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WhtDrgon.190803#게임기획자하얀용
이 글은 2019년 8월 3일 페이스북 포스팅을 옮긴 글입니다.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기획/프로그래머/아트 작업을 해줄 사람이 없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게임은 만들어야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못 만들고 있는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봤습니다.
답변
어떻게 구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가 문제겠죠. 아무나 하겠다는 사람 모아서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이 상태는 팀원이 아니라 동지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사람들을 만나야죠. 마음 급할 땐 이게 무슨 한가한 소리냐 싶은데 내년도 오늘이 되고 우리는 완성하려고 게임을 만들려는 것일 테니까요.
시간을 가지고 실제로 함께 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뜻이 통하는지, 그리고 내 가치에 동의하는지 알기 위해 게임 제작 커뮤니티 등에서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내 생각을 어필하고 상호 신뢰를 가진 상대에게 정성스럽게 제안하는 것이 답이겠지요. 누구도 원가절감의 방법이 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너무 뻔한 말이지만 '진심 어린 정성'만이 답이 아닐까 합니다.
게임 개발 경력이 있다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료 교육을 통한 헌신으로 신뢰와 교감을 쌓은 후 게임 개발을 시도해보시는 것도 방법이겠죠.
첨언
현금 없이 일 할 때는 더 많은 정성이 필요하고, 리더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순이나 흐릿한 부분이 없는 준비된 구상이 가장 큰 신뢰를 줍니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멤버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과정에서 '제안의 형태'가 점진적으로 명확해져야 할 텐데 그 밑준비가 필요합니다. '진심 어린 정성'은 내가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느껴야 하는 것이고 밑준비가 그 증거가 될 것입니다.
확장 키워드
단답은 여기까지이고, 다른 게임 개발 지망생을 위해 추가적인 이야기를 위해 아래와 같이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키워드 : 팀 합류/의기투합/현금/자작/홈그라운드/모티베이션/디렉팅/기획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은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팀에 합류하는 방법이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이 있으니 인디게임그룹이나 개인 게임 개발 커뮤니티에는 언제나 사람을 구하고 있지요.
하지만 원하는 것이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라면 결국 멤버를 모아야겠지요.
이 말의 의미가 독단이나 멋대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도가 뚜렷하지 않은 리더는 팀의 재앙이고 사람들의 인생을 낭비시킵니다.
기술자에게 작업을 요청할 때는 '현금'을 내야 합니다.
그게 아닐 때는 미래 이익을 나누겠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거니와 일단 합류를 고려하는 시점 이후 이야기입니다.
서로 심사숙고한 결과라는 신뢰가 있는 사람이 흥미 있는 동기를 제안해야 합니다.
신뢰를 위해 이 사람이 게임을 내 역량을 낭비하지 않을 만큼 정말로 충분히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합류를 결정할 만큼 흥미 있는 기회여야 합니다.
'함께 게임을 만들어 나가겠다'라는 말이 티미한 게임 구상을 변명하는 말이 돼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게임의 구성을 명확하게 제안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서 정확한 제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금기반이 아닌 조직은 '모티베이션이 떨어지기 전까지'라는 시간 제약이 핵심 관리 자원이 되어있을 테니까요. 사람들이 공회전하거나 헤매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이런 류로 멤버를 모을 때는 생각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내 제안을 유연하게 수렴하면서도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뚜렷한 형상을 가지고 있어야 당위를 바탕으로 한 신뢰를 통해 팀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흐름 : 현금-> 비용 명세서 <-인력/작업/스펙 명세서 <-구상의 구체화.
가장 명백한 방법은 현금을 지불하는 것인데 이게 해결책이라면 질문이 오지도 않았겠지요. 차근차근 나열하기 위해 첫째 키워드로 올렸지만 그냥 집고 넘어가기엔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게임에도 유료과금이 여의치 않으면 그에 준하는 광고 시청이나 리텐션, 바이럴 등의 다른 간접 결제 방법을 고민하기도 하고, 과금을 기준 삼아 무료로 지급하는 선물들의 가치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게 돈으로 하면 얼마다' 혹은 '1000원이면 4시간을 절약한다.' 현금은 이처럼 교환가치의 기준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든다는 뜻은 이 '현금'에 준하는 가치를 어떤 식으로든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요.
그래서 위시캣이나 크몽 등의 외주 사이트를 누비며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게임의 비용을 만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스프레드시트에 쓰는 데는 돈이 안 드니, 기술자들을 스크랩해가며 전체 비용을 적어보세요. 프리랜서 소개와 포트폴리오를 보면 작업 공정들이 꼼꼼히 적혀있습니다.
막상 해보면 알겠지만 현금이 낀 이 작업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핵심이라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현실적이 돼서 생각하는 게임의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무엇보다 얼마나 많은 것이 비어있는지 알게 되지요.
