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트 베이 투자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조단 워즈는 젊은 시절의 어느 날, 인생을 바꿀만한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먹고 살기 위해 수상비행기를 팔고 있을 때였다. 그는 수상비행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있으면 즉시 쫓아가 장점을 늘어놓곤 했다.
‘이것은 아주 멋진 비행기입니다! 이 수상비행기는 굉장하죠! 수상비행기를 소유하면 아름다운 창공을 멀리까지 날아가서 호수에 착륙하여 낚시와 캠핑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이 수상비행기의 모든 특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말을 하면 할수록, 고객들은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조단은 이런 고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동안 수상비행기를 한 대도 팔지 못하자, 그는 결국 현명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수상비행기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그는 수상비행기의 ‘판매’를 그만두고 고객과의 대화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나갔다. 입을 다물고, 그저 고객이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고객들은 수상비행기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다만, 조단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수상비행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오, 나는 수상비행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요. 수상비행기를 조종한 시간만 총 5,000시간이랍니다. 수상비행기를 타고 알래스카까지 비행한 적도 있어요. 그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고객은 쉬지 않고 자신이 겪었던 수상비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대화의 끝이 어땠을지 예상이 가는가? 고객은 혼자 쉴 새 없이 떠들다가 마침내 몹시 흥분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아시다시피, 이 수상비행기를 내가 산다면 멋질 겁니다. 값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지만요. 하지만 과감하게 돈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죠. 전에 수상비행기를 가졌을 땐 정말 즐거웠어요. 아내와 상의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고객으로부터 수상비행기의 구매 계약금을 보내겠다는 전화가 왔다. 조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수상비행기를 팔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을 때,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었는가? 짜증내고, 화내고, 피하지 않았었나? 이번에는 아무 노력도 안하고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데 수상비행기를 구매하다니, 이게 어찌된 일일까. 그는 저서 <백만장자 비밀수업>에서 이 사례에서 얻은 교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그에게 수상비행기를 판 것일까? 아니다. 그는 스스로 수상비행기를 산 것이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기회를 제공하고 결국 그에게 길을 비켜준 것이 전부였다. 나는 그의 욕구나 필요성에 관계없이 그에게 수상비행기를 팔려고만 했다 그러나 내가 입을 다물고 그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자마자 그는 그것이 바로 이 수상비행기라고 결심한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커다란 교훈을 배웠다. 최고의 판매 테크닉은 고객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확신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팔아야 한다면’ 그것은 최상의 판매 테크닉이 아니다. 재화나 서비스 자체가 자연스럽게 팔려야 한다. 그리고 여러분의 상품이 고객에게 맞지 않는 경우 다른 고객에게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영업사원들은 젊은 시절 조단이 했던 실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경향이 있다. 상품에 대한 하나의 장점이라도 빼먹고 말하면, 그것 때문에 안 팔렸다고 믿는 모양이다. 만약 당신이 ‘호혜성의 법칙’을 알게 된다면 이런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전설적인 세일즈 컨설턴트인 지그 지글러는 저서 <당신에게 사겠습니다>에서 호혜성의 법칙이 세일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했다.
‘우리가 잠재고객의 관심거리, 욕구, 취미, 그리고 다른 생각들을 주의 깊게 들을 때 우리는 그만큼 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 빚을 졌다고 느끼는 고객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대우해 준만큼 우리 얘기를 경청한다.’
다시 말해 당신이 고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그들은 당신에게 빚을 진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수상비행기를 팔기 위해 조단이 했던 가장 현명한 행동 역시,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며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수상비행기를 구매한 고객은 이미 수상비행기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보자.
골드만삭스의 말단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의 자리까지 올랐던 도키 다이스케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영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 생각했다. 심지어 그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객뿐만 아니라 고객이 근무하는 회사의 역사나 판매하고 있는 상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현직에 있는 사람은 물론 퇴직한 사람조차 오랜 세월 몸담은 회사와 회사의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고객과의 미팅을 위해 마쓰시타 전기에 찾아갔을 때, 그는 담당 임원에게 물었다. ‘창업자이신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님은 알려진 대로 역시 훌륭한 분이셨습니까?’ 이 질문은 획기적이었다. 마쓰시타 고노시케 회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이자 훌륭한 리더였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은 그 임원은 즉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답했다.
‘나도 젊은 시절에 뵌 적이 있는데 정말로 굉장한 분이셨습니다. 흥미가 있으시면 그분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해드릴 테니 다음에 또 한 번 오세요.’
나중에 다시 찾아가자, 그 임원은 다이스케를 회의실로 안내한 후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의 지도력과 사고방식에 대한 상세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에는 회사 식당의 상석에 앉혀 점심대접까지 해주었다. 고객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에 자부심이 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회사의 역사나 창업자에 대해 관심을 보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것이다. 그 임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임원의 비서는 다이스케에게 와서 귀띔을 해주었다.
‘저희 상사의 마음을 제대로 얻으셨군요.’
다이스케는 이 사례를 예로 들며 저서 <왜 나는 영업부터 배웠는가>에서 말했다.
‘고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당연히 고객을 이해할 수 없고,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없다.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영업을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고객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의 핵심은 고객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다짜고짜 당신이 팔려는 상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절대 고객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오히려 상품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뤄두고,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라.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상품에 대한 설명은 고객의 거부반응만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고객이 말을 많이 하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의 관심사를 사전에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 진심어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 중에서도 좋은 질문이 있을까? 물론이다. 우리가 하는 질문의 목적은 상대방으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YES/NO’ 등의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닫힌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쉬운 설명을 위해 예시를 들어보자.
닫힌 질문 : 현재 타고 다니는 차에 만족하세요? (YES/NO)
열린 질문 : 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뭔가요?(YES/NO로 대답불가능)
위처럼 닫힌 질문은 대화의 흐름을 뚝뚝 끊기게 한다. 고객이 말을 많이 하게 하고 싶다면, 열린 질문을 연습해야 한다. 인간관계와 대화의 고수들일수록 열린 질문에 능하며, 성공한 세일즈맨들은 모두 열린 질문의 대가들인 경우가 많다.
두뇌학자로 유명한 홍양표 박사는 실험을 통해,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뇌에 에너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뇌가 열심히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한테든 질문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거기에 대한 대답을 찾게 된다.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대화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며, 우리는 성공적인 영업을 위해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품이 아닌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고객의 관심사에 대해 열린 질문을 하라. 그리고 고객들의 말을 열심히 경청하다보면, 그들은 당신에게 빚을 졌다고 느끼고 당신이 파는 상품에 대해 반드시 물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일즈 분야에서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을 참고하기 바란다.
‘당신이 말을 하면 당신이 팔려는 것이고, 고객이 말을 하면 고객이 사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