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WhtDrgon. 210621 #게임기획자하얀용
어릴적 흑석동에 이상하게도 당랑권도장이 있었다. 그런데는 또 못지나가는 성격이어서 소반차, 대반차를 열심히 배웠고, 버파도 리온만 했었던 경험. 하지만 당랑권은 주인공의 무술이 아니었지. --;
품세는 각 무술이 어떤 근육을 어떻게 특정한 방법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평소에 단련해야하는 기본기들로 이뤄져있다. 그래서 기마세와 궁보세는 거의 모든 무술의 기본 동작이 되고, 일보삼권같은 다리로 자세를 잡고 근육을 틀어꼬는 동작이 반복 연습의 대상이 된다.
무협지에 나오는 초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자 4자로 이루어져 있다. 간만에 무예도보통지를 열어보니 동작마다 멋진한문 4글자들이 수마다 수를 놓은듯 고색창연하게 새겨져있어 너무 반가웠다.
이 한문들은 유튜브도 없고, 지식 전파가 너무도 어려웠을시절 각 동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저 폼 잡은 시처럼 보이지만 잠자리가 물을 채듯, 구름이 산을 돌아가듯 곰의 앞발처럼 호랑이의 뜀박질처럼 용의 꼬리처럼 당시 상상할 수 있던 요소들을 시상으로 은유해서 근육의 움직임이나 기세의 성격과 느낌을 알려주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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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훈련시켜놓고 당랑권 사범님과 손님이 앉아 신세한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지금 뭐하는지 안부를 묻고 어떤 한탄 같은 것들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대만의 어떤 분을 말하며 그분의 제자의 제자의 제자가 너희들이라고 말했었는데 그때 그 우수에 찬듯한 연로한 사범님은 한달에 5만원 내는 이 꼬맹이들을 두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TRPG를 함께 했던 마스터들, 인터넷 시대, MMORPG의 시대에 기획자로서 현장을 누볐던 이들이 이제는 가정을 가지고 있고 다른 업종이나 관리직에서 일하고 있고 현업실무에는 이제 몇명 남지 않은 것같은데,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한 (곁다리의) 꿈이 있다.
99년부터 틈만 나면 밀어넣으려고 했던 한국의 것. 우리의 것들을 게임으로 구현하고 그것을 체계화시키는 일인데, 중세 판타지에 대한 상세자료설정만큼이나 멋진 우리의 것을 게임 자료화하고 표준화?시키는 작업. 큰 꿈을 이루면 따라붙일 꿈인데 둘 다 아직 못한 것 같다.
무예란 것은 도성앞에서 공식 행사를 통해 시범을 보인다고 해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칼을 뽑아들고 달려나갈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기예라는 한계를 맞는다. 뜻이 있는 사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진지와 순수, 컬처 테크놀로지와 학문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싶을 것. (그런 분이 페친 중에 계셔서 영광이다.)
게임과 세계관에서의 내 마음도 감히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애들 놀이나 여흥에서 멈추지 않고 삶과 생업과 예술과 자아실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치와 깊이와 진지함에 대한 열망 혹은 집착.
그 진지함은 고증을 맞추어 고루하기 그지없는 민속학이나 역사의 학문 영역에 들거나, 예술의 영역, 순수 문학의 끄트머리를 붙잡는 영역도 있겠지만 나는 그 자체로서 전문용어와 미장센, 테크닉으로서 콘텐츠 기술의 영역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업과 경영과 고객관리와 핵심 서비스의 영역으로.
그 과정에서 진지와 순수에 박물되거나 매몰되지 않고 다시 재미와 편리함의 영역으로. 자칫 다시 기예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른다는 유희의 영역으로 다이브해서 만화재료로 게임 재료로 분해해 내야 모든 곳에서 제대로 빛나게 될 것이다.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일반기 특수기 필살기로서 수억번쯤 모두의 눈 앞에서 시연되도록.
최근의 메타버스라는 가상화된 가상세계에 대한 기대. 힙해진 한류는 게임이 단단한 설정의 성벽으로 쌓았던 영역이 더 낮은 파티션 수준으로 오픈월드 가상세계를 현실과 결합된 형태로 구현하게 될 것이고 그곳에 훨씬 더 유연해진 세계관의 축성기술이 필요로 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 자리에 조선을 조선의 무술, 진법을, 갓과 도포, 그리고 킹덤으로 유명해진 문경새제의 축성과 도면, 전술을 놓고 싶다. 민속학이나 역사적 사료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만화로 폴리곤으로 매우 치밀한 게임 시나리오와 월드의 소재로서 살아움직이는 세계의 실제 소재가 되게하고 싶다. 동헌의 화장실 위치와 뒷편에 있는 임금님방의 존재, 그 뒤에 놓인 온돌굴뚝을 알리고 싶다.
그 모든 곳을 숨고 부수고 올라타고 불지르며 전투하고 춤추게 하고싶다. 가장 사소한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동헌 문짝을 뽀개버리면 어떤 비상벨이 울리고 어디서 병사들이 허겁지겁 무엇을 걸치고 튀어나와 어디서 무슨 무기를 꼬나쥐고 튀어나오는지 세계관과 설정으로 말하고 싶다.
근거만을 둘 뿐, 고증에 매이지 않고 빈 자리를 창작으로 채우고 모에화시켜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그림으로 언문이 아닌 언툰으로 박물관풍의 그림들을 최신의 그림으로 풀어내보고 싶다. 그리고 그걸 묶어서 영일독프로 번역해서 킥스타터에 올려야지! RPG 서플리먼트북이라고 우기면서. 전세계 모든 한류 콘텐츠 요소를 넣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책장과 자료 디렉토리에 PDF로 놓일 수 있게.
이 모든 것이 K가 힙해진 현재에 이르러서야 가능해진 일이다. 충분히 상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액 5억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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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는 이걸 꼭 착수해봐야지! 라고 벌써 6월 중순에 결심해봅니다. 연말엔 시작이나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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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