명세가 명확하게 나왔고, 그게 돈을 모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면 외주제작으로 구현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흐름: 자작 -> 작업 명세서 <-요구기능과 방식.
직접 만드는 겁니다!. 첫째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안되니까 고민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내가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밑준비 같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와 연결되는데, 직접 만들 수 없다면 무엇을 직접 만들 수 없는지 알아야 합니다. 팀원이 되어 작업할 때도 가져야 할 소양인데, 제목에서 전제한 '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 사람'은 훨씬 더 구체화되어있어야 합니다.
내가 비록 기술은 없지만 직접 만든다면 어디 어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그 이전에 어떤 기능을 구현하여 유저의 조작에 이르게 하고 싶은지 빠짐없이 기술해봐야 합니다. 키보드나 마우스로 움직이거나 인벤토리가 있는데 어떻게 작용하는지 말이죠. 기획자라면 기능목록으로 가도 되지만, 아니라면 화면 페이지 중심으로 서술하는 쪽이 편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기술자가 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잘 모르겠으면 잠깐 시간을 내어 게임엔진+튜토리얼을 해보면 좋습니다.
RPG쯔꾸르는 많이 권하는데 JRPG경험이 없다면 생각보다 머리 아프고요.
컨스트럭트 2 튜토리얼을 권합니다. 3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습니다.
https://www.construct.net/en/tutorials/construct-1997
유니티 바로 따라 하기 같은 걸 해봐도 좋고요.
여기서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http://avangs.info/help_faq/446342
이렇게 작업 명세서를 만들 수 있는데, AdobeXD 혹은 PPT의 문서 내 페이지 링크를 이용해서라도 목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XD는 생각보다 쉽고 '자동 애니메이션' 기능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예쁜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꼭 이런 툴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구글슬라이드.파워포인트를 통해서 동일한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A4종이에도 페이지번호를 붙여서 그릴 수 있습니다.
만일 생각했던 게임이 커서 이렇게 답이 안 나온다면 그게 팀원을 모아서 답이 나올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보통 이렇게 동아리 식으로 팀을 모으면 제작력이 고용된
기술자에 비해 그렇게 월등히 높지 않습니다. 스펙을 충분히 더 줄여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돈과 시간의 제약으로 개인 요트와 전용기를 탈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은 대체제를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스포츠카는 못 사도 BMW 드라이빙 스쿨을 다니거나 게임을 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만들고 싶은 게임의 구현 장르를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많은 장르가 다양한 즐거움을 주고, 각 직군의 능력을 극대화한 장르가 이미 있습니다. 내가 글 작가라면 그래픽이 없는 텍스트만으로 구성된 게임을 만들 수 있고, 아트라면 비주얼 노벨을 구현해 볼 수 있습니다. JPG와 아이콘 그리고 터치만으로 구성된 게임을 만들 수도 있지요.
이 셋째 방법의 핵심은 '팀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 팀원에 대한 최대한의 성의로' 본인의 작업 비중을 늘리고 외부 의존비율을 낮추는 것에 있습니다.
인디는 창의적이라고 하는데, 인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창의적이 됩니다. 자본집약 게임을 못 만드니까요.
멤버를 영입하기 위한 특징적인 것을 갖추는 것이 사실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몸만 오시면 된다.'라는 준비상태입니다. 일종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도 있습니다. 개발 성공률을 높여줌과 동시에 나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지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을 수 있고요.
정부 지원 친화적인 관광이나 지역에 대한 것일 수 있고,
만들기 쉽고 명확한 주제를 가진 게임일 수 있지요.
'어 이거 좋은데? 바로 해볼 수 있겠는데?' 같이 포인트가 명확하다면 동조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더 쉬울 겁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모티브를 구상하는 것과 게임 기획과 디렉팅은 모두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획은 내가 하지 뭐'라거나 '기획은 모두 함께 한다.'라는 말은 재앙에 가깝습니다.
게임의 아이디어는 모두가 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기획 작업을 헷갈리면 안 됩니다. 모두 함께 공동으로 그림을 그리고 코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요.
모티브가 나오고 유저에게 어떤 느낌의 콘텐츠가 될지 결정되고 그 콘텐츠를 정확히 어떤 게임 구조와 시스템으로 구현될지 작업하고, 어떤 파라미터가 존재하며 어떤 값이 들어가는지 밸런스가 존재하고 누군가가 정해야 합니다.
동아리식 개발 구성은 시간과 작업량의 제약이 매우 심합니다. 필수 작업을 최대한 보호하며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라 이런 기획 작업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급 기획서를 작성하자는 뜻이 아니라 게임이 종이 위에서 충분히 그려지고 구상되어 작업 자체는 명세서를 통해 한번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획도 전문기술이라 기획은 내가 하지 뭐,가 아니라 본인이 기획자가 아니라면 이 영역도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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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임 개발자들에게 행운이 가득하시길.
20190803
김동은WhtDr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