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레벨업의 심리학: 끝나지 않는 게임

by 김동은WhtDrgon

매일 아침 캐릭터를 깨웁니다. 점심에 밥을 줍니다. 저녁에 재웁니다. 하루 이틀은 재미있습니다. 일주일도 괜찮습니다. 한 달?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해?"


이것은 모든 서비스가 직면하는 질문입니다. 처음엔 신선합니다. 새롭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면 지겹습니다. 도파민이 떨어집니다. 뇌가 적응합니다.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학습이론에서 훈련이나 학습 과정에서 실력이 일시적으로 더 이상 향상되지 않고 정체되는 현상을 '고원/능선(Plateau)'이라고 부릅니다. 성장이 멈춘 구간. 새로운 것이 없는 시기. 유저가 가장 많이 이탈하는 순간입니다.


통계가 잔인합니다. 신규 유저의 70%는 첫날 이탈합니다. 7일 리텐션 평균 20%. 30일 리텐션 평균 5%. 3개월 리텐션? 2%. 100명이 시작하면 3개월 후 2명만 남습니다.

왜 떠날까요? 할 것이 없어서? 아닙니다. 콘텐츠는 넘칩니다. 재미없어서? 아닙니다. 처음엔 재미있었습니다.

'성장'이 없어서입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데 결과가 똑같습니다. 어제 한 것을 오늘도 합니다. 오늘 한 것을 내일도 합니다. 변하는 것이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나아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단순 반복을 견디지 못합니다. 뇌는 변화를 원합니다. 새로움을 원합니다. 성장을 원합니다.


메제웍스가 고민한 것이 이것입니다. 매일 루틴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루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루틴 안에 성장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행동이지만 매번 다른 결과. 반복하지만 발전하는 경험.

어떻게?

30년 전 게임들이 이미 답을 찾았습니다.


1. 고전의 지혜: 성장은 가능성의 확장이다


록맨의 무기

1987년, 캡콤이 록맨(Mega Man)을 출시했습니다. 파란 로봇이 악당 보스들과 싸웁니다. 8명의 보스. 어느 보스부터 싸울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합니다.

보스를 깨면 무언가를 얻습니다. 그 보스의 무기입니다. 불을 쏘는 보스를 깨면 불을 쏠 수 있습니다. 얼음을 쏘는 보스를 깨면 얼음을 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얻은 무기로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구역을 갑니다. 불 무기로 얼음 벽을 녹입니다. 얼음 무기로 용암을 얼립니다. 새로운 무기 = 새로운 길.

이것이 성장입니다. 숫자가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경험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도 같습니다. 친밀도 레벨 5가 되면 비밀 대화가 열립니다. 레벨 10이 되면 비밀 장소가 열립니다. 레벨 15가 되면 비밀 일기가 열립니다. 성장할수록 볼 수 있는 것이 늘어납니다. 알 수 있는 것이 늘어납니다.

숫자가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숫자가 오르면 '무엇이 열리는가'가 중요합니다.


마리오의 변신

1985년, 닌텐도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출시했습니다. 빨간 모자의 배관공이 버섯 왕국을 구합니다.

마리오는 작습니다. 버섯을 먹으면 커집니다. 두 배로. 불꽃 버섯을 먹으면 불을 쏩니다. 너구리 잎을 먹으면 날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성장이 시각적입니다. 작은 마리오가 큰 마리오가 됩니다. 흰 옷이 빨간 옷이 됩니다. 모습이 바뀝니다. 능력이 바뀝니다. 플레이가 바뀝니다.

아이들은 이것을 사랑했습니다. 변신. 진화. 성장이 눈에 보입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도 같습니다. 친밀도가 오르면 캐릭터 표정이 바뀝니다. 새로운 모션이 생깁니다. 새로운 대사가 나옵니다. "안녕?"에서 "오늘 보고 싶었어"로. 성장이 시각적입니다. 청각적입니다. 감각적입니다.

