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탐스의 창립자인 블레이코는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기 위해 뉴욕 JFK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밟고 있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여자의 신발이 눈에 띄었다. 그녀가 신은 신발은 그가 미국으로 들여온 빨간색 탐스였다. 블레이코는 들뜬 마음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 ‘그 빨간 신발 정말 예쁘군요. 어디 건가요?’ 탐스를 신은 여성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 ‘탐스요!’ 심지어 그녀는 블레이코의 어깨를 붙잡고 탐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신은 모를 거에요. 내가 이 신발을 한 켤레 살 때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가 간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한 남자가 아르헨티나로 휴가를 갔다가 그 아이디어를 얻었대요. 아마 보트에서 사는 남자일 거에요. 예전에 <어메이징 레이스>에도 출연했다던데, 어쨌든 좋은 회사에요. 벌써 아이들에게 몇 천 켤레나 줬더라고요!’
이 말을 들은 블레이코는 얼마나 짜릿했을까? 생각해보라. 당신이 파는 상품을 구매한 사람을 매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 사람이 당신이 파는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준다면 기분이 어떻겠는지 말이다. 아마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신나는 일이 될 것이다. 블레이코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녀에게 감사의 표현을 한 다음, 비행기의 자리에 앉아 다시 그 사건을 되뇌였다.
‘그 여자는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탐스 이야기를 열심히 말해주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을까? 아마 가족과 친구들한테는 당연히 이야기하고, 어쩌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발 사진을 올렸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어서 생각했다. ‘탐스를 신은 사람들이 각각 서너 명에게 우리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다시 서너 명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블레이코는 저서 <탐스 스토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깨달은 사실은, 탐스의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단지 고객이 아니라 후원자라는 것이다. 탐스의 구매자들은 자신이 단지 어떤 브랜드의 멋진 신발을 샀다는 것보다는 우리의 소명을 후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상품뿐 아니라 이야기도 후원하는 것이고, 이는 일반 구매자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후원자와 구매자는 차원이 다르다. 소비자들에게는 당신의 상품을 사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성능이 좋다든가, 패셔너블하다든가, 가격이 싸다든가, 혁신적인 제품이라든가 등등. 하지만 후원자들에게는 그런 이유 외에도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무언가를 대변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믿고,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남을 돕고 싶은 욕구가 있다. 심지어 자신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탐스의 경우 신발 한 켤레를 샀을 때 빈곤계층의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선물한다. 고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신발의 제조가격에 비해 꽤나 비싼 돈을 주고 신발을 구매한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객은 착한 소비를 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자신이 착한 소비를 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소상공인에게 입소문보다 좋은 홍보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사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가량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착한 기업의 상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말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을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과정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청바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리바이스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예전에 비해 인기가 주춤하긴 하지만, 전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리바이스는 우리에게 착한 기업의 표본을 보여준다. 리바이스를 만든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창업한 이듬해인 1854년부터 지역 내 고아원에 기부 활동을 시작했으며, 자기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뒤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지난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곳곳의 리바이스 직원들은 설립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철학에 따라 끊임없이 자원봉사와 재난 발생지역에 대한 기금마련 등 선행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의류산업 근로자들의 권리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계약 조건을 도입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리바이스처럼 친환경적인 기업도 드물다. 리바이스는 최근 헌 옷을 가져다주면 새 옷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시행하는 등 해마다 문제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와 환경 개선에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게다가 이 프로모션은 소비자들에게 꽤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입지 않는 옷을 갖다 주는 것만으로도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리바이스코리아는 약 한달 만에 2천 300여 벌의 청바지를 받았다.(팔기도 했다.) 이렇게 받은 청바지들을 전 세계 소외계층에 기부할 수 있었으니 소비자들에게 ‘착한 기업’이라는 브랜드이미지를 심어줌과 동시에 매출까지 상승시킨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고객들로부터 착한소비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1984년,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는 기존 고객들이 자사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씩, 신규 고객이 가입할 때마다 1달러씩 자유의 여신상 복원을 위해 기부되도록 했다. 이 방법은 획기적이었다. 이를 통해 회원들의 카드 사용률은 그 해에 28%가 증가하고, 신규 회원은 45%가 늘어났으니 말이다.
우리는 탐스처럼 1+1(한 개를 사면 한 개가 자동으로 기부되는 것)시스템을 선택할 수도 있고, 리바이스처럼 헌 옷을 받으며 할인을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부사례들이 부담스럽거나, 자신의 사업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라면 다음의 사례를 보자. 건강한 수제피자 프랜차이즈로 사랑받고 있는 알볼로 피자는 독특한 메뉴 이름과 연계된 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피자 한판이 팔릴 때마다 그와 연계된 사람들에게 100원씩 기부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어깨피자!’ 한 판을 구매할 때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게 되고, ‘대한민국만세피자’는 독립운동가 및 순국선열자 후손과 국가유공들에게 기부를 하게 된다. 피자 한판에 100원 정도라면 기업에게도, 고객에게도 크게 부담될 것이 없는 수준이다.
고작 100원으로 무슨 착한소비냐고? 100원을 직접 기부할 경우 그 금액은 굉장히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부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모든 고객들에게 100원씩만 걷어도 꽤 큰돈이 된다. 소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특별한 차이가 없는 상품이라면 큰 부담이 없는 선에서 남을 돕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를 선택한다. 이처럼 착한 소비 심리를 이용한 영업방법은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를 이끌어내면서도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전략이다. 다만 착한 기업이 되려다보면 가끔 목적을 잊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우다.
2010년, KFC는 미국에서 유방암을 예방하는 사회적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핑크색 용기에 치킨을 담아 한 버켓마다 50센트씩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치킨과 유방암의 어떠한 연관성도 느끼지 못했으며, 오히려 KFC의 캠페인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KFC 측은 치킨의 트랜스지방이 유방암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다.
구매와 기부를 연계한다고 해서 매출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일은 드물다.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와, 판매하는 제품과 연계되는 기부가 되어야 하며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당신의 목적은 매출향상이지,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착한 소비라는 동기를 유발시킴으로써 기업의 매출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