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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Nov 18. 2019

<힘들면 게임도 못한다.>

김동은WhtDrgon. 131110 #게임기획자하얀용

 나는 사실 내 아는 어떤 사람이 맨날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지낸다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 요즘 온라인 게임도 접속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게 더 두렵다.

사람이 진짜로 힘들면 게임도 못한다. 술,마약과 게임은 그게 다르다.그게 게임이든, 삶이든. 삶에서 안되면 게임에서라도. 도전은 살아있으니까, 살아있고 싶으니까 하는거다.

승리하라며, 이기라며, 성공하라며, 꿈을 이루라며. 리더가 되라며. 업적을 세우라며. 최대한 노력해서 승리하는 삶을 살라고 그러길래. 아이들은 그렇게 했다.

 현실에서 안되니까 게임에서라도.전사,마법사,성직자,사냥꾼. 뭐가 좋아요? 원하는대로 할 수 있어요. 다 필요없다. 뭐가 레벨업이 빨라요? 뭐가 이겨요? 힘들게 밸런스 맞춘 기획자 섭섭케하며.

효율 추구를 위해 게임의 줄거리, 사건, 임무 다 포기하고 한 자리에서 최대 효율로 같은 자리에서 몬스터만 죽인다.

 승리와 효율을 위해 같은 팀원에게 쌍욕을 해대며 같은편 엄마 안부 물어가며 초보들을 갈구고 욕하고

웃자고 만든 놀이에 핏대를 올리며 악을 쓰고
충혈된 눈으로 키보드로 욕설을 쳐댄다. 같은 편에게.

승리했다. 레벨을 올리고, 돈을 모으고 길드장에 오르고. 노력을 인정받고, 기여를 인정받고, 역할과 실력을 인정받는다.

게임을 하는 부모들만 알고있다. 게임에 미성년자를 못 들어오게 하면 그 게임은 미성년자가 해도 될 만큼 건전한 서버가 된다.

못 믿겠으면 아이들 많이 하는 게임을 시작해보라. 첫 판에 당신에게 쏟아질 아이들의 비난과 모욕. 그것도 적이 아닌 같은 편에게서. 단숨에 느낄 것이다. 이건 그들에게 놀이도 장난도 아니라는 것을.

그래봐야 게임중독이네! 게임이 이렇게 흉측한 것이었다니! 당장 우리 아이를 이곳에서 구출해야돼! 라고 생각하겠지.

아이들은 하루종일 게임하고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승리하고 성취하고 달성하고 있다. 적과 싸우고 같은편과 싸우고, 시간과 싸우고, 부모님과 싸우며 최선을 다해 승리하고 있다.

점수 없는 들판을 구경하고 있지 않다. 효율 없는 여행경로를 짜지도 않는다. 게임을 꿈꾸지 않고 표를 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좋다. 허송세월 보내도 좋다. 호기심이 풀릴 때까지 살펴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부모는 그렇게 살라는 본능을 만들어줘놓고는 그렇게 살수있는 유일한 세상에서 아이를 끄집어내고, 아이는 그렇게 사는게 지겨워 만들어놓은 레저세상에 와서 부모처럼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아이들은 게임 중독에 걸려있는게 아니라 성취중독에 걸려있다. 게임은 그 어린 아이들에게 그것이 가능한 유일한 세상이다. 그래서 게임도 그렇게 거지같이 재미없게 하는거다. 아이들의 게임 시작에는 이제야 해방인 것 같은 탁트인 한 숨이 없다.

어른들마저 자기 전 심어놓고 아침에 추수하는, 전자 소득기를 하루 틈틈 시간정해 즐기고 있는 세상이니, 아이들이라고 다를소냐. 그런걸 알기에 게임마저 뜯어내려는 저 규제산업종사자들의 탐욕과 규제에 환호하는 부모님들의 무지가 한없이 잔인하게 느껴진다.

게임개발자로서 내쪽에서 사정 하고 싶다. "게임에서라도 좀 놀아달라. 놀라고 만든거잖아.거기서 자아실현 하지 말라구! 쉬엄쉬엄해!"


게임기획자 하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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