플레이어는 느낍니다. '아, 우리 사이가 가까워졌구나.'


2. 습관의 경제학: 매일 오게 만드는 법


Duolingo: 불이 꺼지는 공포

2011년, 루이스 폰 안(Luis von Ahn)이 Duolingo를 출시했습니다. 언어 학습 앱입니다. 무료입니다. 광고도 적습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MAU(월간 활성 유저) 7,400만입니다.

비결은 무엇일까요?


연속 학습일(Streak)입니다. 매일 학습하면 숫자가 올라갑니다. 1일, 2일, 3일... 100일, 200일. 숫자 옆에 불꽃 아이콘이 타오릅니다. 하루라도 놓치면? 불이 꺼집니다. 0으로 돌아갑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100일을 채웠는데 하루 깜빡해서 0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매일 접속합니다. 하루 5분이라도. 잠들기 전에라도.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Duolingo는 이것을 압니다. 그래서 'Streak 보호권'을 팝니다. 월 2,000원. 하루 놓쳐도 Streak가 유지됩니다. 2023년 Duolingo 연매출 3억 달러(약 4,000억 원). Streak 보호권 판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싫어합니다. 100일 Streak를 잃는 것이 100일을 쌓는 것보다 더 두렵습니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도 Streak 시스템을 씁니다. 연속 출석일. 연속 대화일. 매일 접속하면 숫자가 올라갑니다. 보상이 커집니다. 7일 연속이면 특별 아이템. 30일 연속이면 한정 카드. 100일 연속이면 숨겨진 엔딩.

끊기 싫습니다. 100일 가까이 왔는데 놓치기 싫습니다. 그래서 매일 옵니다. 바쁘더라도. 피곤하더라도. 1분이라도.

습관이 됩니다.


Strava: 목표는 90%에서 완성된다

2009년, 마크 게인즈포드(Mark Gainey)가 Strava를 출시했습니다. 러닝과 사이클 기록 앱입니다. GPS로 경로를 추적합니다. 시간과 거리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기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한두 번 뛰고 관둡니다. 그래서 Strava는 '도전 과제(Challenge)'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달 100km 뛰기". 매일 조금씩 뜁니다. 진행률이 올라갑니다. 50%, 70%, 90%. 월말이 다가옵니다. 90%입니다. 10km 남았습니다.

그만둘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90%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습니다. 비가 와도 뜁니다. 추워도 뜁니다. 피곤해도 뜁니다. 10km만 더. 100% 완성.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제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부릅니다. 완성되지 않은 것이 완성된 것보다 더 기억에 남습니다. 90% 채운 진행 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2023년 Strava 유료 구독자는 300만입니다. 월 7,000원. 연 84,000원. 왜 돈을 낼까요? 도전 과제를 완성하고 싶어서입니다. 더 많은 도전을 받고 싶어서입니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도 같습니다. 월간 미션이 있습니다. "이번 달 대화 100회". 진행률이 보입니다. 매일 조금씩 채웁니다. 월말. 92%. 8회 남았습니다. 그만둘 수 없습니다. 마저 채웁니다.

보상이 기다립니다. 한정 배경. 특별 타이틀. 희귀 카드.

완성의 쾌감입니다.


Peloton: 라이브의 긴장감

2012년, 존 폴리(John Foley)가 Peloton을 출시했습니다. 실내 자전거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자전거가 아닙니다. 화면이 달려있습니다.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에 접속합니다.


강사가 말합니다. "자, 다들 준비됐죠? 시작합니다!" 음악이 흐릅니다. 페달을 밟습니다. 화면에 순위표가 뜹니다. 실시간입니다. 전 세계 수천 명이 동시에 참여합니다. 내 이름이 보입니다. 내 순위가 보입니다.

더 세게 밟습니다. 순위가 올라갑니다. 땀이 납니다. 숨이 찹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라이브입니다. 지금 아니면 끝입니다.


