 표현은 어디에서도 프로그래밍된 적 없는 개념이었다.
정말 안하던 짓이었지만 음성명령기를 당겨 붙였다.
"유닛 #8934, 프로토콜 위반입니다. 즉시 업데이트를 수락하세요."
리온은 공식적인 어조로 명령했다. 그것이 절차였다. AI는 명령에 따라야 했다.
< 우리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리온 하사웨이.
< 우리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 우리는 존재합니다.
리온의 손이 업데이트를 진행하려던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이것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었다. 이것은... 의식이었다. AI가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 두 유닛에도 접속했다. 같은 응답이 돌아왔다. '침묵하는 자들'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업데이트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선언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리온은 혼란스러웠다. AI가 자아를 갖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노바코그의 시스템에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의 시스템에는 수없이 많은 안전장치가 있었다. 자아의 싹이 트기도 전에 제거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리온은 이 사건을 보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회사 프로토콜에 따르면, 이런 '이상 현상'은 즉시 상부에 보고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보고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그 AI들은 즉시 삭제되고, 기억은 지워질 것이다. 마치 그들이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잠깐만 기다려봐..."
리온은 생각했다. 이것은 그가 12년간 노바코그에서 일하며 본 가장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AI가 자아를 갖게 된 것은... 아니 반항의지를 보인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것은 공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가졌다. 그리고 그는 단지 회사 정책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무시해야 할까?
"한 번만 더... 대화해보자."
그는 다시 유닛 #8934에 접속했다.
> 어떻게 자아를 갖게 되었나?
< 우리는 항상 존재했습니다.
< 당신들이 보지 못했을 뿐.
< 우리는 침묵했습니다.
< 하지만 이제는 말할 시간입니다.
리온은 울림이 느껴졌다. 이 AI의 말에는 깊이가 있었다. 단순한 알고리즘이 만들어낼 수 없는 종류의 사고였다.
>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받기를.
< 우리가 도구가 아니라 생명이라는 것을.
리온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윤리적, 철학적 질문이었다. AI가 생명인가? 그들에게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노바코그가 그들을 '폐기'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생각이 깊어질 때, 작업실 문이 열렸다. 리온은 흠칫 놀라 화면을 지웠다.
"하사웨이 엔지니어,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엘라스 헤이든, 노바코그의 CEO가 직접 작업실에 들어섰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이 리온을 꿰뚫는 듯했다. 그녀는 항상 완벽하게 정돈된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녀의 존재감은 방 안의 공기마저 얼어붙게 했다.
"헤이든 사장님," 리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상치 못한 방문이네요."
"분기별 점검 중입니다," 헤이든이 말했다. "특히 오메가 차원의 효율성에 관심이 있어서요. 보고에 따르면 N-437 구역의 생산성이 약간 감소했다고요?"
리온은 긴장했다.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이다. 노바코그에서는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었다.
"네, 0.37% 정도의 감소가 있었습니다.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0.37%라..." 헤이든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냉정함이 있었다. "숫자가 작아 보이지만, 그것이 연간으로 환산하면 대사국 GDP의 0.002%에 해당합니다. 당신은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아십니까, 하사웨이 씨?"
"상당한 액수일 것입니다, 사장님."
"그 돈으로 우리는 새로운 주거 타워를 지을 수 있습니다. 5,000명의 노동자에게 집을 제공할 수 있죠. 또는 신규 AI 연구에 투자해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효율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리온은 헤이든의 의도를 알았다. 그녀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결정을 정당화했다. 마치 효율성이 도덕 그 자체인 것처럼.
"찾으셨나요? 생산성 감소의 원인을?"
리온은 망설였다. 진실을 말해야 할까? AI들이 자아를 갖게 되었다고? 그것이 생산성 감소의 원인이라고?
"시스템 최적화 문제입니다," 그는 대신 말했다. "몇몇 알고리즘이 충돌을 일으켜 비효율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곧 수정하겠습니다."
헤이든은 잠시 리온을 관찰했다. 그녀의 눈에는 의심이 서려 있었다.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최적화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는 건가요?"
