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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07. 2018

고객들이 나를 전문가로 느끼게 하려면?

300만원으로 시작해 100억대 매출의 유기농 기업인 '장안농장'을 일궈낸 류근모 대표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서울에서의 사업 실패 이후 먹고살기도 막막하던 시절, 아내의 조언으로 농사를 지어보자고 했던 것이 장안농장의 시작이었다. 그는 처음 막연히 채소를 재배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여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국에서 유명한 고수들을 찾아갔지만, 막상 찾아가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들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고수들은 왕년의 인정받던 시절만 기억할 뿐 체계화 된 비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신념이 있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채소에도 검증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낮에는 충주에 머물면서 농사를 짓고, 밤에는 가락동 시장으로 가서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채소는 어떻게 유통되는지, 어떤 채소를 재배할 것인지에 대해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배워나가던 중에 마침 대한민국을 들썩이는 농약 사건이 터졌고, 그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유기농 쌈 채소를 장안농장의 주 재배상품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농사를 지을 때 농약을 쓰는 것이 통상적이었기 때문에 유기농 재배 방법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뭐라도 배울 게 없을까 싶어 책을 찾아보았지만, 친환경 농법에 대한 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국을 뒤지며 배울 사람을 찾다 보니 결국 고수를 한 명 만날 수 있었다. 고수를 찾아가서 처음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네 번가지는 묵묵히 일을 돕기만 했다. 리고 다섯 번째 만나는 날, 드디어 용기를 내어 말했다.


"농약 안 뿌리고 키우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이시니 저를 도와주십시오. 정말 잘할 자신 있습니다.'


다행히 고수는 그를 제자로 받아주었다. 그 후로는 수시로 찾아가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하루에 3번을 찾아가기도 했다. 당연히 쉬운 일은 없었다. 잡초와의 전쟁, 벌레들의 공격격때마다 수도 없이 농약의 유혹을 느꼈다. 날벌레를 차단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전체에 모기장을 씌우면 바람이 통하지 않아 쌈 채소들이 말라 죽는 등 끊임없이 문제가 생기곤 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로, 결국 장안농장은 유기농산물 인증을 획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류근모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 후에도 새로운 농법이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배웠다. 채소가 잘 자란다고 하면 키토산을 뿌려보기도 하고 벌레를 쫓는 데 특효라고 하는 목초액을 물에 희석해서 뿌리기도 했다. 심지어 한약찌꺼기를 효소로 만들어 채소에 뿌린 적도 있었다. 그는 이 시절을 회상하며 '자나 깨나 상추생각만 했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장안농장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초' 타이틀은 100개가 넘는다. 류근모 대표는는 배움을 청하기 위해 장안농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농부들도 공부해야 합니다. 변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습니다. 최소한 한 달에 책 5권은 봐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장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은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고객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들은 키보드 몇 번 두드리는 정도로 우리가 파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입니다.'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면 고객은 일말의 미련 없이 제대로 된 전문가를 찾아 떠날 것이다.


세계적인 제안 컨설팅 기업인 쉬플리코리아의 김용기 대표는 자신의 컬럼에서 모든 영업대표(그는 영업사원들을 영업대표라고 칭한다.)들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고객은 몸이 아픈 환자들과 같다. 환자들이 왜 열이 나는지, 그리고 그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모르듯, 고객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솔류선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솔류선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객이 '몸이 아픈 환자'와 같다는 것은 바로 영업 대표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몸이 아픈 환자는 흔히 의사를 찾아가고, 의사에게 자신이 어젯밤에 무엇을 먹었고 뭘 했는지 등 자신의 행동과 상태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말해준다. 그 이유는 환자들은 의사를 바로 자신의 병(문제)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가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고객은 단순히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이 정보를 줄 때는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가'라고 인식하게 될 경우이다. 따라서 영업 대표는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 환자가 의사의 말에 반박하거나, 진료비가 비싸다며 깎아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돈을 내면서도 의사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그들의 말에 일희일비하며,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든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이미 사람들의 머리에 ‘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전문가’라고 강력하게 인식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본인이 전문가라고 해도, 고객들에게 전문가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고객들이 나를 전문가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의사처럼 확실한 전문가로 인식이 되어있지 않는 한, 성공적인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전문가임을 고객이 느끼도록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한국영업관리학회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 경영대 박찬욱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는 영업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가치 제공을 중심으로 자문적 영업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업사원의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자문적 영업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고객이 미처 생각하고 있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영업을 의미한다.’


