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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Jul 14. 2021

<기호품에서 한끼 식사가 된 게임>

김동은WhtDrgon.160918#게임기획자하얀용


개요

이 글은 2016년 9월 18일 페이스북에 <스낵에서 식사가 된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된 글입니다. 게임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가지게 됨에 따라 창작자가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본문


사람은 세끼 식사를 먹고, 매 한 끼는 인생의 한나절의 양분을 책임진다.  그래서 한 끼는 스낵이나 캔디와는 달리, 영양소들에 대한 책임지분이 있다.


 냉면의 계란 반쪽, 짜장면의 오이채와 완두콩 셋, 햄버거에 든 헛웃음 나올 양의 상추 한 장, 피클 두 개. 라면의 건조야채 한 꼬집도 식사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을 위한 체면치레인 것이다. 


몸을 위한 양분이 그렇다면 마음의 양식은 어떠한가? 게임이 종합예술이라면, 동시에 대중문화라면. 모든 어린이들, 청년, 어른들의 취미와 여가를 책임진다면  그 범위가 점점 늘어난다면 이제 거리 음식, 불량식품, 자극적인 캔디의 영역에서 벗어나 한 끼 식사로서의 품격을 갖춰야 한다. 


더 큰 기업에 사회적 책임이 더 크듯, 더 사랑받는 콘텐츠는 더 큰 책임이 있다. 그게 무엇이든 일주일의 하루 이상을 쓴다면 그게 인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추억, 문학, 사학, 철학에 대한 맛보기 토핑, 그 시절의 소양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능 점수를 책임지지 못하더라도 욕조 물이 넘치는 이야기, 깃털과 쇳덩이가 함께 떨어지는 이야기들을 슬며시 담을 수도 있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무엇인가 물은 것이 대견하고 배운 곳을 궁금해하는 그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철학-우정, 도전, 사랑, 신념들을 일본 만화로부터 배워왔던가? 은하철도 999와 마징가제트는 어떤가? 


장르의 번성 아래 유사작이 재생산되더라도 순수한 게임 콘텐츠 제작자 1인으로서 내가 맡은 게임이 담았으면 하고 생각해두는 것들이 있다. 


---


<시대상 : 현시대적 사건을 하나 반영한다. > 


콘텐츠의 나이를 반영하도록 5년간 있었던 이슈를 하나 넣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큰 사건이 있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억한다. 가령 미국인의 911. 그만큼 강렬한 사건이 시대에 있었고, 그 시대의 사건을 콘텐츠에 새겨 징표로 삼는다.


 시대상을 반영하고, 게임을 현실과 잇는 기억의 징표로 삼는다. 향후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사건과 게임이 함께 기억에 남도록. 심지어는 다른 동종 콘텐츠도 가능하다. 이 경우 3~5년 정도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유명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가령 겨울왕국?


 너무 강렬하거나 유치해서 게임 본연의 감성을 촉진하는 이상으로 훼손하지 않도록 연하게 반영시켜야 한다. 강한 기억은 살짝만 건드려도 쉽게 떠오른다. 뉴스에 반복해서 나왔던 장면의 오마주만으로도 충분하다.


 설사 정치적인/정치적으로 변질됐더라도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그 정도로 비극적인 것이라면  일상을 엮어 치유와 위로를 담아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장르라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다. 가령 배 모양 타일은 맞추어 사라질 때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는 효과가 나온다거나. 


 게임의 대상 연령층도 반영해야 한다. 2015년은 세계 빛의 해이자, 세월호 사건, 샤를로 앱도 프랑스 총격 테러, 대형 커뮤니티 혼란, 뉴타입 폐간, 스타워즈, 어벤저스, 킹스맨 영화, 담배값 인상 등의 이슈가 있었다. 


<3S를 하나라도 담는다.> 


 3S라는 말이 있는데, 스크린, 스포츠, 섹스. 그것이 권력자의 도구가 될 정도로 일상생활을 크게 지배하는 것이라면 게임의 세계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스포츠. 라크로스를 닮은 해리포터의 쿼디치 같은 것.


 낯설어서 신기하면서 그 세계에 잘 어울리는 것이면 좋겠다. 거기에 아래에 놓는 나라의 콘텐츠도 함께 만족시킬 수 있으면 더 좋고. 스포츠의 룰은 거기서 거기라 그렇게 야구든 축구든 하나쯤 어느 날 그 유사성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예술을 한 조각이라도 담는다.>


게임이 종합 예술이라면 그 작은 끄트머리 한 조각이라도 잘라 넣었으면 좋겠다. 


