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심리학과 잉그리드 올슨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화면을 통해 여러 남성,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올슨 교수가 보여 준 사진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다’ 또는 ‘추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극단적인 두 분류의 얼굴이었다. 특히 이 실험의 핵심은, 참가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시간이 불과 0.001초 수준으로 매우 짧았다는 것이다. 0.001초면 거의 ‘볼 수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모두 매력적인 얼굴이 나온 후에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대답이 나온 시간은 0.013초에 불과했다.
다음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매력적인 얼굴과, 건물사진을 차례대로 보여준 뒤, ‘웃음’, ‘행복’ 등의 긍정적인 단어를 제시하고 ‘슬픔’, ‘불행’등의 부정적인 단어를 보여주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건물을 본 사람들은 단어를 선택하는데 일관성이 없었지만, 매력적인 얼굴을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단어를 빠르게 인식했다. 올슨 교수는 실험 결과에 대해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무의식적으로 제시됐던 매력적인 얼굴이 긍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을 미리 준비상태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를 인식하는 속도가 빨랐다. 즉, 첫인상은 상대방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 다음 상황을 본능적으로 예측하도록 한다.’
첫인상에 대한 연구들은 계속되어왔다. 3초, 5초, 7초 만에 사람의 첫인상이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굳이 정확한 시간을 알 필요는 없다. 서울대 심리학과 김정오 교수가 ‘사람이 호감을 갖는 것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는 무의식 상태에서 일어난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엄청나게 짧은 시간이라는 사실 정도만 알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짧은 시간 동안 고객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 외모’ 편을 보면 여기에 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다. 다큐 제작팀은 30대 평범한 남성 한 명의 외모를 극단적으로 비교되도록 만들어 명동의 한 매장 쇼윈도에 세웠다. 한 번은 허름한 청바지에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꾀죄죄한 모습이었고, 또 한 번은 멀끔한 정장 차림에 잘 손질된 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제작팀은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이 남성의 첫인상과 예상 직업, 예상 소득에 관해 물어보았다.
여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여성들 대부분은 분명히 사전 인터뷰에서 남자를 볼 때 ‘성격이 괜찮은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 실험에 대한 결과는 꽤나 극단적으로 갈렸다. 전자의 경우, 여성들은 이 남성의 직업이 공장에서 일하거나 음식점을 할 것 같다고 예상했으며(공장 근로자와 음식점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말길.), 매력지수를 최저점으로 평가했다. 데이트 신청을 한다는 말에 기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는 완전히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은 깔끔한 정장차림의 남성에 최고점의 매력지수를 주었으며, 직업이 의사나 변호사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사람들은 분명히 똑같은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외모를 꾸미는 것만으로 연봉을 2배 이상 좋게 예상했으며 훨씬 더 높은 신뢰감을 느꼈다. 단지 옷을 바꿔 입고 머리를 다듬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눈으로 보이는 것에 따라 많은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너무나 당연하게 언어적 문제로만 생각해왔던 ‘의사소통’마저도 언어적 표현보다 눈으로 보이는 것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967년, UCLA대학의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은 동료들과 2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대상자들에게 호의적인 단어(자기, 고마워요 등), 중립적인 단어(아마도, 진짜? 등), 비호의적인 단어(하지마, 최악이야 등) 등 9가지 단어를 각자 다른 톤으로 들려주고, 단어의 감정을 유추하게 했다. 그 결과, 메라비언은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목소리 톤의 사용이 단어만 보는 것보다 감정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아마도’라는 똑같은 단어를 3가지 톤(호의, 중립, 비호의)으로 듣게 하고, 사람의 얼굴 표정을 함께 보여주는 것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얼굴 표정을 봤을 때 더 정확하게 감정을 유추해냈다.
메라비언은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에서 이 연구를 토대로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그는 시각적 요소 55%, 청각적 요소 38%, 언어적 요소 7%가 의사소통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대화의 내용이나 목소리보다 겉모습, 표정, 시선, 몸짓 등의 시각적 표현들이 훨씬 더 사람들의 인상에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성과 고객을 위한 진심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겉모습을 꾸미는 것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겉모습은 껍데기일 뿐이야. 실력과 진심으로 승부해야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당신에게 여러 번의 기회를 주는 고객들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첫인상에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한다면 당신의 전문성과 고객을 위한 진심은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을까? 뉴욕 최고의 부동산 브로커인 프데더릭 에크룬드의 조언을 참고해보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외모 및 기분에 그날의 성과가 100퍼센트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간단히 말해서 추한 옷을 입고 코까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수백 년은 된 것 같은 엄청난 입 냄새를 풍긴다면 당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매일 해야 하는 첫 번째 임무는 당신의 개성과 당신이 파는 것이 잘 어울리도록 자신을 포장하는 일이다.’