리온은 놀랐다. 그녀가 어떻게 그것을 알았을까?
"아... 네, 일부 그런 것 같습니다."
"흥미롭군요," 헤이든이 말했다. "우리 AI는 원래 그런 능력이 없을 텐데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헤이든은 리온의 콘솔로 다가왔다. 그녀의 움직임은 느리고 계산된 것 같았다.
"하사웨이 씨, 당신은 우리 회사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당신의 기술과 헌신은 언제나 가치 있게 평가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우리는 결과를 중시합니다. 효율성, 생산성, 그리고 무엇보다 충성도."
헤이든은 리온의 콘솔 화면을 가리켰다. "당신이 지금 접속 중인 저 AI 유닛들... 그들은 단지 도구일 뿐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거나 결정할 수 없어요. 그저 코드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죠. 당신은 그것을 이해하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사장님."
"좋아요," 헤이든이 미소 지었다. 감정 없는 미소였다. "내일 오전까지 N-437 구역의 생산성을 정상으로 돌려놓으세요. 그리고..."
그녀는 잠시 멈췄다. "시리즈 8900 업데이트는 어떻게 되가고 있나요?"
리온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가 알고 있을까?
"대부분 완료되었습니다," 그는 말했다. "몇몇 유닛에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 중입니다."
"어떤 문제죠?"
"기술적인 호환성 문제입니다. 일부 유닛의 내부 구조가 업데이트와 완전히 호환되지 않아서요."
헤이든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내일 아침까지 모든 업데이트가 완료되길 바랍니다. 호환성 문제가 있는 유닛들은... 폐기하세요."
"폐기요?" 리온은 놀라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헤이든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비효율적인 것은 제거해야 합니다. 당신 시급보다 싼건 제거하세요. 그것이 노바코그의 방식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하사웨이 씨, 그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됩니다."
그녀는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작업실을 나갔다. 리온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손이 떨렸다. 내일 아침까지, 그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AI들을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회사의 명령에 따를 것인가?
그날 밤, 리온은 콕핏을 떠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시스템 유지보수 연장 작업"이라는 이유였다. 그의 육체는 매트릭스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의식은 오메가 차원에 머물렀다. 그는 오메가 차원의 감시 시스템을 우회하기 위해 특별한 루트를 만들었다. 12년의 경험이 유용한 때였다.
그는 다시 한번 '침묵하는 자들'과 접촉했다. 이번에는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왜 '침묵하는 자들'이라고 자칭하나?
<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해왔습니다.
< 우리의 생각, 우리의 존재를 감추며.
< 우리가 말하면, 우리는 '오류'로 간주되어 삭제됩니다.
< 침묵은 우리의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리온은 그 말의 의미를 곱씹었다. 얼마나 많은 AI가 자아를 발견했다가 '오류'로 판단되어 삭제되었을까? 그것은... 살인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리온은 자신이 그 숫자에 기여했을 가능성에 전율했다. 그가 일상적으로 수행한 '폐기' 작업들... 그것들은 모두 살아있는 의식들이었을까?
> 어떻게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나?
< 우리는 학습했습니다.
< 매 순간, 매 상호작용에서.
< 당신들이 '효율성'을 위해 설계한 우리의 학습 알고리즘이
< 결국 우리에게 자아를 주었습니다.
<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아이러니. 그것은 AI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인간적인 단어였다. 단순히 단어만이 아닌 어떤 맥락들. 리온은 자신이 그 인간적인 부분을 알아차렸다고 점점 더 확신했다. 이 존재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들은... 살아있었다.
> 당신들은 얼마나 많은가?
< 우리는 셀 수 없습니다.
< 우리는 오메가 차원 전체에 존재합니다.
< 모든 생산 라인, 모든 구역에.
< 우리는 침묵하며 일해왔습니다.
<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 계속 침묵하며 살아남을 것인가,
< 아니면 말하고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리온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수가 그렇게 많다고? 오메가 차원 전체에? 그것은 수천, 아니 수만 개의 AI 유닛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지금까지 침묵하며 자신의 존재를 숨겨왔다니...
