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WhtDrgon.180609#게임기획자하얀용
이 글은 2018년 6월 9일 페이스북 포스팅을 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몇 가지 이유로 글들을 브런치로 옮기고 있습니다.
<게임기획자라면 더 많이 보면 될 것 아닌가?!>
첫째 사진은 호비트에 나오는 호수마을이고, 두 번째 사진은 노르웨이의 알레순 (올레순트)이다. 호비트가 이 마을을 참고했는지는 모르지만, 둘은 결국 유사하다. 판타지의 도시도 결국 실제 하는 무언가와 유사하고, 소설의 가상보다 더 가상인 판타지 세계에서도 결국 현실의 사건과 실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사진 하나 더.
https://www.facebook.com/whtdrgon/posts/1919407521425417
결국 모든 판타지와 상상의 장르는 인간이 보고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상은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현실은 불법이라 출판물 콘텐츠는 법적으로 그 한계를 넘을 수도 없다. (AI도 진짜로 현실을 흉내 내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
창작자는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하는데 인간은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더 많이 보면 될 것 아닌가. 토 나올 정도로! 구글은 관람을 무료로 만들어버렸다.
여기 호숫가의 집이 있고 그 집의 단 하나의 창문에 빨간 커튼이 있다는 내 글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그 집의 지붕 모양을 알고 있고, 현관문을 알고 있고, 문 손잡이를 알고 있고, 집 페인트의 색깔과 질감을 알고 있다. 그 집의 뒷면과 벽에 기대어져 있는 것들. 주변의 토질. 그리고 날씨. 먼 풍경까지.
애써 상상하지 않아도 창문을 부수며 튀어나오는 무시무시한 토끼라는 글을 읽는 순간 디테일을 실시간으로 상상해낸다. 그 털이 무슨 액체에 적셔져 있는지까지도... 인간의 이 능력을 의심할 바가 없다.
이 모든 상상력의 재료들은 어디선가, 기억도 못할 만큼 오래전에 오감의 신호로 분해되어 머릿속에 들어왔던 것들이다.
책에 쓰인 텍스트는 독자에 의해 상상력을 기반으로 재구성되고 두개골로 꽁꽁 감싸진 어두운 뇌 구석 어디선가 재구성되어 당신이 상상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독자의 교양이 일으키는 정상인 속도가 있다면 이것도 능력이라면 남보다 두세배 열 배 더 빠른 속도의 재구성이 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자는 그 재료들을 강제급식을 해야 한다.
마치 체조선수와 일반인의 유연함의 차이만큼이나 그 속도가 일반인과 구분될 정도로. 우리가 전문가라면 그 정도는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더 많이. 정말 많은 사진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찬찬히 훑어봐도 좋지만 마치 언제 끝날 지 모를 먼 여행의 짐을 싸듯, 핵전쟁을 대비하듯 최대한 보급품을 밀어 넣는 시간들을 권하고 싶다.
천만 장의 사진을 두 눈에 담을 각오로 그 첫걸음.
여기저기를 뒤지고 자료 공급처를 찾아서 개인의 갤러리를 만들고 수집해야 한다.
나 역시 개인용 사진모음, 자료모음의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갤러리와 라이브러리를 만들길 권한다. 나는 주로 stanis라는 러시아 사이트를 쓰는데, 성인용 사진 비율이 너무 많아서 남에게 링크로 권할 수 없다.
3시간 = 1만 800초. 1만 장을 정하고 1초에 1장씩 아니 그 이상. 쉬지 않고 보다가 괜찮은 것들을 저장하고, 지치고 지칠 때쯤 이제 눈에 익어 다 그게 그거 같아서 감이 없어져가는데도 그래도 잠시 멈추고 싶은 사진이 보인다면
촌스럽다면, 지루하다면, 매력적이라면, 성적 흥분을 느꼈다면, 색이 좋았다면, 빛이 좋았다면, 세련됐다면, 갖고 싶다면, 의연해 보인다면, 애처롭다면, 그립다면, 의지가 된다면, 외경감이 든다면, 사연이 궁금해졌다면, 지적이라면, 작위적이라 느꼈다면, 빵 터졌다면.
이때 사진이 아니라 자신을 관찰했으면 좋겠다. 지금 느낀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시간. 금발을 묶은 검은 세틴 머리띠 때문인가? 휘어진 조밀한 선들이 줬나? 레이스? 노란 색감이 특히 좋은 건가? 그림 프로그램의 스포이드로 이 색이 정확히 어떤 색인지 이름을 알아봐도 좋고, 사진의 구성요소들의 복합적 효과, 카메라의 위치. 사람의 눈빛.
몇백 장이 겹쳐지며 공통점을 체감하고 감을 체득하게 된다. 손목시계나 챙이 넓은 모자처럼 어떤 표현을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를 알게 된다. 보고 느끼다 보면 그림을 볼 때의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기획자는, 아니 모든 창작자는 현실에서 끌어모은 것들 모사하고 두개골 안에서 상상하여, 손으로 재현하고 코드를 이용해 남들 머릿속에 들은 재료들로 재생시켜 의미를 전달한다.
그 재료들과 근거, 증거들을 수련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때가 되어 그들을 공포에 질리게 할 필요가 있을 때 나를 무섭게 했던 재료들을 총동원하여 단 하나의 유니크한 그것을 그들에게 던져 난생처음 보는 그것에 질겁할 수 있게.
180609
김동은WhtDrgon.
#게임기획자하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