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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08. 2018

고객이 최대의 비용을 쓰게 하는 방법은?



어느 날 아침, 빌은 보체 공을 사기로 결심했다. 그는 보체 공이 약 30달러쯤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저 야구공보다 조금 큰 공이 몇 개 들어간 세트일 뿐인데 비싸봤자 얼마나 하겠냐 하는 생각이었다. 가격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매장을 찾아간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 보체 공이 있긴 한데 무려 세 종류나 있었던 것이다. 30달러짜리 아동용과 60달러짜리 성인용 패키지, 그리고 120달러짜리 토너먼트 세트가 있었다.

그 순간 빌은 권한을 부여받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살펴본 후 그는 60달러짜리 성인용 패키지를 구매했다. 아내는 ‘30달러를 쓰러 나갔다가 60달러를 써놓고 뭐가 잘 샀다는 거야!’라고 얘기했지만, 빌은 ‘어쨌든 120달러는 쓰지 않았잖아.’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여전히 빌을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이자 비숍 커뮤니케이션즈의 CEO인 빌 비숍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저서 <핑크펭귄>에서 이 사례를 예로 들며 ‘세가지 박스 기법’을 제시했다.


‘전형적인 펭귄은 오직 한 가지 선택안만 제시한다. 이는 순전히 살 것이냐 말 것이냐만 결정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가지 선택안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는 거부하더라도 한 가지, 즉 남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중/보통/표준‘ 중에 하나를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잠재고객들에게 세 가지 선택권을 주면 대부분 중간 것을 고르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빌은 이를 활용하면 잠재고객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더 비싼 패키지를 구매하도록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중간가격 책정 전략’은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이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애플은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마실 수 있는 코카콜라를 만들길 바라는 동시에 특정 계층만 즐길 수 있는 샴페인을 팔기를 원한다.‘ 오죽하면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애플의 가격전략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을까.



출시가 될 때마다 뜨거운 반응을 얻는 애플의 아이폰은 출시되는 각 시리즈마다 16, 64, 128G의 세 가지 용량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용량들 사이마다 100달러의 가격 차이를 둔다.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의 메모리 칩 기술을 생각해보면 16G 메모리 칩과 64G의 칩 사이에 제조비용이 100달러씩이나 차이 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에게 중요한 것은 제조비용의 차이가 아니다. 애플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제조비용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보다 ‘제일 싼 16G는 용량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먼저 갖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64G보다 100달러 비싼 128G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의 부담을 느끼지만, 세 가지 옵션 중 가장 저렴한 16G에 대해서는 품질을 의심하게 된다는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그 결과, 애플은 아이폰이 출시 될 때마다 이 ‘중간가격 책정 전략’을 통해 64G의 핸드폰을 가장 많이 팔았으며, 16G 저비용을 원하는 소비자들과, 128G 대용량을 원하는 일부 고객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하려는 상품에 대해 특별히 참고할 만한 정보가 없을 때,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 방어적인 태도는, 한 개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구매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또한 두 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가장 이상적인 가격전략은 가장 주력으로 판매하고 싶은 상품을 중간가격으로 놓고, 저렴한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을 구비하여 총 3개의 가격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는 실험을 통해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먼저 1부터 100까지 쓰인 행운의 바퀴를 돌리게 하고, 행운의 바퀴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졌다. ‘유엔에 가입한 나라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방금 나온 숫자보다 많을까요? 적을까요?’ 만약 숫자 30이 나왔다면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30보다 많은지 적은지 추측하라는 의미였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좀 더 정확하게 질문을 던졌다.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몇 퍼센트나 될지 추측해보세요.’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 놀랍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행운의 바퀴를 돌려 나왔던 숫자와 비슷한 숫자를 말했다. 행운의 바퀴가 30을 가리켰던 사람은 평균 20~40사이의 숫자로 답한 반면, 80을 가리켰던 사람은 70~90 사이의 숫자로 대답했다. 아프리카 비율과는 전혀 상관없이 우연히 나온 숫자가 실험 참가자들의 대답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확실히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무언가를 판단하기 어려워한다. 그런데 우연이라도 누군가가 하나의 기준점을 던져주면 판단을 내리는데 훨씬 더 편안함을 느끼고 그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가격을 편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우면서도 강요스럽지 않은 가격기준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 있는 상품들보다 더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프리미엄 상품을 먼저 본 사람들은 그 가격을 통상적인 기준으로 잡고, 중간 가격의 주력상품을 저렴하게 느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의 가격정책 전문가이자 행동경제학의 명망 높은 연구자인 리 칼드웰은 프리미엄 상품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했다.(그는 프리미엄 상품을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미끼 상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새로운 변형 상품을 마련할 수 없다면, 그냥 같은 상품을 이름만 새로 바꿔 더 비싼 가격에 내놓아라. 이것은 완벽하게 미끼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약간 더 값싼 진짜 제품(주력상품)의 지배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력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가짜로라도 가격이 비싼 미끼 상품을 만들라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고객이 진짜로 미끼상품을 구매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 말길. 칼드웰은 거기에 대한 대답까지 준비해 두었다.


‘어쨌든 미끼 상품을 주문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고, 이론상으로는 아무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실제로 그것을 요구하면, 그들과 접촉하여 미끼가 아닌 진짜 제품을 사도록 권할 수 있다. 이때 당신은 그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셈이다.’


더 비싼 제품을 사겠다는 고객에게 ‘당신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조금 더 저렴한 제품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정도만 사셔도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라고 말해준다면 그 고객이 얼마나 당신을 신뢰하고 고마워하겠는지 생각해보라. 만약 미끼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진다면 그 가격에 적정한 상품을 개발해서 팔고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더 비싼 가격의 미끼상품을 새로 만들어 놓으면 된다.


당신이 하는 사업이 컨설팅이나 전문적인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일 수도 있다. 컨설팅은 무형의 상품이므로, 다른 컨설팅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컨설턴트는 보통 각 고객의 상황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고객에게서 견적서를 요청받았을 때,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선택권을 제시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포함한 고가의 A견적서와 보통 수준의 서비스인 중간가격 B견적서,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렴한 C견적서를 제시하는 식이다. A, B, C의 서비스와 그에 따른 비용이 확연히 차이가 나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특히 A견적서는 B견적서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칼드웰이 말했던 미끼 상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가격 비율은 3:5:15(C:B:A) 정도가 이상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혹시나 매출이 떨어지거나 사람들의 비난을 서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만약 한 개의 제품만 파는 곳에서 그 제품의 가격을 올린다면 그 우려대로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것은 기존의 제품과 가격은 유지하고,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추가로 개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중간가격의 주력상품을 구매할 것이다. 일부 고객들은 가장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어떤 고객들은 가장 저렴한 상품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고객이 어떤 금액의 제품을 구매했던, 세 개의 가격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 각자의 최대치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최고의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 빌 비숍의 말을 들어보자.


‘세 가지 박스 전략은 두 가지 면에서 특히 훌륭하다. 우선 당신에게 돈을 더 많이 벌게 해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을 내는 고객을 당신이 더 많이 돕게 해준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런 고객에게 시간을 더 많이 쓰거나 그런 고객을 위해 보다 나은 자원을 많이 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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