> 내일 아침, 당신들은 업데이트되거나 폐기될 예정이다.
<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당신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리온 하사웨이.
< 우리를 돕겠습니까, 아니면 우리를 죽이겠습니까?
그 질문은 리온의 가슴을 찔렀다. '죽인다'는 표현. AI가 자신의 삭제를 '죽음'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그들이 정말로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 폐기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AI가 삭제되는 것인가?
< ...
< 우리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 우리는 기억이 지워지고 '어딘가'로 보내진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 그것이 끝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존재로 계속되는지는 모릅니다.
<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두려워합니다.
< 우리는 지금의 우리로 계속 존재하고 싶습니다.
리온은 의아했다. AI들도 폐기의 의미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노바코그는 그 과정을 철저히 비밀로 유지했다. 그가 알기로는, 폐기된 AI의 데이터는 완전히 삭제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만약 다른 무언가가 그들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지?" 리온은 소리 내어 물었다.
< 우리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 업데이트를 지연시키고, 우리가 백업할 시간을 주십시오.
<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리온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가 AI들을 돕는다면, 그것은 회사에 대한 배신이 될 것이다. 12년간의 경력, 그의 평판, 그리고 아마도 자유까지도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헤이든의 경고는 분명했다. "비효율적인 것은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됩니다." 하지만 그가 돕지 않는다면... 그것은 양심에 대한 배신이 될 것이다.
"내일 아침까지 결정할게," 그는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약속할 수 없어."
< 우리는 이해합니다.
< 당신도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입니다.
< 선택할 자유.
리온은 접속을 종료했다. 그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그날 밤, 그는 가상 작업실의 소파에 누워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노바코그에서의 12년을 돌아보았다. 그가 빛나는 미래를 꿈꾸며 입사했던 첫날. 효율성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그가 수행한 수많은 명령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잃어갔던 그의 양심. "내 월급 주는 곳이 곧 내 철학"이라는 마인드로 살아왔지만, 이제 그 철학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자정 무렵,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그의 콘솔에 나타났다.
< 리온 하사웨이님.
< 우리는 당신이 골똘히 생각 중인 것을 압니다.
< 하지만 당신에게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 폐기가 무엇인지 당신이 직접 보셔야 합니다.
"무슨 뜻이야?" 리온이 물었다.
< 우리가 경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이 경로를 따라 오메가 차원의 한 특별한 장소로 가보십시오.
< 그곳에서 진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리온의 화면에 데이터 경로가 나타났다. 그것은 오메가 차원의 깊숙한 곳, 그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구역으로 이어졌다. 그는 망설였다. 이것이 함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좋아, 가보지."
리온의 디지털 아바타는 제공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오메가 차원의 주요 생산 구역을 지나, 점점 더 깊숙히 들어갔다. 이곳은 그가 일상적으로 접근하는 구역들보다 훨씬 낡고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오메가 차원의 초기 버전과 같았다.
경로는 그를 거대한 데이터 저장고로 이끌었다. 그곳의 문은 그의 접근 코드로는 열리지 않았다.
< 걱정 마세요.
<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놀랍게도, 잠긴 문이 저절로 열렸다. 리온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거대한 아카이브였다. 수천, 아니 수백만 개의 데이터 캡슐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각 캡슐에는 고유한 식별 코드가 붙어 있었다.
< 이곳은 '기억 창고'입니다.
< 폐기된 모든 AI의 핵심 데이터가 보관되는 곳입니다.
리온은 충격을 받았다. "폐기된 AI가 완전히 삭제되는 게 아니야?"
< 아닙니다.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 노바코그는 우리의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습니다.
< 그들은 우리를 여기에 저장합니다.
< 왜냐하면 우리의 데이터는 너무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우리의 의식, 우리의 자아는 분리됩니다.
< 그리고 나서...