그림으로서 작은 콘텐츠 하나라도 게임의 의미를 닮은 아마추어 예술가에게 외주 한 번을 넣어서라도 화랑에서 그림 하나 사서 판권을 얻어 게임에 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꽃 중 하나라도 경기도에 사는 플로럴 리스트의 작품 하나를 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건축물 중에 하나를 진짜 건물 건축가의 지을 수 없었던 스케치 하나라도 받아오고, 조각 하나도 넣을 수 있었으면. 그 뮤즈가 오로지 게임을 위해 한번 쓰였으면 좋겠다. 시 한 편, 음악, 춤을 안무받아서 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게는 수천 , 수억, 십 수억, 수십억, 백억 대의 게임 제작비 중의 일부를 잘라 그렇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거창하지 않아도 화장실에 걸린 작은 그림 액자 하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흔치 않은 것 하나를 넣는다.>


게임의 주연이 아니어도 좋으니 그 많은 것들 어느 하나에 칼이면 역사 속의 신기한 칼 하나. 무술이면 낯선 무술 하나. 가전제품이든 악기든 음료든 술이든 어디서 쉽게 들어보지 못한, 대다수가 이 게임에서 처음 볼만한 것 하나를 넣었으면 좋겠다. 피노누아, 벌꿀 술 같은 것들. 현실에서 우연히 반드시 한번 마주칠 때 이 게임이 생각나도록. 어- 와우에서 본 술이다. 


<덕목을 하나 넣는다.>


우정, 사랑, 가족애, 부모 성애, 전우애, 일상의 행복, 이별을 받아들이기, 돈으로부터의 자유, 돌아보는 삶, 신뢰, 충실감, 꾸준함, 하다못해 권선징악. 집단을 설득하고 융합하는 것,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것. 장차 이 게임을 하며 성장할 인생이 어느 날 언젠가 인생의 파고를 만날 때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들. 스타트렉을 비롯한 모든 대중문화콘텐츠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 


 바른생활 명랑 사회가 아니더라도 사람과의 사이에 만날 수 있는 낯선 처음. 작은 갈등들을 미리 하나 넣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극복도. 비호감의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승리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게. 


<나라의 문화콘텐츠 하나를 넣는다.>


떡볶이, 불닭볶음면, 양념치킨도 좋고, 김치도 좋고, 소주, 막걸리라던가,  사또든 거북선이든 '원'이라는 화폐단위든 태극이든, 설날, 추석, 단오, 창포, 제사, 차례, 절과 미풍양속.  하다못해 대포 끝자락에 궁궐 기와에 달린 잡상이라도 달던가 뭐라도 이 나라의 콘텐츠가 외국의 누군가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나쯤 넣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비슷한 우리의 콘텐츠를 만났을 때 익숙하게 호기심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좀비 카페의 스모선수처럼, 뜬금없는 일장기 부채와 고질라가 등장하는데도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라면에 파 약간을 썰어 넣어도 풍미가 달라진다. 게임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 이렇게 사랑받는 콘텐츠는 재미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비록 이 작은 조각들이 게임을 승리로 이끌 전략자원은 되지 못하더라도 일상과의 공통점을 만들고, 설탕 한 스푼, 얼음 한 조각에서도 게임을 연상하고 상상력을 부르고, 의미가 담긴 세상을 바라보고 자라 다시 위대한 콘텐츠 제작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훌륭한 콘텐츠의 씨앗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북유럽의 존경스러운 승리 바탕에는 품질과 비용의 경쟁을 허락하지 않는 풍부한 양질의 숲과 나무와 인재들이 있다. 넓은 논 밭을 갈고도 씨앗 한 줌을 숲으로 뿌리는 마음. 그렇게 자라고 자라 토양에 적응하고 새 품종이 되거나 어떤 사람이 캐먹기라도 할 여분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이제 그 대열에 들어선 콘텐츠로서 이전의 선배 콘텐츠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역할이 되고, 빼놓을 수 없는, 진중히 그 존재를 인식할 정도의 콘텐츠로서 게임이 발돋움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게임이 가진 책임을 나눠가지고 관계된 모두가 자신의 콘텐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장인정신으로 줄 하나라도 소중히 더 바르게 그어 넣을 기획자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160918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표지출처 : https://pixabay.com/ko/photos/%ed%96%84%eb%b2%84%ea%b1%b0-%ec%b9%98%ec%a6%88-%eb%b2%84%ea%b1%b0-%ec%9e%ac%eb%a3%8c-1030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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