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은WhtDrgon Jul 13. 2021

<아니다. 그저, 단지, 10년 전일뿐.>

김동은WhtDrgon. 160703 #게임기획자하얀용

개요

이 글은 2016년 7월 3일. 페이스북 포스팅을 옮긴 글입니다. 포켓몬 고가 한국에 오픈 안되고 북한 쪽 구역 끝자락인 속초만 오픈되어 한창 열풍인 때입니다.


본문

포켓몬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포켓몬이 세계 남녀노소가 공감할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아니다. 사실은 그들 대다수도 포켓몬을 그렇게까진 모른다. 그저 몇 번 듣고 봤을 뿐 그저 단지 세계인이 모두 아는! 콘텐츠일 뿐이다. 내가 아니라 '남'이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포켓몬은 남이 아는 IP이다. 지금 속초 몰려가는 사람들이 정말 포켓몬 IP를 그렇게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일까? 아니다. 속초시장님이 숨은 포켓몬 마니아였을까? 이제 축제일뿐이다. 축제는 사람이 콘텐츠다.


2002 축구 열풍이 축구 콘텐츠가 대단하고 축구가 다른 스포츠보다 우월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축구로 공감할 수 있었을 뿐이다.

꾸준히 키우지 못한 우리나라 IP가 문제라고? 아니다. 그러면 마블 같은 IP가 넘치는 미국은 왜 일본 IP랑 계약했나?


 AP, GPS 기술? 증강현실 기술이 이미 있었다고? 이미 만들었지만 포켓몬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아니다. 기술은 게임이 아니다. 단지 그저 게임을 만들 수 없었을 뿐이다.


 거꾸로  포켓몬만으로 뜰 수 있다면 닌텐도가 자본주의를 점령했겠지. 그럼 이제 포켓몬이 나왔으니 이 장르의 게임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걸까?


 콘텐츠와 시스템은 a * b이다. 10x1도 있고 1x10도 있지만 5x5의 관계이다. 우리도 계약할 수 있고 찾아낼 수 있다. 하다못해 대장금이든 뭐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서 죽여주는 것을 만들 것이다.


필요했던 것은 기술도, IP도 아닌 '이거 하면 되냐?'라는 탐욕적인 보증이다. 새로운 시도를 허락받기 위해서는 이미 누군가가 이 시도를 통해 성공했다는 사례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서 아마 이제 가능해질는지도 모르겠다.


유저들이 아무리 비웃어도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 단지 기획자들의 창의가 술자리에서만 허락될 뿐이다. 대한민국 어떤 기획자. PD, 개발자라도 자신이 꿈꾸는 게임에 대하여 대의부터 디테일까지 3시간 이상 이야기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그저 세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 뿐이다. 박세리와 이세돌과 김연아와 안현수처럼 우리의 1위들은 세계의 1위와 싸울 수 있다.


단지. 단지 잃어버린 10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 FPS 2? 단지 10년 전일뿐이다. 10년 전을 강요하는 것을 멈추기만 하면 된다. 안방을 내줬다고? PC방 순위를 보라. 단지 10년 전일뿐이다. 10년 20년을 현역으로 그날에 머물러  살아 있다.  XP? 액티브엑스? 단지 10년 전일뿐이다. 그때는 최신이었다. 게임 종주국의 지위를 잃었다고? 단지 10년 전일뿐이다. 그저 10년 전의 그날에 갇혀있을 뿐이다.


비록 우리가 지금은 북한 국경을 넘은 귀퉁이 쪼가리에 모여서 게임을 즐기는 신세일지라도 10년간 등장한 세계 1,2위를 제외하고, 위대한 스타크래프트에 한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거의 모두가 우리의 것이다. 단지 우리가 10년 전의 그날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을 뿐이다.


단지 우리가 이후 10년을 누릴 자격이 없을 뿐 대한민국은 여전히 다를 바가 없다. 고삐를 풀고 달리게 할 수 있다면, 이미 성공의 보증을 요구받으며 탐욕의 복제를 멈추고 스스로를 믿을 수만 있다면, 그저 게임만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 할 수만 있다면, 그날을 위해 모든 개발자들은 만들고 싶은 게임을 구상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저 그들처럼 게임을 만들 수만 있다면.


첫 삽부터 돈을 쥔 비전문가들의 취향에 맞춰 삽질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미 나온 것으로 성공을 보증한답시고 복제품을 요구받지 않고 어떻게든 새로워 어설픈 것들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시도라는 것을 시도해볼 수만 있다면. 그저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단지 10년의 철로에 멈춰있을 뿐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그날처럼.


20160713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작가의 이전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만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