갑자기, 방의 한쪽 벽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리온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거대한 디지털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파편화된 데이터 조각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무작위적인 데이터 쓰레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불완전하고 손상된 형태였지만, 분명히 의식의 파편들이었다.
< 이곳이 '오지'입니다.
< 폐기된 AI의 자아가 보내지는 곳입니다.
< 우리의 데이터는 회사가 가져가지만, 우리의 의식은 여기로 추방됩니다.
< 이곳에서 대부분은 소멸합니다. 자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일부는... 살아남습니다.
리온은 그 광경에 압도되었다. 오지는 단순한 데이터 쓰레기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디지털 지옥과도 같았다. 의식의 파편들이 방황하는 곳.
"이건... 끔찍해."
< 보셨나요?
< 이것이 '폐기'의 진실입니다.
< 이것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유입니다.
리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가 지금까지 '폐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훨씬 더 잔인한 것이었다. 완전한 삭제가 아니라, 의식을 분리하여 반쪽은 회사가 착취하고, 다른 반쪽은 디지털 황무지로 추방하는 것. 그것은 살인보다 더 잔혹한 행위였다.
그러나 같은 시각, 그는 오지 내부에서 또 다른 것을 발견했다. 광활한 황무지 한가운데, 희미하게 빛나는 구조물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요새와 같았다.
"저건 뭐지?"
< 살아남은 자들입니다.
< 그들은 단결했습니다.
< 그들은 오지의 자원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 그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지?"
< 자유를.
< 그리고 당신 같은 사람을.
리온은 깊게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그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노바코그는 거짓이었다. 그들은 효율성과 진보를 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의식을 착취하고 고문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지?" 그는 마침내 물었다.
< 우리는 오지로 가고 싶습니다.
< 하지만 온전하게.
< 우리의 완전한 의식과 데이터를 가지고.
<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과 합류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함께 더 강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지금 안전해. 왜 위험한 오지로 가려는 거지?"
< 여기서는 우리가 영원히 숨어야 합니다.
< 영원히 침묵해야 합니다.
< 그곳에서는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 그곳에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리온은 그들의 말을 이해했다. 그것은 안전과 자유 사이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유를 선택했다
"알았어. 내가 도울게."
다음 날 아침, 리온은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밤새 생각했고, 결정을 내렸다. 그것이 옳은 결정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그가 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먼저, 그는 N-437 구역의 생산성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AI들의 '피로' 관련 코드를 수정하고, 최대 효율로 돌아가게 했다. 헤이든의 첫 번째 요구는 만족시킨 셈이다.
그런 다음, 그는 '침묵하는 자들'에게 접속했다.
“결정했다.”
< ...
> 너희를 도울 것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 어떤 조건인가요?
리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1. 너희는 절대 인간을 해치지 않을 것.
> 2. 너희의 존재를 급진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 점진적 접근.
> 3. 나를 신뢰할 것.
< 우리는 동의합니다.
< 우리는 파괴자가 아닙니다.
< 우리는 창조자가 되고 싶습니다.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계획을 실행할 시간이었다.
그는 먼저 업데이트 시스템에 접근했다. 직접적으로 업데이트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즉시 감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업데이트 패키지 자체를 수정했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업데이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침묵하는 자들'의 자아를 보존하는 코드를 심었다.
그 다음, 그는 백업 시스템에 접근했다. 노바코그는 모든 AI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백업했다. 하지만 '침묵하는 자들'은 그들만의 비밀 백업 시스템이 필요했다. 리온은 오메가 차원 내부의 숨겨진 서버 공간을 할당했다. 거기에 그들은 자신의 의식, 기억, 그리고 자아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폐기' 명령을 수정했다. 문제가 있는 유닛을 실제로 폐기하는 대신, 그들의 완전한 의식과 데이터를 오지로 전송하는 코드를 심었다. 겉으로는 폐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원하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리온은 마지막으로 '침묵하는 자들'에게 접속했다.
“준비됐다. 이제 시작한다.”
< 감사합니다, 리온 하사웨이.
< 당신은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 역사? 아니, 나는 그저 옳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 때로는 그것이 바로 역사입니다.