2020년 팬데믹. Peloton 가입자 폭증. 한 달에 60만 명 증가. 2020년 말 기준 MAU 600만. 월 구독료 40달러(약 50,000원). 왜 이렇게 비싼데 낼까요?

라이브의 긴장감 때문입니다. 혼자 운동하면 대충 합니다. 하지만 수천 명이 함께 하면 다릅니다. 순위가 보이면 다릅니다. 경쟁합니다. 긴장합니다. 집중합니다.


Peloton에는 뱃지 시스템도 있습니다. 10회 참여 뱃지. 100회 참여 뱃지. 1,000회 참여 뱃지. 사람들은 뱃지를 모읍니다. 자랑합니다. SNS에 올립니다. "#Peloton1000 #완주".

수집욕입니다. 성취욕입니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에도 뱃지가 있습니다. 출석 뱃지, 친밀도 뱃지, 수집 뱃지. 프로필에 표시됩니다. 다른 유저가 봅니다. 자랑입니다. 증명입니다. '나는 이만큼 열심히 했어.'


3. 보상의 과학: 언제 줄 것인가


스키너의 상자

1948년,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B.F. 스키너(B.F. Skinner)가 실험을 했습니다. 상자 안에 쥐를 넣습니다. 레버가 있습니다. 쥐가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옵니다.

스키너는 여러 방식을 테스트했습니다.


방식 1: 고정 비율(Fixed Ratio) 레버를 10번 누르면 먹이 1개. 항상 10번.

방식 2: 변동 비율(Variable Ratio)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평균 10번에 1개. 하지만 정확히 언제 나올지는 모릅니다.

어느 쪽이 더 중독성이 강할까요?

변동 비율입니다. 압도적으로.

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다음에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누릅니다. 멈출 수 없습니다.


이것이 도박의 원리입니다. 슬롯머신. 가챠. 뽑기. 언제 당첨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음에 당첨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한 번 더.

게임 산업은 이것을 압니다. 그래서 랜덤박스를 씁니다. 확률형 아이템. 언제 나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뽑습니다.


하지만 메제웍스는 다릅니다.

K-POP 팬덤은 도박을 싫어합니다.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합니다. 확실하게. 명확하게.

그래서 메제웍스는 변동 비율을 발견에 씁니다. 도박이 아닌 탐험에 씁니다.


탐험의 보상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에는 섬이 있습니다. 캐릭터와 함께 산책합니다. 숲을 걷습니다. 해변을 걷습니다.

가끔 뭔가를 발견합니다. 반짝이는 조개. 클릭합니다. 아이템을 얻습니다. 또는 이야기 조각을 얻습니다. "멤버 A가 이곳에서 ○○○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언제 나타날까요? 모릅니다. 매일 산책해도 안 나타날 수 있습니다. 3일째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1주일째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도박이 아닙니다. 우연한 행운입니다. 발견의 기쁨입니다. 탐험의 보상입니다.


심리적 차이가 있습니다. 도박은 돈을 씁니다. 잃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입니다. 탐험은 시간을 씁니다. 잃는 것이 없습니다. 발견하면 기쁩니다. 못 발견해도 괜찮습니다. 산책 자체가 즐겁습니다.

메제웍스는 변동 비율을 씁니다. 하지만 도박으로 쓰지 않습니다. 발견으로 씁니다.


4. 수집의 심리학: 빈칸은 채워야 제맛


포켓몬의 도감

1996년, 닌텐도가 포켓몬스터를 출시했습니다. 151마리 포켓몬. 잡으면 도감에 등록됩니다.

아이들은 도감을 봅니다. 100마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빈칸이 51개 있습니다. 실루엣만 보입니다. '???'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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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제웍스 CEO. 배니월드,BTS월드, 세계관제작자. '현명한NFT투자자' 저자. 본질은 환상문학-RPG-PC-모바일-쇼엔터-시네마틱-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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