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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07. 2018

프리미엄 전략은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손쉽게 상품에 대한 가격비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똑같은 제품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꼼꼼한 소비자들은 할인 혜택까지 구석구석 긁어모아 최저가에 구매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들과 똑같은 상품을 판다고 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파는 상품과 대기업의 상품이 차별화되지 않으면 손해를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이기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프리미엄 전략’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하지만, 실질적으로 내 사업에 적용하기는 어렵고 막막하다. 그러니 지금처럼 유지해서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변화를 꾀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나 자꾸 이런 생각까지 든다. ‘내가 속해있는 사업군에는 적용하기 힘들어. 다들 저렴한 것만 찾는다고..’ 미안하지만 당신의 고정관념부터 깨부수길 바란다. 프리미엄 전략은 어떤 사업에든 적용할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아버지가 운영하는 산와토유 식품의 영업부에서 근무하던 이토 신고는 고민이 많았다. 명색이 두부를 파는 회사라는 곳이 상품 개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상품이라고 해봤자 유통업체의 구매담당자가 요청하는 대로 포장만 바꿔치기 하는 정도였다. 웬일로 내용물을 개선하는가 싶어 기대를 해보면 대두와 간수를 바꾸는 게 고작이었다. 제조법 자체를 바꿔 소비자의 입맛을 이끌어가는 두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아버지를 포함한 누구도 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한 모에 수십 엔짜리 두부를 만들어봤자 회사의 이익이 얼마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저렴한 두부만 만들어봤자 파산할 위험만 커질 뿐이었다. 제조사는 거래처 유통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는데, 상품의 특징이 약하다보니 유통업체의 구매담당자는 제조사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퉁명스러운 말투로 재차 물을 뿐이었다.


‘그래서 얼마까지 내릴 수 있는 거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기존의 방식들을 바꿀 용기가 생긴 것은 그가 입사하고 나서도 한참이 더 지나고 난 후였다. 상품개발 담당자가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그가 영업부와 상품개발을 겸하게 된 것이다. 그는 상품개발을 맡고 나서 여러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실험의 결과는 ‘역시 내용물에 변화를 줘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용물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당시 일본에서 두부는 저렴한 식품이라고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두부 회사들은 저렴한 가격을 맞추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저렴한 두부가 경쟁력이 없다고 확신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까다롭게 원료를 고르고, 깐깐한 제조법으로 두부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패키지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결국 업계 최초 200엔이라는 가격표를 단 ‘오타마 두부’를 개발해 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마케팅이었다. 맛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100엔짜리 두부들 사이에 섞여 있는 200엔짜리 두부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또 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했다. 고민 끝에, 크기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로 했다.


그 결과, 비싸긴 해도 양이 많아서 괜찮다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맛을 본 사람들은 진한 두부 맛에 감격하며 충성스러운 팬이 됐다. 오타마 두부는 출시와 동시에 구매담당자는 물론이고 제조사도 예상치 못한 대박 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오타마 두부의 흥행 이후, ‘두부는 저렴한 식품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도카타마’, ‘돈도코 두부’로 200엔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오토코마에 두부’와 ‘바람에 나부끼는 두부장수 조니’로 300엔의 벽을 넘겼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두부의 경우 신상품을 출시하면 하루에 500모를 팔아야 수지타산이 맞고 3,500모 정도 되면 대박이라고 본다.


오타마 두부는 하루 최대 8,000모를 팔았으며, 도카타마는 하루에 6,000~8,000모를 팔았다. 돈도코 두부는 하루 4~5,000모를 팔았으며 ‘오토코마에 두부’는 하루 5,000~7,000모를 팔았다. 거기에 더해 방송에 나간 이후로는 1만5천~2만모 정도가 팔려나갔다. ‘두부장수 조니’는 제조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이슈가 되며 1일 출하량이 4만 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토 신고의 성공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단순히 두부의 가격만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정말 만족할만한 품질과 맛의 두부를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들을 쓰고,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패키지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덧붙여졌기에 ‘고가전략’은 비로소 대박을 낼 수 있었다. 상품 프리미엄화의 요점은, 가격을 높이되 다른 경쟁상품들 대비 확연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노력과, 호기심으로 접한 상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게 할 확실한 품질 차별화가 핵심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 빌 비숍은 월마트가 최저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들며, 작은 기업들이 종종 경쟁력을 상실하고 도태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내용이다. 소상공인은 절대 대기업을 상대로 가격 낮추기 전략을 선택할 수 없다. 빌은 월마트 효과가 현재 모든 산업과 업종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수도 없이 많은 회사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최저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회사들을 보고 ‘패스트푸드형’ 사업체라고 부르며, 이들이 생각하는 유일한 방법이 가격을 낮추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가격을 낮추면 이익이 남지 않고, 대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으니 반드시 안 될 수밖에 없는 선택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적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같이 내놓았다.


‘구르메(gourmet)형 사업체가 되라.’


 구르메란 프랑스어로 ‘고급’이라는 의미를 뜻한다. 그는 저서 <핑크펭귄>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보험대리점을 운영한다고 해보자. 나는 패스트푸드형 경쟁에 몰두하는 대신 180도 선회해서 구르메형 사업체로 거듭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안전 든든 솔루션‘과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 1,200달러 정도의 가격을 매겨 넘버원 고객들에게 제시하면 된다. 그 정도 수수료만 당신이 고객에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그들의 모든 리스크를 파악하도록 돕고 대비 차원의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줄 수 있다. 또한 고객의 소유물 모두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보험금을 청구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경쟁자들이 공짜로 제공하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누구나 구르메형 사업자가 될 수 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신이 파는 상품을 프리미엄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이야말로 소상공인들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혹시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마음에 걸려 망설이고 있다면 걱정할 것 없다.


한국소비자원의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월소득 299만원 이하 소비자의 평균 명품 보유 개수는 5.2개에 이른다. 연간 새로 사는 개수도 1.5개, 구매액은 186만원 수준이다. 이 데이터는 최근 사람들의 소비 인식이 선진국화 되면서 본인이 가치를 부여하고 만족도가 높은 분야에는 과감한 소비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요즘에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 양극화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품에는 고가여도 과감히 비용을 지불하는 반면, 그 외의 소비에는 최대한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또한,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화 될수록 이런 소비 양상이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명확히 알려준다.


일반화된 상품을 판매할수록 최대한 저렴하게 팔아야 할 것이며, 갈수록 경쟁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의 상품을 프리미엄화 시킨다면 소비자들은 과감히 소비를 하며 만족해할 것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고객들에게 더 전문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고급화된 상품을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고객과 당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확신해야 한다. 빌의 말을 참고하며 마지막 남은 의구심을 떨쳐내기 바란다.


‘당신은 시장에 나온 가장 싼 자동차를 구입해서 몰고 다니는가? 가장 싸게 파는 식당에 가서 외식을 즐기는가? 싸구려 중고 의류만 사 입는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당신의 고객 모두가 최저가를 원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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