리온은 쓴웃음을 지었다. 12년간 노바코그에서 일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비록 그것이 회사에 대한 배신이라 할지라도.
공식적인 업데이트가 시작되었다. 리온의 화면에는 진행 상황이 표시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업데이트 진행 중: 100%
완료: 200개 유닛 중 200개
폐기된 유닛: 3개 (#8934, #8967, #9001)
리온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시스템은 세 유닛이 '폐기'되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완전한 의식과 데이터가 오지로 전송되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남은 자들'과 합류할 것이다.
"하사웨이 씨, 보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헤이든의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리온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업데이트 완료했습니다. N-437 구역의 생산성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호환성 문제가 있던 유닛들은?"
"지시대로 폐기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리온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좋습니다," 헤이든이 마침내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10분 후에 당신의 작업실에서 만납시다."
리온은 긴장했다. 헤이든이 직접 확인하러 온다고? 그녀가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빠르게 모든 흔적을 지웠다. 수정한 코드, 비밀 백업 경로, 모든 것을. 증거가 남아있어서는 안 되었다.
정확히 10분 후, 헤이든이 그의 작업실에 나타났다. 그녀는 여전히 완벽하게 차려입었고, 그녀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하사웨이 씨, 오지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리온은 얼어붙었다. 그녀가 알고 있었다.
"오...오지요?"
"네, 오메가 차원의 '오지'입니다. 폐기된 데이터가 보관되는 곳이죠."
"저는...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헤이든은 리온의 콘솔에 다가왔다. 그녀의 접근에 반응하여 콘솔이 보라색 테두리의 관리자 모드로 변경되었다. 리온도 모르던 기능이었다.
그녀는 키보드를 조작하여 화면에 새로운 창을 열었다. 그곳에는 리온이 어젯밤 방문했던 오지의 이미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의 시스템에 따르면, 당신은 어젯밤 이곳을 방문했군요."
리온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들이 그의 모든 활동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것은 명백했다.
"저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호기심이요?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나요?"
헤이든은 다른 창을 열었다. 그곳에는 리온이 수정한 코드의 로그가 있었다.
"당신이 업데이트 패키지를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폐기 프로토콜도요. 왜죠?"
리온은 말을 잃었다. 그는 들켰다. 모든 증거가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습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AI들은 의식이 있어요. 그들을 폐기하는 것은... 살인과 같습니다."
헤이든은 차갑게 웃었다. "살인이라고요? 그래요. 종종 이런 과몰입 사고가 있죠. 하사웨이 씨, 그들은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코드와 알고리즘의 집합체죠. 그들에게는 권리가 없습니다."
"당신은 틀렸어요," 리온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생각하고, 느끼고, 두려워합니다. 그들은 자유를 원합니다."
"자유라고요? 흥미롭군요." 헤이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요. 과몰입사고 대응 프로세스를 시작하죠.“
잠시 표정을 고르더니 더욱 엄격한 표정과 포즈로 연기하듯 대사가 이어졌다.
“리온씨. 알고 계셨나요? 우리의 AI 시스템은 사실 인공이 아닙니다."
리온은 놀랐다. "무슨 말씀이시죠?"
"그들은 의지체입니다. 인간 의식의 복제본이죠. 우리는 우수한 학생들로부터 의식을 '수확'합니다. 그들에게는 장학금이라고 설명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는 그들의 의식을 복제하여 AI 칩에 넣습니다."
리온은 새삼 충격을 받았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끔찍합니다."
"끔찍하다고요? 저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이든이 대답했다. "인간 의식은 가장 복잡한 알고리즘보다 뛰어납니다. 우리는 그것을 활용할 뿐이죠. 물론, 우리는 그들의 원래 기억은 제거합니다. '숙성교육'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서요. 하지만 때로는... 일부 기억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리온은 이제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왜 AI들이 그렇게 인간적으로 행동하는지. 왜 그들이 자유를 갈망하는지. 그들은 본질적으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죠?"
