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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08. 2018

고객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방법은?

1867년,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유럽을 방문하였다. 당시 미국에는 남북전쟁으로 인해 태평양 연안으로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의회에서는 철도의 부설을 장려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마하에서 착공식을 가진 철도가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카네기는 캘리포니아선 열차에 침대차를 설치하는 계약을 따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카고를 본거지로 하고 있었던 강력한 경쟁자인 조지 풀먼은 그가 계획한 일을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카네기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유니언퍼시픽 철도회사의 이사회에 참석했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다른 경쟁자들과의 힘든 싸움이 되겠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결국 그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풀먼과 협력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저서 <성공한 CEO에서 위대한 인간으로>에 나오는 풀먼과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자.


‘어느 날 저녁, 우리는 같은 시간에 세인트 니콜러스 호텔의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나는 계단을 오르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풀먼 씨? 여기서 다시 뵙는군요. 우리는 둘 다 바보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그는 내 말에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무슨 뜻이요?’ 나는 경쟁회사들로 인해 둘 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말했다. ‘글쎄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힘을 합치는 겁니다. 하나의 회사를 만들어 공동으로 유니언퍼시픽 측에 제안하는 거죠.’ ‘회사 이름은 뭘로 하고요?’ ‘풀먼 팰리스 카’ 회사가 어떻습니까?‘ 그 이름은 그의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내 맘에도 들었다. ’내 방에 가서 얘기합시다.‘ 그가 말했다.’


이 제안은 성공적이었을까? 물론이다. 카네기는 ‘풀먼 팰리스 카’라는 이름을 제안함으로써 풀먼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카네기와 풀먼은 공동으로 침대차 계약을 따내게 되었다. 카네기는 사람의 이름에 대한 강력한 힘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풀먼의 마음을 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름을 이용해 충성고객을 만드는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드링크제 하나를 사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며 VIP 대접을 해주는 약국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경험을 몇 번 한 사람들은 다른 약국에 다니는 지인들까지 억지로 끌고 온다. 같은 돈으로 같은 약을 사는데 훨씬 더 좋은 대접과 서비스를 받는다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육일약국 갑시다>의 김성오 대표는 육일약국 운영 시절, 약국을 경영하면서도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최고의 친절뿐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손님들의 이름을 외워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약국을 매일 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간혹 가다 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번 왔다간 고객들의 이름을 수험생처럼 40~50번씩 외우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되뇌였다. 이렇게 한 달 후에 다시 온 손님의 이름을 불러주면, 손님들은 ‘이야~약사님 천재 아이가?’라며 일관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이름을 외우는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손님들은 그를 ‘정성이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이름을 불러준 그날부터 단골손님이 되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이름에 대해 항상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당신이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부르는 효과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심지어, 자신이 아닌 자녀의 이름조차도 말이다.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20대 시절 브리태니커 한국 지사에 입사해 백과사전 세일즈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첫 계약의 기쁨을 안겨준 합판 가게의 사장에게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계약서 뒷면에 있던 아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작은 롤 케이크를 사가지고 갔다. ‘영철이가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케이크를 전해 받은 사장은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게 고마워했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자기 아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었다는 사실에 감동을 한 것이다. 그의 감동이 영업실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까? 물론이다. 사장은 여러 명의 고객을 추천해주며 계약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그 사장을 통해 24명과 계약할 수 있었는데, 당시 브래티니커 백과사전은 가격이 무려 27만원이나 하는 고가였으므로, 엄청난 도움이 아닐 수 없었다.


2000년 대한민국의 많은 선영이들을 설레게 했던 ‘선영아, 사랑해’ 문구를 기억하는가? 이 문구 역시 ‘마이클럽’이라는 한 인터넷업체의 티저광고였다. 서울 번화가와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 걸린 ‘선영아 사랑해’라는 플랜카드와 포스터를 본 사람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광고는 엄청난 화제가 되며,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는 이 광고가 ‘사랑마저 광고의 대상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선영아 사랑해’ 플랜카드 위에 ‘선영아 사랑을 팔지 마라’는 플랜카드를 걸었다. 지하철 광고를 집행한 서울지하철공사에는 대체 선영이가 누구냐는 문의 전화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총선 출마자 중에서 ‘선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보들이 홍보를 위해 이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까지 했으니 ‘선영아 사랑해’라는 하나의 문구가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애초에 50억원 정도의 광고비용을 책정했던 마이클럽은, 이 광고를 통해 비용대비 1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실제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문구만으로,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이름에 담긴 강력한 힘을 깨닫고, 고객들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3년 후반, 스타벅스는 ‘CALL MY NAME’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벅스 카드를 등록한 고객이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고, 커피를 주문하면 직원이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서비스다. 이렇게 자신의 이름이 불린 고객들은 스타벅스에 특별한 애정이 쌓이는 모양이다. 국내 커피 전문점이 포화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영업 이익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회원정보나 고객리스트를 활용하지 않고 수많은 고객들의 이름을 외우기는 불가능한 걸까?


“저는 이 호텔에 몇 년 만에 오는 것인데 어떻게 제 이름을 기억하세요.”


홍콩에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컨시어지 인디라 펀 지배인이 자신의 고객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11년 동안 일을 하며 고객들의 이름을 외우는 훈련을 해온 결과, 그는 현재 수천 명의 이름을 즉시 떠올릴 수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그만의 ‘이름 기억법’을 요약해서 소개했다.


1. 상대의 특징과 이름을 함께 머릿속에 등록시킨다.

예를 들어 고객의 걸음걸이가 특이하면 그 모습과 고객 이름을 머릿속 사진으로 저장하는 식이다.

2. 곧바로 그 이름을 두세 번 불러라.


그가 11년 동안 수없이 연구하고 시도했던 이름 외우기 방법은 ‘사람의 특징과 이름을 같이 머릿속에 사진으로 저장하고, 곧바로 그 이름을 두세 번 부르는 것’이다. 너무 단순하다고 느껴지는가? 만약 그렇다면, 미국 기억력 챔피언이자 국제 암기력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체스터 산토스의 방법을 들어보자. 그는 자신의 저서 <슈퍼파워 암기법> 중 첫 만남에 바로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는 4단계 암기법칙을 소개했다.


1단계 – 소개받는 즉시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며 악수한다.

2단계 – 대화 초반에 간단히 질문을 하면서 상대의 이름을 한두 번 불러본다.

3단계 – 상대방의 이름과 이미 알고 있는 인물, 사물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본다.

4단계 – 이름을 부르며 작별 인사를 한다.


그가 소개한 4단계 암기법칙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만남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반복해 부르는 것이다. 펀 지배인이 상대방의 이름과 특징을 같이 기억했던 것처럼, 상대방의 이름과 이미 알고 있는 인물, 사물들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것보다 좋은 이름 암기비법은 없다. ‘나는 아무리 해도 이름을 정말 못 외우겠어요.’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이름을 도저히 외우기 어렵다면 고객리스트를 작성하면 된다. 고객리스트를 만들고 이름과 연락처, 특징 등을 적어놓는 것이다. 고객리스트를 작성했던 고객이 또 왔을 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다가 잠시 고객리스트에 적혀있는 이름을 확인하고 와서 응대하면 된다. 당신이 고객리스트를 보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고객은 당신의 노력에 감사할 것이다.


항상 명심하기 바란다.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방법은 그들의 마음을 사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추가비용이 들지도 않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고객에게 많은 관심과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준다. 인간관계의 바이블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 또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자주 불러라. 그러면 당신은 많은 찬사를 받을 것이다.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그 어떤 것보다도 기분 좋고 중요한 말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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