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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07. 2018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굳이 나에게 사도록 하려면?

세상에는 수많은 상품들이 있다. 그리고 같은 상품을 파는 수많은 영업사원들과 사업체들이 존재한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파는 상품과 똑같은 상품을 파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당신이 파는 상품과 동일하거나, 굉장히 흡사한 상품들이 인터넷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굳이 ‘나에게’ 사도록 만들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조 지라드의 인터뷰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마음에 드는 영업사원과 합리적인 가격, 두 가지만 있으면 거래는 성사됩니다. "


실제로 그가 판매하고 있는 쉐보레 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 되고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영업사원들은 넘쳐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 대해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똑같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에 비해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지라드와 일반적인 영업사원들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하버드협상연구소의 부책임자이자 하버드대학교 정신의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다니엘 샤피로는 지라드의 성과가 ‘호감의 원칙’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실제로 많은 설득의 달인들이 이 원칙을 사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네’라는 대답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호감의 원칙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떤 경영서적이나, 영업비법을 적어놓은 책을 봐도 지겹도록 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성공전략입니다."

 

당장 매출이 오르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장들에게는 이 말이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고객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걸까?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1960년, 폴란드 출신의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스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장의 이미지들을 무작위로 0.05초씩 보여주고, 그 이미지들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측정했다. 실험에 쓰인 이미지는 추상적인 그림, 얼굴 사진, 한자 등으로 다양했지만 모든 실험결과는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어떤 것이 조금 전에 봤던 사진인가요?’에 대한 정답을 맞춘 참가자들은 50%정도밖에 되지 않은 반면, ‘어떤 이미지가 더 마음에 듭니까?’ 라는 질문에는 60% 이상이 0.05초 동안 봤던 이미지를 고른 것이다. 또한, 자이언스는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고르면 그 이유를 물었다. 참가자들은 여러 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댔지만, 전에 본 이미지라서 골랐다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반복해서 봤을 때, 비록 이전에 봤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이언스는 이 실험을 토대로 새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1. 사람은 낯선 사람을 대할 때 공격적이고 냉담하고 비판적이 된다.

2.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면 만날수록 좋아하게 된다.

3. 사람은 상대의 인간적 측면을 알았을 때 더 깊은 호의를 갖는다.


낯선 사람을 봤을 때,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에게 상품을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무리 점잖은 사람이라도 거부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장사와 영업에 통달한 사람들은, 이 사실에 대해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처음부터 다른 전략을 생각하는 것이다. 고객과의 첫 만남 만에 판매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들의 마음을 사는 것에 전적으로 집중한다.


뚝심 경영인으로 유명한 광동제약의 창업주 故 최수부 회장 또한, 젊은 시절 고려인삼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가 있었다. 당시 고려인삼사에서는 ‘경옥고’라는 약품 한 가지만 생산하고 있었다. 그가 영업사원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옥고에 대해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이었다. 특히 경옥고는 상당히 고가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병을 고치는 약품이었기에, 회사에서 알려주는 지식뿐만 아니라 별도로 동의보감까지 봐가며 공부를 했다. 지독하게 공부한 결과 스스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옥고는 사람 몸에 정말 좋은 약이다!’


그가 공부 다음으로 할 일은 어렸을 때부터 시장 바닥에서 배운 장사의 왕도를 실행하는 것 이었다. 그저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고, 실제로 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요령이었다. 그는 영업을 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온 사무실이나 상점이라도 그 길로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이나 그 다음날 다시 가서, 안부 인사를 했다. 사람들이 ‘약 안산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나를 놀리는 거요?’라는 반응을 보여도 ‘아닙니다! 약 팔려고 온 게 아니고요, 지나는 길에 별일 없으신지 인사나 드리려고 온 겁니다. 그럼 수고하시고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라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며칠 후 또 다시 들렸다.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이렇게 계속하면 한 대 얻어맞거나 경찰을 부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열 번 이상 안부 인사를 하러 가면, ‘당신 또 왔구만! 그래 약은 좀 팔았나?’ 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수많은 사무실과 상점들을 열 번이고 스무번이고 계속 들리며 진심이 담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다보면 마침내 이런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그 약이 정말 좋기는 한거야?’ ‘아이고 이 사람아. 어디 약 한번 내놔 봐!’

‘내가 당신한테 약 안사고는 제명에 죽기 힘들 거 같아!’


그는 타고난 장사꾼이었고, 영업사원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만으로 3년 연속 고려인삼사 판매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의 진가는 판매 후에 나타났다. 대부분의 영업사원들은 물건을 파는 순간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반면, 그는 영업사원의 역할이 물건을 파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경옥고처럼 비싼 약을 산 고객이 제대로 효과를 보게 하려면 사후 고객관리가 더욱 필요했다. 이런 생각으로 약을 산 고객들을 더 자주 찾아갔다. 팔기 전에는 열 번 갔다면, 판매 후에는 스무번을 찾아갔다.


 ‘사장님, 이 비싼 약을 사서 이렇게 제때 안 드시면 무슨 소용이 있으십니까? 자꾸 이러시면 약값 돌려드리고 그냥 다시 가져 갈랍니다!’


다행히도 고객들은 이런 그의 진심을 이해해 주었고, 제때 약을 챙겨먹기 위해 노력했다. 약의 효능을 제대로 볼 수밖에 없었다. 고객들은 그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영업사원들이 판 경옥고는 효과가 없다며 반품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약을 복용한 후 효과를 본 고객들이 연이어 다시 경옥고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매월 월급날이 되면, 그는 수십명의 다른 사원들 모두의 수당을 합친 금액보다 더 많은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최수부 회장의 영업성공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기본적으로 한 번에 상품을 판매할 생각으로 고객들을 만나지 않았다. 자주 얼굴을 비추고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호감을 샀다. 판매 이후에는, 상품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했던 내용을 토대로 고객들이 정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진심어린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고객들의 지인소개와 반복구매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영업에 대한 경쟁력은 크게 제품, 가격, 서비스의 3가지로 나뉜다. 때문에 동일하거나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압도적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영업사원이나 소상공인들은 대기업과 가격으로 승부해서는 승산이 없다. 우리가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고객의 마음을 사는 서비스뿐이다. 서비스는 단순히 고객의 시중을 드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인 접촉을 통해 호감과 신뢰를 얻고, 철저한 전문성을 토대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거래하려는 생각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낄 정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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