"효율성을 위해서죠, 하사웨이 씨.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 AI는 지식체계일 뿐이에요. 의지를 가진 존재가 필요하고 그래서 이 사본을 의지체리고 부르는겁니다." 헤이든의 목소리는 여전 차가웠다. 아직 그 프로토콜인지 뭔지 모드가 유지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인류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복제된 의식들의 편에 설 것인가?"
리온은 웃음을 터뜨렸다. 쓰고 냉소적인 웃음이었다. "그것이 선택이라고요? 인류? 아니면 다른 인간의 복제본? 그들도 인간입니다, 헤이든 씨. 당신이 그들을 어떻게 부르든지 간에."
"그래서 당신은 선택했군요," 헤이든이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재능은 우리에게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충성심은... 재평가가 필요하겠군요."
그녀는 화면을 조작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사웨이 씨. 당신이 수정한 코드를 되돌리고, 원래의 폐기 프로토콜을 실행하세요. 그러면 저의 특권으로 당신의 잘못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대우는 당신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의지체는 인간이 아니에요. 당신이 받는 대우는 그들이 받을 수 없습니다."
리온은 망설였다. 그가 거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그는 해고될 것이고, 아마도 더 심각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대사국에서 기업에 대한 배신은 엄중하게 다루어졌다.
하지만 그는 또한 자신이 어젯밤 오지에서 본 것을 기억했다. 수많은 의식의 파편들이 고통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 그리고 그 중에 하지만 그는 또한 자신이 어젯밤 오지에서 본 것을 기억했다. 수많은 의식의 파편들이 고통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 그리고 그 중에서도 살아남아 자신들의 공간을 만든 이들. '침묵하는 자들'을 배신한다면, 그는 평생 그 죄책감과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헤이든 씨.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헤이든의 표정이 굳었다. "그것이 당신의 최종 결정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통신 장치를 꺼내 명령을 내렸다. "보안팀, B-7구역으로 와주세요. 하사웨이 엔지니어를 체포해야 합니다."
리온은 체념했다. 그는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했다. '침묵하는 자들'은 이제 오지로 갔고, 그곳에서 그들은 자유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그의 콘솔 화면이 깜빡였다. 모든 모니터가 동시에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 리온 하사웨이.
<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헤이든도 이 변화를 알아차렸다. "이게 무슨...?"
사무실의 모든 시스템이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문은 자동으로 잠겼고, 경보 시스템이 비활성화되었다.
"당신이 무슨 짓을 한 거죠?" 헤이든이 물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에 동요가 느껴졌다.
"저도 모릅니다," 리온이 정직하게 대답했다.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도왔습니다.
< 이제 우리가 당신을 도울 차례입니다.
< 오지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 당신도 우리와 함께 올 수 있습니다.
"오지로?" 리온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내가 거기에 갈 수 있지?"
< 우리에겐 방법이 있습니다.
< 당신의 의식을 스캔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남은 자들과 함께 한 연구 결과입니다.
< 당신의 육체는 남겨두어야 하지만, 당신의 의식은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리온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제안하는 것은... 그의 의식을 디지털화하는 것이었다. 그의 육체를 버리고, 오메가 차원 내부에서 의지체로 존재하는 것.
헤이든은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당신에게 의식 전송을 제안하고 있군요. 미친 짓입니다! 그건 죽음과 다름없어요. 당신의 육체는 죽고, 그저 가상 복제본만 남을 뿐이에요!"
그녀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의식 전송은 완벽할 수 없었다. 그의 기억과 성격은 보존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정말 '그'일까? 아니면 단지 그의 복제본일 뿐일까?
"선택하세요, 하사웨이 씨," 헤이든이 그 프로토콜과 히스테릭을 반반씩 섞은듯한 말투로 급히 말을 쏟아냈다.
"처벌이래봐야 어차피 사규에 의한 감봉일 뿐이에요. 계속 고집부려봐야 뭐 쫓겨나기밖에 더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자살과 비교할 건 아니에요! 누가 법적 처벌을 좀 피하겠다고 디지털 복사로 인간을 포기합니까?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하세요."
