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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07. 2018

고객들은 왜 우리 제품이 좋다는 것을 안 믿을까?

1시간에 125억 매출을 올리며 홈쇼핑 창립 이래 최대 판매 기네스 기록을 세운 장문정 씨는 굉장히 난감한 사례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한 홈쇼핑 채널에서 전열히터를 출시하고, '하루에 8시간씩 사용해도 한 달 전기료가 4,000원대 입니다.'라는 것을 강조했다. 저렴한 전기료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많아서였을까,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홈쇼핑에서 장점으로 강조했던 4,000원대 전기료는, 누진세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의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각 가정에서는 다른 가전제품과 함께 히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누진세를 계산하며 사용해야 했다. 방송에서 누진세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간과할 소지는 충분히 있었다. 고객들의 불만전화는 빗발쳤다. 심지어 한 고객은 쇼호스트의 말만 믿고 전열히터를 맘껏 사용했다가 월 60만원 이상의 전기료를 물기도 했다.


또, 그는 홈쇼핑에서 3대 이동통신사(SK, KT, LG)가 아닌 통신사망을 빌려쓰는 별정통신사의 휴대전화를 판매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요금이 3대 통신사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했다. 그 결과 1시간만에 무려 1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대박이 터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별정통신사의 휴대전화는 3대 통신사와 달리 모든 와이파이망에서 데이터 요금이 무료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객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한 달 전화요금이 90만원 넘게 나온 고객도 있었다.


허위, 과장 마케팅이 판치는 요즘에는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수많은 경쟁사들 중에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 어쩌면 기업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은 기업의 마케팅을 쉽게 믿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분명히 저렴하면서도 품질까지 뛰어난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말이다. 기업들의 마케팅에 이미 속을 만큼 속은 소비자들은 ‘너가 파는 제품이니까 당연히 좋은 말만 하겠지. 난 안 믿어. 내가 한두 번 속는 줄 알아?’라는 반응을 보인다. 진심으로 좋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을 통해 우리의 좋은 제품을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2016년 극장 영화소비자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관람객들의 영화 선정 시 주 참조 정보원은 인터넷 후기(67.1%)와 주변인의 의견(61%)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영화 광고는 그보다 낮은 54.7%에 그쳤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영화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가? 대부분의 영화들은 개봉 이전에 막대한 비용의 광고비를 투자하여 티저 영상을 만들고, 전단지와 포스터를 배포한다. 대중들에게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은 이런 광고들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인 포인트는, 그렇게 접한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기 위해 거치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관심이 가는 영화의 제목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서 ‘영화 평점’과 ‘영화 후기’를 보거나 지인들 중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을 찾는다. 그리고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 그거 봤어? 재밌을 거 같던데 어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긍정적인 영화 평점과 후기들을 확인하고, 주변사람의 ‘나 어제 봤는데 엄청 재미있었어. 꼭 봐.’ 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영화를 봐야겠다는 확신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는, 광고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영화를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사람들의 말을 들은 뒤에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조사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결과도 있다.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영화 관람’과 관련한 전반적인 인상평가를 실시한 결과 ‘나는 남들이 재미있다고 한 영화를 보는 경향이 있다.’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71.3%에 달했다. 영화 선택 시 영향 요인도 조사했는데, 역시 주변 아는 사람들의 권유(입소문)이 32.7%로 예고편 및 티저 광고(25.2%) 보다 확연히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사례를 볼 때 우리는, 마케팅 효과의 순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1순위 - 주변 사람들(지인)의 입소문

2순위 – 인터넷 상품 후기(제3자)

3순위 – 기업 광고

 

1순위인 ‘입소문’에 대한 효과는 상품의 품질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당신의 상품이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로 품질이 좋다면, 고객 자신이 반복구매를 할 뿐만 아니라, 자진해서 지인들한테까지 소개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 기업이 추가적으로 마케팅을 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만족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며 좋은 관계를 지속해나가면 될 뿐이다. 대신 기업 입장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마케팅은 2순위인 ‘인터넷 상품 후기’다. ‘요즘 사람들은 후기도 잘 안 믿어요.’라고 막연히 추측하지 말라.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있다.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세~49세 1,2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리뷰’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결정에 있어 소비자 리뷰를 얼마나 많이 고려할까? 무려 78.6%가 제품 구매 시 ‘항상!’ 소비자 리뷰를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지인이 추천을 한 제품이라도 소비자 리뷰를 확인하고 구매를 하는 경우도 58.4%에 달했다. 반면 소비자 리뷰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소비자는 4.3%에 불과했다. 이처럼 상품 후기에 대한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 게다가 인터넷이 활성화 된 이유로 소비자 리뷰를 확인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 리뷰는 항상 득이 되는 마케팅 방법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인터넷, SNS마케팅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나을 수도 있다. 2011년 ‘신라면 블랙’의 사례처럼 말이다. 기존 신라면에 비해 2, 3배나 되는 가격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했던 신라면 블랙은 ‘라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의 제품답게 출시 한 달 만에 90억 원의 매출을 찍었다. ‘우골보양식사’라는 전면 광고를 당당하게 내걸은 결과였다. 하지만 이 성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라면을 먹어본 소비자들이 ‘제품 자체는 별 차이가 없다. 소비자를 우롱하나’라는 반응을 인터넷과 SNS상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결국 신라면 블랙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허위 및 과장광고 제품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소비자들은 나날이 현명해지고, 기업의 횡포에 대해 적극적으로 맞설 줄 안다. 우리는 정말 좋은 제품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홍보방법이라도 역으로 우리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 리뷰를 기업 자체적으로 쓸 수는 없을까? 물론 그 방법 또한 나쁜 생각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과 광고대행업체들이 그 방법을 택하고 있고,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있다. <대한민국 트렌드(2018)>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소비자 후기를 보면 업체 측에서 작성한 것인지 진짜 소비자가 작성한 것인지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소비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36.3%(2014년) → 44.2%(2017년))


역시나 가장 훌륭한 방법은 고객들이 감동할만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이 긍정적인 후기를 스스로 인터넷 상에 올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의 방법으로는 인터넷/SNS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불러 공짜 체험단을 구성할 수 있다. 체험단을 이용하면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날카로운 평가도 들을 수 있으며, 고객 후기를 통한 마케팅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체험단의 글에 대한 인터넷 상 제약이 강해져서 ‘이 글은 업체의 후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라는 말을 적게 되어있긴 하지만, 이 방법은 여전히 효과가 좋다.


이런 사실을 알고 소비자 리뷰로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개발해서 진정한 후기로 승부하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앞으로는 거짓 후기에 속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것은 당신에게 분명 좋은 기회다. 훌륭한 상품을 개발하라. 그 후에 고객들의 후기를 이용해서 홍보하라. 사람들은 당신의 말보다 또 다른 고객들의 말을 더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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