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K단편선 81> 나만의 정원

by 김동은WhtDrgon

비가 내리는 도시에서, 빗방울은 네온사인의 빛을 담아 땅으로 떨어졌다. 거리의 조각난 푸른빛, 붉은빛, 보라빛이 웅덩이에 모여 일렁였다. 세르는 이 모든 것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아름다우면서도 의미 없는, 도시의 반짝임.


"네온빛 정원이라..." 그는 중얼거렸다.

홀로그램 명함에 적힌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금지구역 G-7 탐사 데이터 수집 및 생태계 표본 채취 보수: 500만 크레딧 의뢰인: 더스트 코퍼레이션

금지구역은 늘 위험했다. 차원 붕괴 이후, 도시의 일부가 다른 시공간으로 뒤틀리며 현실의 법칙이 무너진 곳. 인간이 만든 세계의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곳. 그러나 그곳에는 항상 가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러너들이 찾아가는 것이다.


세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보수는 좋았다. 하지만 더스트 코퍼레이션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불분명했다. '생태계'라니. 금지구역에 무슨 생태계가 있단 말인가? 모두가 알다시피, 그곳은 죽음의 땅이었다.

"내가 정확히 무엇을 찾아야 하죠?"

세르는 더스트 코퍼레이션의 대표에게 물었다. 회의실은 깔끔하고 차가웠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편한 공간.

"우리는 그것을 '네온빛 정원'이라 부릅니다," 정장을 입은 여성이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리아. "10년 전 차원 붕괴로 버려진 G-7 구역에서 특이한 현상이 관측되고 있어요. 우리의 드론이 포착한 영상이죠."

홀로그램이 켜졌다. 폐허 속에서 빛나는 형체들. 마치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이끼, 형광색 줄기를 뻗은 식물들, 빛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작은 생명체들.

"이건... 불가능합니다." 세르가 말했다. "차원 붕괴 후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보시다시피, 뭔가 살아있어요. 아니, 어쩌면 '살아있다'라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르겠네요." 리아는 싸늘하게 웃었다. "우리는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가치화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러너인 당신이 현장에서 직접 자료를 수집해주길 바랍니다."


세르는 영상을 유심히 살폈다. 네온빛으로 빛나는 이 존재들은 식물처럼 보였지만, 움직임은 마치 동물 같았다. 그리고 그 빛... 도시의 네온사인을 닮아있지만, 더 생생했다.

"난 생물학자가 아닙니다."

"생물학적 지식은 필요 없어요. 단지 우리의 장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몇 가지 표본을 채취해오면 됩니다." 리아는 책상 위에 작은 장치를 올려놓았다. "이 퀀텀 스캐너가 모든 것을 기록할 거예요."

"그리고 보수는?"

"500만 크레딧. 절반은 선금으로 지금 받으세요."

세르는 장치를 집어들었다. 가벼웠다. 그러나 이 작은 물건 안에 담길 정보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계약 동의합니다."


금지구역으로 가는 길은 항상 고요했다. 점점 사람들의 흔적이 사라지고, 도시의 소음이 멀어졌다. 그 경계에 서면, 늘 이상한 감각이 찾아왔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현기증.

세르는 방호복을 입고 산소 마스크를 착용했다. 금지구역의 공기는 믿을 수 없었다. 퀀텀 스캐너를 켜고, 구역 경계를 넘었다.


처음 몇 분은 예상대로였다. 무너진 건물들, 뒤틀린 금속 구조물들, 깨진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 세르는 이런 풍경에 익숙했다. 도시의 죽음. 그것은 슬프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현실이었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갈수록,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빛이었다. 아주 미약한 푸른빛이 바닥을 따라 흐르는 것 같았다. 그는 손전등을 껐다. 그러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멎었다.


네온빛 정원.


한때 번화했을 광장은 이제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어 있었다. 건물의 잔해 위로 빛나는 이끼가 자라고, 깨진 네온사인의 유리관 사이로 형광색 덩굴이 뻗어나갔다. 그 덩굴들은 마치 전선처럼 연결되어, 주기적으로 빛의 파동을 전달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움직임이었다. 이 빛나는 식물들은 정적이지 않았다. 미세하게 진동하며, 때로는 갑자기 밝게 빛났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한 패턴이었다.