또한 영업에서 대표적인 3가지 역량인 사회적 관계 형성 역량, 자문적 영업 관련 역량, 기술/지식 관련 역량이 영업성과에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를 이야기 했다.


‘자문적 영업 관련 역량이 영업성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그 다음으로 기술/지식 관련 역량,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계 형성 역량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성과에서는 자문적 역업 관련 역량이 전문성(기술/지식 관련) 역량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자문적 역량이야말로 고객으로부터 우리를 전문가로 인식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본인이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고객들이 전문가로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전문성 역량을 가진 사람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자문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고객이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새로운 문제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로 이 자문적 역량은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데 엄청난 효과가 있다.

혹시 당신은 꽤 똑똑한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예상치도 못한 구매 욕구를 느낀 적이 없는가? 세계적인 세일즈 컨설팅사인 허스웨이트의 설립자인 닐 라컴의 사례처럼 말이다. 닐은 평생 동안 세일즈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었지만, 조언을 해주는 친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엔지니어 친구와 대화를 하던 도중, 생각지도 못했던 차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닐의 저서 <당신의 세일즈에 spin을 걸어라>에 나오는 그의 사례를 보자.

 

친구 : 닐, 자네 차 어떤가?

닐 : 그런대로 괜찮아. 좀 낡기는 했지만 타고 다니는 데는 별 지장 없어.

친구 : 새 차를 살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

닐 : 그래. 앞으로 좀 더 탈 수 있을 것 같아.

친구 : 자네 차는 구입한지 7년이나 됐어. 따라서 업무용 운행에 대해 감가상각을 전혀 주장할 수 없지 않나?

닐 : 그건 자네 말이 맞아.

친구 : 그렇다면 연말 세금 공제 대 매년 2,000달러 정도를 손해 보고 있는 거잖아?

닐 : 직접 계산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네. 그런데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친구 : 게다가 7년이나 됐으니 아무래도 연비가 안 좋지 않나?

닐 : 맞아 예전에도 주행 연비가 썩 좋진 않았지만 최근에는 더 떨어진 것 같아.

친구 : 그것 때문에 비용이 더 들겠군?

닐 : 맞아.

친구 : 그리고 자동차가 오래되다 보니 기름값도 많이 들지 않나?

닐 : 사실이야.

친구 : 그렇게 오래된 차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닐 : 그것도 걱정이야. 지금까지 두 번밖에 고장이 안 나긴 했지만 출장이라도 떠날 때면 아무 문제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네.

친구 : 고장이 날 경우 차의 부품을 구하기는 쉬운가?

닐 : 아직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아무튼 좋은 지적이네.

친구 : 만약 고장이 나서 부품을 구입하는 데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겠나?

닐 : 하긴 그래. 이제야말로 새 차를 구입해야 할 것 같은데...., 자네라면 내게 어떤 차를 권하고 싶나?

 

엔지니어 친구는 닐에게 차를 팔려는 목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간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가진 지식을 토대로, 친구가 간과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 알려주고자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대화를 통해 닐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의 차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닐이 친구에게 ‘자네라면 내게 어떤 차를 권하고 싶나?’라고 물었던 것을 보면 닐이 친구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닐은 전문가들의 세일즈 능력에 대해 덧붙여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일즈에 능숙하다. 필자의 친구는 세일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컨설팅 엔지니어다. 그런데도 그는 판매 전문가들의 99%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필자의 현재 Needs를 개발시켰다.’


신뢰가 가는 사람이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진지하게 자신의 문제를 알려준다면 누구나 그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사람이 나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전문성을 쌓아라. 그 다음은 고객이 모르는 고객의 문제를 찾아서 당신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알려라. 누구든지 당신에게 의존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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