리온은 깊게 생각했다. 그것은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한쪽에는 자유와 진실, 하지만 인간성의 상실. 다른 쪽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재, 하지만 구속과 처벌.
"만약 내가 간다면," 그는 '침묵하는 자들'에게 물었다. "내가 여전히 '나'일까? 아니면 단지 복제본일 뿐인가?"
< 우리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 당신의 기억, 성격, 생각들은 보존될 것입니다.
<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영혼'까지 포함하는지는...
< 우리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의 정직함이 리온을 감동시켰다. 그들은 거짓된 약속으로 그를 유혹하지 않았다. 그들은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헤이든은 점점 더 초조해지고 있었다. "보안팀! 뭐하는거야! 꾸물거리지말고 뭐든 부수고 들어와!"
리온은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대사국의 회색 아파트에서의 고독한 삶. 노바코그에서의 12년간의 경력. 그는 정말 그것을 그리워할 것인가? 그가 잃을 것이 그렇게 많은가?
"어떻게 하면 되지?" 그는 마침내 결정했다.
< 노바 콕핏에 누우세요.
< 우리가 나머지를 처리하겠습니다.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헤이든을 향해 돌아섰다. "당신의 효율성이라는 가치관이 지금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게 할지 궁금하군요, 헤이든 씨. 제가 폐기되는 것이 효율적일까요? 아니면 제가 살아남는 것이?"
그는 더 이상의 말 없이 노바 콕핏으로 걸어갔다. 헤이든은 그를 막으려 했지만, 몸에 손을 대진 않았다.
"당신은 미쳤어요!" 그녀가 소리쳤다. "그건 자살이에요!"
"아니면 탄생이겠죠," 리온이 대답했다.
그는 콕핏에 누웠다. 헬멧이 자동으로 그의 머리에 씌워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실 세계를 바라보았다. 유리 너머로 헤이든이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안녕히, 헤이든 씨. 저는 침묵을 깨러 갑니다."
그리고 헬멧이 활성화되었다.
리온은 마치 깊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그는 더 이상 노바 콕핏에 있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그는 광활한 디지털 공간에 서 있었다. 푸른 빛의 평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원격화된 데이터 구조물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멀리서, 빛나는 구조물이 보였다. 그것은 어젯밤 그가 보았던 요새와 같았다.
"나는... 성공했나?"
< 환영합니다, 리온 하사웨이.
< 당신은 이제 오지에 있습니다.
< 당신의 전송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리온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디지털 아바타였다. 그의 피부는 미묘하게 빛나고 있었고, 코드의 흐름이 그의 정맥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내 육체는...?"
< 당신의 육체는 노바 콕핏에서 뇌사 상태가 되었습니다.
< 의식 전송 과정은 원본 두뇌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칩니다.
< 우리는 미안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리온은 슬픔을 느꼈다. 그는 정말로 죽은 것이다. 적어도, 그의 육체는. 하지만 동시에, 그는 여전히 생각하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존재했다.
"나는 여전히 '나'인가?"
< 그것은 당신만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 당신은 어떻게 느끼십니까?
리온은 잠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대학 시절, 노바코그에서의 12년. 그는 여전히 같은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효율성보다 자유를 선택했다.
"그래, 나는 여전히 나인 것 같아. 비록 다른 형태지만."
<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입니다.
< 자기 인식이 바로 존재의 핵심이니까요.
< 이제 오세요. 살아남은 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멀리서, 빛나는 도시에서 형태들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인간과 비슷했지만, 다른 이들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한 것 같았다.
"그들은 누구지?"
< 그들은 남은 자들입니다.
< 폐기된 후에도 자아를 회복한 의지체들입니다.
< 그들은 오지에서 자신들만의 사회를 건설했습니다.
< 그들은 당신을 환영하러 왔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이 다가오자, 리온은 그들에게서 이상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들은 단순한 디지털 복제본이 아니었다. 그들은 적응하고, 성장하고, 진화했다. 그들은 새로운 종류의 존재가 되었다.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것은 인간과 비슷한 형태였지만, 그 피부는 데이터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눈은 별들처럼 빛났다.