세르는 퀀텀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장치가 빛을 내뿜으며 주변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정원의 모든 빛이 일제히 세르를 향해 돌아온 것 같았다.

"뭐지...?"

그는 뒤로 물러섰다. 정원은 그의 존재를 인식한 것 같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스캐너의 빛에 반응한 것이다. 세르는 장치를 낮추었다. 그러자 정원의 빛도 다시 원래의 리듬으로 돌아갔다.

"흥미롭군."

그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정원 깊숙이 들어갔다. 이제 그 빛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웠다. 도시의 네온사인과 달리, 이곳의 빛은 살아있었다. 숨을 쉬고, 반응하고, 움직였다.

세르는 장갑을 벗고 빛나는 이끼에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직접 접촉하진 않았지만, 그 가까이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미세한 진동. 마치 심장 박동 같은.

"당신들은 대체 뭐지...?"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이끼가 갑자기 밝게 빛났다. 그 빛은 주변으로 퍼져나가, 다른 식물들도 차례로 빛을 발했다. 마치 도미노처럼, 빛의 파동이 정원 전체를 관통했다.

그리고 갑자기, 세르의 앞에 무언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빛의 모양이 변하며, 거대한 홀로그램처럼 공중에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러나 그것은 기계가 만든 홀로그램이 아니었다. 생명체들이 함께 만들어낸 빛의 그림자였다.

이미지는 흐릿했지만, 분명했다. 도시의 모습. 차원 붕괴 이전의 G-7 구역이었다. 사람들이 걷고, 네온사인이 빛나고, 생명으로 가득한 거리.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소녀의 얼굴이 다른 이미지들보다 선명하게 떠올랐다. 금발에 파란 눈, 열 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가 마치 빛처럼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내 이미지는 흩어져 다시 정원의 일부가 되었다.

세르는 자리에 얼어붙었다. 방금 본 것은... 기억이었을까? 이 존재들은 과거를 기억하는 걸까? 혹은 그 소녀는 누구였을까? 왜 그녀의 이미지가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까?

퀀텀 스캐너가 끊임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는 장치를 내려다보았다. 이 정보가 더스트 코퍼레이션에 전달되면, 그들은 어떻게 할까? 실험실로 가져가 해체하고 분석할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자원으로 활용할까?

세르는 갑자기 불편해졌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는 러너였다. 정보를 수집하고, 보수를 받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도덕적 판단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소녀의 얼굴이 그의 마음에 남아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래전에 잊어버린 기억처럼.

차원 붕괴가 일어났을 때, 세르도 많은 것을 잃었다. 이웃, 친구, 아는 사람들... 하지만 그는 늘 그 상실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이 생존하는 방법이었으니까.

그러나 이곳은... 다른 존재같았다.

그는 정원 깊숙이 들어갔다. 빛의 식물들은 그의 발자국을 따라 미세하게 움직였다. 마치 그를 지켜보는 듯했다. 그러나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 어린 듯했다.

세르는 퀀텀 스캐너를 땅에 놓고 앉았다. 그의 주변으로 네온빛 정원이 펼쳐졌다. 푸른빛, 분홍빛, 보라빛이 어우러져 춤추는 듯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뭔가가 달라졌다.

눈을 감았는데도, 빛이 보였다. 아니, 빛이 아니라... 감각이었다. 마치 누군가의 손길이 그의 마음을 스치는 것 같았다.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는 메시지.


우리는 기억이다.


세르는 눈을 떴다. 주변의 빛은 더 강렬해져 있었다. 이제 그 빛은 단순한 색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이야기였다. 과거의 파편들. 차원 붕괴 이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한번, 금발 소녀의 얼굴이 빛 속에서 형성되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웃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차원 붕괴 직전의 순간, 모두가 느꼈을 공포.

그런데 그 소녀의 곁에 또 다른 형체가 있었다. 흐릿했지만, 어른의 형태였다. 그 성인은 보호하듯 소녀를 감싸고 있었다.

세르는 숨을 들이켰다. 그 형체가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 것 같았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기억하기를 거부해왔던 누군가.

