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갑갑하니 심뽀가 아주 못되져서 커뮤니티 다크버전을 쓰고싶어졌다. “
이 포스팅은 본래 이런 글로 시작됐다.
마음이 꼬여서 공동체가 흔들리는 어두운 면을 들추고 싶다면, 아마 내가 그 사이를 부평초처럼 떠돌기 때문일 것이다. 천동설에서 별들이 왈츠를 춘다고 믿듯, 나도 한때 그 공동체 안에서 안정된 궤적을 돈다고 착각했다.
새로운 흐름은 언제나 키워드 하나에서 시작한다. 그 키워드는 곧 임시 성전이 된다. 물건이 아닌 커뮤니티가 우선인 세상. 내가 소속감을 느꼈던 단체 대화방이나 그룹의 이름표는, 사실 다음 먹잇감을 찾아 잠시 머문 철새들의 깃발이었다. 그곳에서 정착했다고 느낀 순간은, 키워드를 선점한 이들이 만든 네트워크 효과의 착시일 뿐이다.
그들이 약속했던 젖과 꿀이 흐르는 비전은, 기술의 본질이 드러나는 순간 차가운 현실로 깨진다. 내가 지식 체계를 쌓으려 애썼지만 깊어지지 않았다면, 내 노력 탓이 아니다. 애초에 그곳은 지식을 키우는 토양이 아니라, 이상과 환상을 빠르게 소비하는 소모장이었다. 창작자와 작가가 힘을 잃는 건 당연하다. 내 노동력이 고갈되기 전에, 더 자극적인 키워드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신용을 쌓는 일은 생각보다 무겁다. 내가 마주한 레드오션은 경쟁이 치열한 곳이 아니라, 수백 년 승자들의 트로피로 쌓인 거대한 성벽이다. 이 성벽 앞에서 내 진심 어린 디지털 노동은 터무니없는 무모함일 뿐이다. 내가 소속감 없이 떠도는 건, 시스템이 나를 철새 무리의 깃털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흔들림이 이 시대의 은밀한 힘이다. 소속을 찾지 못하고 고독을 택하는 건, 더 이상 관계의 소모와 교정의 대상이 되지 않겠다는 깃발이다. 내 떠도는 삶은, 외부 시스템이 약속하는 안정 대신 스스로 신용과 지혜를 쌓는 과정이다. 닻을 내릴 땅이 없음을 냉소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신 회복 탄력성이라는 부력을 키워라. 내 고독한 나부낌이 이 시대의 가장 단단한 생존 방식일 것이다.
김동은WhtDrgon@MEJEworks 2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