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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07. 2018

악성고객은 어느 정도까지 수용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동기부여가이자 성공한 기업가인 크리스 길아보의 이야기다. 신상품을 출시하는 날, 그는 수백명 고객의 장바구니가 가득 차는 것을 확인하며 고객 질문 게시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출시는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오후가 되자 천여명 이상의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받은 편지함에는 신상품에 만족하는 고객들의 수많은 메시지들이 도착해 있었으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 ‘사이트가 다운됐다.’와 같은 문의 메일들도 와있었다. 그리고 댄이라는 고객의 메시지도 있었다. 그의 메시지는 다짜고짜 본론부터 적혀 있었다. ‘환불해 주세요.’ 길아보는 ‘환불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만족스럽지 않으세요?’ 라고 친절하게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댄의 답장은 누가 봐도 빈정대는 말투였다. ‘충고 좀 할까요? 나한테 전화를 주면 왜 내가 당신 상품을 안 사려 하는지 알려드리죠.’ 길아보는 다시 장바구니와 고객평가 게시판을 확인했다. 몇 개의 신규 주문과 고객들의 호평이 1분 단위로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댄에게 재차 답장을 보냈다.


‘죄송하지만 전화를 드릴 수가 없군요. 바로 환불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고객님이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당장은 고객님의 충고를 들을 수 없겠군요.’


길아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객응대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댄에게 전화를 해서 친절히 응대를 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부 불만고객들보다는 대다수의 고객들을 상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저서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상품 출시 당일, 나는 댄에게 전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 어쩌면 좋은 조언을 들을 기회를 놓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환불을 받을 한 명의 불편을 듣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구매 고객을 위해 그 시간을 들여 일하는 게 현명하다.’


당신은 길아보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누구도 확답을 줄 수 없다. 만약 댄이 악의적인 의도로 길아보와의 메일을 캡쳐해서 SNS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SNS에 올라와있는 악의적으로 편집된 고객의 후기만을 보고 기업의 이미지를 쉽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사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온라인을 통한 악성루머들인 것을 고려했을 때, 길아보의 행동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는 악성고객들의 태도에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의 악성클레임에 대해 8.37%가 ‘그대로 수용한다.’라고 답했으며, 2.0%가 ‘무시한다’라고 말했다.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라는 답변은 고작 14.3%에 불과했다.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90% 기업들이 이미지 훼손 방지를 꼽았다. 그렇다면 다시, 길아보의 행동은 정말 기업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변을 듣기 전에 다음 사례를 보자.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상품과 댓가는 동등한 교환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훌륭한 고객들에게 마음깊이 감사를 담아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무례한 고객에게까지 그렇게 응대하도록 교육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낄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이들을 방치하여 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경우에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약 2년여 전, 세계 1위 도시락 회사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은 국내 매장에 ‘공정서비스 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붙였다. 직원들을 위해 소위 ‘갑질고객’들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 안내문은 최근 고객들의 도를 넘은 갑질이 이슈화 되면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저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냐’ 라는 비판적인 반응부터 ‘저런 회사라면 일할 맛나겠다.’ 라는 긍정적인 반응까지, 대중들의 시선은 다양하다. 이와 관련한 김승호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자.


‘불량 고객과 무례한 고객을 좋은 고객으로부터 분리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직원을 상대로 한 고객의 부당한 갑질을 회피하거나 방치해선 안 돼요. 우리 회사의 경우 본사 직원이 제 몫을 하려면 2년은 걸리고 비용이 5만 달러 듭니다. 이렇게 키운 직원이 그만두면 막대한 손실이죠. 존중받는 직원이 더 친절하고 자기 사업처럼 열심히 일합니다.’


일부 악성고객들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직원이 많아져서 고민인 사장들이 많다. 또한, 1인 기업이나 영업사원들은 자기 자신이 그 스트레스를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최근에는 크리스 길아보와 김승호 회장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과감히 악성고객들을 거부하겠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고객 한명 한명이 소중한 소상공인들에게는 고객을 거부한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고객 한두 명쯤 내보내도 매출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넘친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장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실시한다. ‘최대한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라.’,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을 대하라’라는 구체성이 없는 지침을 내리며 말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아무리 친절하게 대한다고 해도 도저히 수용이 안 되는 고객들이 있다. 작정하고 오는 악성고객들을 어떻게 친절로 막겠다는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서비스 정신만 강조한다고 해서 될 게 아니다. 억지스러운 서비스 교육은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만 살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악성고객들에 대한 정확한 응대를 할 수 있을까? 적정선은 어디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만약 당신이나 직원이 정말 잘못했을 때는 확실한 사과와 책임으로 초기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 제대로 된 사과는 기업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존슨 앤 존슨의 제임스 버크 회장이 있다. 1982년, 당시 존슨 앤 존슨 회사의 제품인 타이레놀에 누군가가 독극물을 주입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버크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라고 사과한 뒤 미국 전역에 공급된 타이레놀의 회수를 결정했다. 그 비용만 1억 달러에 달했다. 이후 그 사건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가장 완벽한 사과로 평가받았으며,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실수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를 통해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존슨 앤 존슨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당신의 큰 잘못이 없음에도 부당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확고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직원이든 사장이든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며 비굴한 태도는 금물이다. 악성고객들은 당신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일수록 더 당당하게 소란을 피울 것이기 때문이다. 확고한 태도의 의미는 고객의 부당한 행동에 맞서 똑같이 소리 지르며 싸우라는 뜻이 아니다. 악성고객에게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과 회사 내의 <보상처리규정> 기준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기본적인 악성고객 대응절차를 보자.


1. 고객의 불만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열심히 경청한다.

2.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충분히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인지시킨다.

3. 고객과 합의가 된다면, 그 대안을 성실히 수행한다.

4. 만약 터무니없는 요구가 계속되거나 고객이 계속 폭언을 일삼을 대는, 대화내용을 녹취함을 알리고(증거자료 확보) 정확한 보상기준과 절차에 대해 설명한다.

5. 최악의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


손님은 왕이지만 진상고객은 진상일 뿐이다. 일본의 불만고객 대응 전문가인 엔카와 사토루는 저서 <고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에서, 진상고객들에게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고객 만족’이 아닌 ‘위기관리’로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하는 위기관리는 ‘수용하기’, ‘타협점 찾기’, ‘단호히 대처하기’다. ‘수용하기’ 단계를 통해 고객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1차적으로 고객의 화를 낮출 수 있다. 최악의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진상고객들은 이 단계에서 수습이 된다. ‘타협점 찾기’는 고객의 불만에 대한 원인을 찾는 단계이다. 수용 가능한 불만이라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타협점을 찾으면 해결이 된다. 마지막 ‘단호히 대처하기’ 단계는 아무리 사과를 해도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특별한 대우를 받기를 원하는 경우다. 이때는 더 이상 손님 대우를 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단호하게 ‘위기관리’의 태도로 임해야 한다. 고객만족만 생각하다 보면 도를 지나치는 진상고객에게도 일반 고객과 동일한 태도로 대응하게 되는데, 이런 대응 방식으로는 진상고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근 악성고객에 대한 대기업의 단호한 법적조치가 강화되면서, 소상공인들로 표적을 옮긴 악성 고객들이 많아졌다. 대기업들은 악성 민원 방식을 분석해서 직원들을 교육하고, 악성고객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철저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상공인들은 SNS에 올라온 글 하나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니, 악의적 민원에 상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악성고객들에 의해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도 최근 경찰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하는 갑질 행위 뿌리뽑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가 악성고객에 대한 대응법을 정확히 알고,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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