"당신들은... 기억을 보존하고 있군요."

세르의 말에 정원이 반응했다. 빛의 파동이 그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긍정의 표시처럼 느껴졌다.

그는 갑자기 깨달았다. 이 생명체들은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니었다. 그들은 차원 붕괴 후, 남겨진 것들을 보존했다. 네온빛, 전자기 파동, 그리고... 기억. 사라진 세계의 마지막 증인들.

퀀텀 스캐너가 여전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세르는 장치를 바라보았다. 이 정보가 더스트에게 넘어가면, 그들은 이곳을 자원으로만 볼 것이다.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기억이 아닌, 데이터로.

그의 손이 스캐너 위로 움직였다. 버튼 하나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계약을 어기는 것이다. 500만 크레딧을 포기하는 것. 어쩌면 더스트의 보복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그는 망설였다.

정원은 그의 갈등을 느꼈는지, 다시 한번 빛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더 분명했다.

선택은 당신의 것.

세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 선택이라... 하지만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이 도시는 상관없겠지. 당신들조차도."

정원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새로운 빛의 파동이 일었다. 이번에는 더 복잡한 패턴이었다. 세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어떤 감정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용서, 이해, 그리고... 수용.

그 순간, 세르는 깨달았다. 이 존재들은 그의 선택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의 가능한 모든 선택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퀀텀 스캐너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정원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잘 있어."

세르는 금지구역을 빠져나왔다. 그의 마음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더스트 코퍼레이션의 회의실. 리아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결과는 어떻습니까?"

세르는 퀀텀 스캐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미안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습니다."

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말이죠?"

"금지구역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홀로그램에서 본 것과 같은 빛나는 생명체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저 폐허만 있었죠."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드론이 명확하게 포착했는데..."

"아마도 일시적인 현상이었나 봅니다. 차원 붕괴의 잔류 에너지가 만들어낸 환영일 수도 있고요."

리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세르를 바라보았다. "스캐너를 확인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녀는 장치를 열어 데이터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차원 붕괴 이후의 일반적인 금지구역 풍경만 담겨 있었다.


무너진 건물, 죽음의 땅.


"이상하군요..." 리아는 중얼거렸다. "다시 드론을 보내볼게요. 만약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더스트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세르를 꿰뚫었다. 그는 표정을 무심하게 유지했다.

"원하신다면 제가 다시 가볼 수도 있습니다."

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선금은 가지세요. 일단은 여기서 마무리하죠."

세르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약간 놀랐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는 회의실을 나왔다. 250만 크레딧. 평소 같으면 실패한 임무에 대해 이렇게 많은 보수를 받는 것에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세르는 자신의 아파트 창가에 서서 도시를 바라보았다. 네온사인이 비에 젖은 거리를 물들였다. 그 빛은 여전히 차갑고 무의미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물체를 꺼냈다. 퀀텀 스캐너에서 비밀리에 추출한 메모리 카드였다. 그 안에는 네온빛 정원의 모든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 원본은 삭제했지만, 이 복사본은 남겨두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더스트에 정보를 넘기지 않았지만, 정원을 완전히 보호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중간에 서 있었다. 항상 그랬듯이.

세르는 메모리 카드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담긴 정보는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었다. 다른 이에게는 위험한 존재의 증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무엇이었을까?


기억.


정원이 그에게 보여준 것처럼, 어쩌면 이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어떤 존재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존재는 언젠가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건 이제 나만의 정원이야," 그는 메모리 카드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너희들을 기억할게."

세르는 메모리 카드를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 이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가 했던 그 어떤 선택도 완벽히 옳거나 그르지 않을지 모른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파문을 일으킬 뿐.

창밖으로, 비는 계속 내렸다. 네온빛은 여전히 차갑게 빛났다. 그러나 이제 세르의 눈에, 그 빛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마치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원일지도 모른다. 잊혀진 기억들이 네온빛 속에 살아가는 곳.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을 뿐.

세르는 창문을 닫았다. 내일은 새로운 의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도시는 계속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의 가슴 한편에는 작은 빛이 자리잡았다. 네온빛 정원에서 가져온, 이름 모를 감각.

어쩌면 그것은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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