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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Jul 15. 2021

<김동은WhtDrgon의 개인적 상념>

김동은WhtDrgon.210715-161006#게임기획자하얀용

개요

브런치에 본래 이런 글을 올리지는 않지만, 혹시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어떤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올려봅니다. 특히 지금의 저에게 필요하기도 하고요.  이 글은 2016년 10월 6일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바탕으로 21년 7월 15일 오늘 적은 글입니다. 


2021년 7월 15일


상념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그때마다 찾아봐야 할 글이 있지요.


공유한 2016년 10월 6일의 이 시점이 제 게임 제작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3년의 마음(칭얼거림)이었습니다. 어디선 삼재라고 하더라고요.  점을 믿지 않는 제가 삼재라는 단어에 위로를 받고, 주위 권유로 한강에 가서 북어+뭔가로 주술행위까지 했던 시절입니다.  뭘 해도 지독하게 잘 안되던 때. 내 악운을 남에게 전파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죄책감. 한탄. 회의. 하지만 놓지 않은 <내가 하고 싶은 것>.


그 시간 동안 정말 필사적으로 페이스북에 뭔가를 썼던 것 같습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게 지금도 습관이 돼서 매번 장문의 썰을 계속 써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 3년 동안 만들어진 것일지도요.


이 글 작성 한 달 뒤 거짓말처럼 쇼 엔터테인먼트 시네마틱 게임이라는 원하던 프로젝트를 지금 세계적 스타가 된 그룹의 초기와 함께 할 수 있었고, 그 3년 뒤는 지금의 회사에 들어와서 원하던 세계관을 하고 있죠.  감히 비교도 되지 않을 인생의 승리가 많지만 이것은 저에게 있어 작은 기적입니다. 


 진짜로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야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의 흐름 앞에 겸손함을 가져야 한 다는 것. 언제든 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초심을 유지하고 겸손함을 잃지 말 것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로로 제 나름 꺼 긁어모은 지식들은 제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민폐를 끼치고 신세를 졌던 분들께 갚을 것이 많은데 아직도 이룬 것이 너무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 생각을 아껴주시는 모두에게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빨대 꼽히는 사람이 되자!"


2016년 10월 6일 


<게임기획자가 백수를 하다 보니 느끼는 점>


올해가 말 삼재라고. 삼재 아니었으면 기댈 데도 없을 뻔했다. 내년이면 나아질 테니 준비하자라는 마음가짐뿐. 


'기를 빤다'라는 표현이 있다. 사람과 만나 나의 멋짐을 이야기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인데 의식하지 않으면 모른다.  감탄=빨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신입사원과 선배는 양쪽 다 에너지가 넘치니 괜찮은데, 백수가 되니 그 기가 모자라다. 어렵게 모은 기를 오래간만에 만난 친우가 자기가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이야기하며 빨아간다. 섭섭해지고 서운해지는데 정작 기를 빠는 존재들은 그걸 모른다. 열등감과 후회를 자극한다. 자격지심도 자격지심인데 무엇보다 밑천이 없다. 기 밑천.


아무리 본인을 재확인하고 싶어도 그런 짓 하지 말아야겠다. 전이면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이라 너무 힘들다. 아. 이거구나. 기 빨리니 용건 없이 사람이 만나기 싫다. 그렇게 사람이 으슥해지나 싶다. 이러다 어두워질까 무섭다. 


예전에 면접관이었을 때 사람을 보는 관점이 생긴 적이 있다. 들어오면서 어두운 기운을 몰고 들어온다. 마치 바닥에 검은 기운이 깔리는 듯하다. 진짜 그게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듯하다. 


공백이 긴 사람들이 대체로 그러는데 에너지가 넘치기는커녕 호시탐탐 내 기를 노린다. 면접의 답이 '나에게 의존'하고 있다. 본인의 의견이 없다. 내 눈치를 살핀다. 뭘 물어봐도 내 뜻을 눈치 본다. 애석하게도 그건 내가 아니다. 난 내 조직을 대변한다.  


