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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WhtDrgon Jul 31. 2021

노예의 삶에도 충실할 수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 너무 환상을 품지 마라’라는 말에 동의하진 않아요. 이유는 안정적이 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 테니까요. 메슬로 5대 욕구 피라미드를 빌리지 않더라도 어차피 모두는 어떤 길이든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것 같습니다.


 단지 식어버린, 쪼그라든, 상처 입는, 편협해진, 피지 못한, 찌든 상태일 뿐이고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꼭 나태함에 대한 벌이나 댓가인 것은 아닙니다. 달을 향해가는 로켓이 그렇듯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결정적일 뿐이죠.


 채용해본 분은 알겠지만 좋은 자리는 한 명을 뽑기 위해 몇백장의 이력서를 버려야하고, 주방 싱크대를 바꿔도 견적을 3개를 받아 두개를 버립니다. 규격화된 실패는 66%정도는 자신이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대천명을 기다리며 진인사를 위해 그저 노력할 뿐.


 차이라면 단지 씨앗. 그 씨앗들은 숨이 쉬고 있다면 물 부으면 40년 뒤라도 개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은 어떤 상태의 사람과도 일시적으로 함께할 수 있습니다. 단지 그런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을 두려워할 뿐.

 

 김재백 님이 (제 아버지입니다. :) )생전에 자주 “거지도 거지로 똑바로 살아야 하고 동냥 제일 잘하는 거지가 있고 거지로 살더라도 거지같이 살아서는 안된다”고 하셨는데. 노예로 살든 천하게 가난하게 살든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도 거지처럼, 왕도 노예처럼 살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처럼’이 에센스이고 ‘명칭’은 그냥 현재 ‘상태’ 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태는 이후에 따라 과정이 될 뿐이겠죠. 모두는 자아실현 즉 자신을 향해갑니다. 그걸 못하면 유언으로 남길 거고요. 후회든 당부든.


 그러니 꿈 때문에 고통스러워지면 현재에 충실하게 한 칸의 계단을 만들고, 현재에 익숙해질 때는 품은 씨앗을 다시 살피고 단호하게 나아가는 균형 잡힌 삶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충실히 사는데 신분과 직업, 빈부귀천이 조건이 될 수 없으니까요. 사슬을 밧줄 삼아 목적지에 갑시다.


김동은 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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