그는 이 말과 함께 저서 <모든 것이 세일즈다.>에서 자신의 외모 관리비법을 소개했다. 이 내용들은 당신이 세일즈를 하지 않더라도 인생에 반드시 도움이 될 테니 꼭 참고하기 바란다.
1. 재단사를 고용하라.
옷에 관해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기성복을 사서 그 옷을 딱 맞게 고치지 않는 것이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기 위해 몸에 맞게 옷을 수선해야 한다. 팁은 덜 비싼 브랜드의 옷을 사서 수선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재단사는 40만원 짜리 양복을 400만원짜리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2. 신발을 닦아라.
모두가 당신의 신발을 알아본다. 당신은 그 신을 신고 나아가는 걸음걸음에 긍정적인 인상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자, 당신의 신발을 내려다보자. 그 신발이 당신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는가? 당신의 신발은 멋진가? 더럽거나 낡았는가? 신발이 어떤지에 따라 당신은 분명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 더 나쁘게는 세부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나는 정기적으로 구두 수선공에게 신발을 맡겨서 그가 마술을 부리게 한다. 이것은 가성비가 아주 높다.
3. 좋은 시계를 차라.
시계는 광고판이다. 사람들은 결혼반지보다 시계를 더 유심히 쳐다보고 뜯어본다. 좋은 시계를 사라. 중고로라도 좋다. 만일 오늘 살 여력이 없다면 돈을 모아라. 잡지에서 당신이 꿈꾸는 시계 광고를 찢어서 침실 벽에 붙여라.
4. 헤어스타일에 투자하라.
매달 예산에서 뛰어난 헤어스타일리스트를 찾아갈 돈을 확보해둬라. 당신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입는 원피스나 재단된 셔츠에 꽤 많은 돈을 쓴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매일 입는다. 멋있게 보이고 싶지 않은가? 하버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훌륭한 헤어스타일은 전문가의 가장 중요한 신체적 특징이다. 이 연구에서 고위임원의 83퍼센트가 ‘단정하지 못한 머리’가 여성의 경영자로서의 권위를 약화시킨다고 대답했으며, 76퍼센트가 ‘단정하지 않은 머리’가 남성의 경영자로서의 권위를 손상시킨다고 대답했다.
5. 관리를 하라.
나는 고객이 내 손을 보고 자제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은 스트레스와 걱정이 있음을 광고하는 것이다. 코털도 정리하라. 아무도 당신의 콧구멍 밖으로 자라는 털들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냄새는 데어도란트를 사용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면 강한 땀 억제제를 사용하라. 향수는 적당히 은은하게 뿌리는 것이 좋다.
깔끔하게 정돈된 외모는 고객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당신이 신뢰할만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깔끔한 외모로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라. 당신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은 그 후에 해야 할 일이다. 또한 외모를 꾸밀 때는, 여성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반드시 ‘이성적인 매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매력적인 이미지’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여자가 옷을 잘 입지 못했을 때는 그녀의 옷이 보이고, 완벽하게 잘 입고 있을 때는 여자가 보인다.’라는 코코 샤넬의 말을 명심하라. 이와 관련하여 조 지라드의 사례를 보자.
어느 날, 아주 매력적인 여성 판매원이 면세 상품을 팔기 위해 지라드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미니스커트에 가슴이 살짝 드러난 옷차림이었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성 판매원에게 상품을 구매할 법도 했지만, 지라드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는 저서 <세일즈 불변의 법칙12>에서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신경이 쓰여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점잖은 체하느라 하는 말이 아니다. 그녀의 차림새는 무척 아름다웠지만 세일즈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그녀의 판매 프레젠테이션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당신이 어떤 상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적합한 이미지는 달라질 수 있다. 전문적인 이미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조금만 신경 쓰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 첫인상에는 ‘콘크리트 법칙’이 존재한다. 한 번 굳어진 첫인상은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프린스턴 대학 심리학 연구팀에 의하면 한 번 결정된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 최소 40시간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한다. 부디 이 글을 읽은 이후부터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기 바란다. 0.013초를 40시간으로 늘리는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