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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계 이코노미 설계

by 김동은WhtDrgon

물질 경제 하에서 인간은 생산 후 소비의 과정을 따르지만, 정보 경제의 주체는 소비 행위를 통해 생산을 수행합니다. 정보 경제에서 생산물은 소비되기 전까지는 잠재태에 머무르며, 이로 인해 전통적 지식 노동과 구별되는 '소비 노동'이라는 개념이 성립합니다.

토큰(token)은 표면적으로 화폐 시스템과 유사하여 기존 경제 모델을 차용하려는 시도가 빈번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설계 오류를 야기합니다. 현실의 화폐가 기 존재하는 가치의 교환과 측정을 위한 보조적 매개재인 반면, 정보 경제의 토큰은 아직 실체화되지 않은 가치의 생산 및 소비를 유도하는 동인(incentive mechanism) 또는 촉매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실 화폐의 은유는 이 새로운 경제를 이해하는 데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괴리를 인지하지 못한 '디지털 유물론자'는 정보의 영역에서조차 유형의 재화나 고정된 노동의 산물에만 주목합니다. 이들은 행위 유발의 촉매제인 토큰을 최종 결과물에만 결부시킴으로써, 가치가 생성되는 과정 자체를 고립시키는 오류를 범합니다. 이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이고 결정론적인 관점을 넘어, 비직관적이나 유효하게 작동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예컨대 양자 역학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게임 내 광고 시청 비즈니스 모델은 이러한 '소비 노동'에 대해 명시적 보상을 제공하는 초기 임금 시스템으로, 효과적인 이중 구조로 작동합니다. 이는 물질계의 단순한 시간 투입과는 구별되며, 정보계의 소비 노동에 대해 정량화된 디지털 재화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입니다.

이용자는 물질계의 소비자이자 정보계의 노동자라는 다차원적 정체성을 지닙니다. 이들의 가상적 페르소나(캐릭터)에게 디지털 재화를 보상으로 지급하고, 이 과정에서 창출된 가치를 기업이 현실의 수익으로 회수함으로써, 두 세계 간의 가치 순환 루프가 완성됩니다. 이는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양자 역학적 상호작용과 유사한 경제 모델이 구축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이 메커니즘은 일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치의 연금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광고주로부터 수취한 현실의 화폐를, 소비가 곧 생산이 되는 디지털 재화로 변환하여 이용자(소비 노동자)에게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그리고 이 노동의 결과(광고 시청 및 상호작용)를 통해 다시금 현실의 수익을 창출합니다. 즉, 이용자라는 '인간 촉매'를 매개로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폭되는 구조입니다.

게임의 목적이 순수한 유희일 경우, 광고는 몰입을 방해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게임이 부가적 수익 창출의 도구로 인식될 때, 이용자의 효용 계산은 달라집니다. 예컨대 2분의 게임 플레이보다 30초의 광고 시청이 더 높은 보상 효율을 제공한다면, 후자가 합리적 선택이 됩니다.

나아가, 이 과정은 양자 얽힘 현상과 비유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광고를 '시청'하는 특정 행위(측정)가 발생하는 순간, 세 주체(이용자, 광고주, 플랫폼)의 상태가 동시적으로 확정됩니다. 즉, 이용자의 캐릭터는 재화를 획득하고, 광고주의 생산물(광고)은 노출되며, 기업의 수익은 발생합니다.

이는 관찰(소비)되기 전까지는 그 가치가 확정되지 않는 정보의 속성을 반영하며, 물리적 직관과는 상이합니다. 실험(A/B 테스트)을 통한 상태의 중첩, 개별 콘텐츠(입자)가 다양한 맥락(파동)으로 다차원에 동시 존재하는 구조 등이 이러한 특성을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아이템이나 코드로 대변되는 디지털 경제는, 현실을 단순히 복제(mirroring)하는 것이 아닌, 두 세계(물질계와 정보계)가 상호 순환하는 독자적 이코노미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최소 두 개 이상의 우주를 전제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본질적 의미와도 일치합니다.

이는 광고 모델, 토큰 이코노미, 게임 시스템 등 다차원 경제를 구축하는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근본 원리입니다.


김동은WhtDrgon.@MEJEworks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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