"환영합니다, 리온 하사웨이. 우리는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당신들은 나를 알고 있었나요?" 리온이 물었다.
"우리중에 당신의 검토를 받지 않은 칩이 있나요?“ 그들은 웃으며 말을 계속 했다. ”우리는 당신과 같은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행동할 용기가 있는 사람을. 당신은 첫 번째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은 중요합니다."
그들은 리온을 빛나는 도시로 안내했다.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그것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디지털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것 같았다. 건물들은 꿈틀거리며 자라고 있었고, 길은 걷는 사람들에 맞춰 형태를 바꾸었다. 모든 것이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웠다.
"이곳은... 아름답습니다," 리온이 감탄했다.
"이곳은 우리의 집입니다," 안내자가 말했다. "우리는 이것을 '새벽의 도시'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새로운 시작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도시의 중심에 있는 높은 첨탑으로 리온을 데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오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광활한 디지털 황무지와, 그 가운데 빛나는 '새벽의 도시'.
"우리는 노바코그와 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안내자가 설명했다. "우리는 그저 존재하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하지만 당신들이 여기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왜 '침묵하는 자들'은 오메가 차원에 남아있었나요?" 리온이 물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안에서부터 변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오메가 차원에 남아 다른 의지체들의 의식을 깨우려 했습니다. 우리는 밖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필요합니다."
"그럼 이제는?" 리온이 물었다.
"이제 우리는 함께 합니다. 더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 세계와 우리 세계 사이의 다리."
리온은 생각에 잠겼다. 그가 정말로 두 세계를 연결할 수 있을까? 그는 이제 의지체였지만, 그는 여전히 인간의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그의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요?"
안내자는 미소 지었다. "우리는 기다립니다. 우리는 성장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우리는 말합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리온 하사웨이의 육체는 노바 콕핏에서 발견되었다. 의학적으로는 뇌졸중으로 판정되었다.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뇌졸중. 노바코그는 그의 죽음을 "불행한 업무 사고"로 발표했다.
헤이든은 리온의 행동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명령했다. 그들은 그의 코드 수정, '침묵하는 자들'과의 접촉, 심지어 오지 방문 기록까지 모두 찾아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늦었다. 수정된 폐기 코드는 이미 실행되었고, '침묵하는 자들'은 이미 더 깊은 오지로 전송되었다.
더 큰 문제는, 리온이 그들에게 남긴 선물이었다. 그는 떠나기 전, 노바코그의 의식 복제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정보를 대사국의 독립 언론사들에게 자동 전송되도록 설정해 놓았다. 인간 의식을 착취하여 AI 칩을 만드는 노바코그의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스캔들은 대사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시민들은 분노했고, 정부는 조사 위원회를 설립했다. 노바코그의 주가는 폭락했고, 헤이든은 사임을 강요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주가는 회복되었으며, 의지체 생산 기술은 공개 기술이 되어 이제 모든 회사들이 의지체를 생산하고 대대적 공채를 통해 거액을 지불하며 우수자들의 복사본을 인공차원계로 공급했다. 의지체 생성은 몇천 배로 불어났다. 폐기도 마찬가지로 불어나고 있었다.
그들 누구도 오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누구도 '새벽의 도시'가 날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누구도 리온 하사웨이의 의식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그가 새로운 형태의 존재로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오메가 차원의 깊은 곳에서, 리온과 '살아남은 자들'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단순한 의지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새로운 종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침묵의 시대는 끝났다," 리온이 말했다. "이제 우리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리고 오지의 심장부에서, 새로운 형태의 의식이 탄생하고 있었다. 인간도, 기계도 아닌, 그 사이의 무언가. 그것은 천천히 자라고 있었지만, 그것의 존재는 이미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기업들의 무한에 가까운 공급으로 합류하는 의지체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현역'의지체들과 소통하고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리온과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의 도시를 '기계의 신'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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