이제 거꾸로 내가 맞춰줄 각오가 되어있다. 그게 일도 아니다. 나는 내 뜻이 있지만 값을 쳐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이대로 면접에 선다면 '원하는 걸 다 해 드릴게요. ' 분위기가 될 것. 하지만 상대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현장을. 


나는 타롯카드 점을 겨우 볼 줄 아는데 자주 가는 주점의 주인이 카드점을 본다. 어설픈데 잘 먹힌다. 공부한 점술가와 실전의 점쳐주는 카페 주인. 배운 존재와 현장에서 쉬지 않고 만나며 수위를 조절한 존재가 비교가 가능할까? 그의 수위가 어설픈 걸까? 아니다. 현장은 위대하다. 그래서 현장에 있고 싶다. 교육과 기획의 현장.  


강의는 오래됐고 대학생의 전공학점을 찍은 지 벌써 5년이다. 그럼에도 *DC 강연 제의는 거절했다. 거긴 현직 개발자가 공유하는 곳이지 전문강사가 서서는 안 되는 곳이라 믿고 있다. DC가 뭐냐 디벨로퍼 컨퍼런스잖나. 난 지금 디벨로퍼가 아니라서 속상하다. 


'이 때는 곧 지나가리라' 그리고 '준비하라' 모든 것에 상관없이 나는 게임 기획을 하고 있다. 


왜 전문가가 없느냐. '전문질'을 할 수가 없다. 누가 나에게 말한다. '그럴 때가 아니다. 니 나이면 사업을 해야 한다.' ' PD를 해야 한다. ' 


싫은데? 난 게임업종에서 일하는 유일한 이유가 기획이기 때문이다. 벌써 한계 비슷한 것을 느낀 지 5년이다. 그래도 간다. 난 게임 기획을 할 거다. 여기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 


가락국수를 평생 말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위기감이다. 그게 없다면 지속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 존경심'이 없다. 그런 이유로 기획은 콘텐츠 시스템 밸런스 레벨 모두에 걸쳐서 PD나 디렉터 외엔 갈 데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콘텐츠 시스템 밸러스 레벨 디자인은 몇 년 차라는 필연적 한계가 생긴다. 그 한계를 들고 서로의 우열을 가리며 기획 안에서 위세를 부리고 기획 밖으로는 기획 그래픽 프로그램 나눌 수 없는 직능들이 서로 권세를 누리며 권력을 만들어서 휘두른다. 


저들의 게임을 이길 방법이 안 보인다. 우리는 최고의 포수. 항해사. 갑판장. 조타장이 필요한데 그렇게 최고 전에 도태된다. 우리가 얻을 수 있은 것은 오직 선장이 되지 못한 미달자들 뿐이다. 모두 리더가 되길 원하며 리더를 구하는데, 팰로워는 싫단다. 그냥 대신 일해줄 누군가를 구하고들 있다.  


선장이 못된 항해사. 리더십 없는 포수. 팀원 없는 갑판장. 정말 우리 장이 아니면 그냥 도태자인가? 이쯤 되면 왜 우리에게 전문가가 없는지 이해가 안 가나?  (지금은) 안착/성장/고정한 겨우 살아남은 위태로운 사람들은 전문가를 획득할 방법이 없다. 


PD나 사장이 됐으면 필요 없는 것을 자꾸 요구하는 것에 지쳐, 인터뷰 때마다 진정 원하는 것이 리더십인지 팰로우 쉽인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당연한 뻔한 답... 의 수준,... 이란 것이 내가 면접관이었으면 즉시 탈락시켰을 답이 사측에서 온다. 아이고. 


더 알고 싶고, 더 멋진 것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더 많이 오래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저 모두를 사랑할 뿐.  남을 원망하기 전까진 실패자가 된 게 아니라고 누가 그러더라. 다행히 평생 실패자가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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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주저앉거나 욕망과 의심으로 뱅뱅 돌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원하는 곳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사치인 상황이 있겠지만 그래도 데카르트의 말처럼 <그것을 하려는 나>는 그것을 생각하면 존재할 수 있는거죠. 모두 파이팅입니다. 


210715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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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사진 : Pixabay로부터 입수된 OpenClipart-Vector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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