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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12. 2018

고객에게 실수를 했을 때 대처방법은?

조 지라드가 차를 판매하기 시작한 초창기의 일이다. 한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최고 모델의 차량을 구매하길 원했다. 순탄한 판매절차를 밟으며 거래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갑자기 그는 미시건 대학 외과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지라드는 사업가가 아들 자랑을 하는 것을 열심히 경청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은 사무실 바깥에 정신이 쏠려있었다. 사무실의 문이 열려있었고, 한 무리의 세일즈맨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큰 목소리로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사업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라드 씨, 이야기 잘 나눴소.’


조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판매는 잘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는 대체 무엇 때문에 그가 떠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왜 그렇게 나가 버리셨나요?'


조의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소. 단지 다른 사람에게서 차를 샀을 뿐이요.‘

 ‘네? 제가 제시한 조건은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었는데요.’


조는 부드럽게 다시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묻는 이유가 뭐요?’


그가 대답했다.


‘네, 저는 항상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저의 행동이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말해 주겠소. 당신은 연신 문 밖을 쳐다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우스갯소리 하는 데 몰두했소. 분명히 당신은 내 얘기보다 거기에 더 관심이 있는 듯했소. 나는 그 점 때문에 화가 났던 거요!’  

조는 자신의 실수를 철저히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대답했다.


‘선생님 말씀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선생님과 거래할 자격도 없습니다. 하지만 잠깐 전화 끊으시기 전에 이것만은 알아주십시오. 선생님의 아드님은 정말 자랑하실 만합니다. 제가 듣기에 아드님은 정말 훌륭한 젊은이였고, 꼭 좋은 의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제가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 귀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나중에라도 혹시 저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조는 진심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조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사과함으로써 실질적인 이득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2년 후, 사업가가 조의 사무실을 찾아왔고, 자신의 차와 아들의 차까지 구매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곧바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조는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작정하고 온 악성고객이 아닌 이상 웬만한 사람들은 진심어린 사과에 약하다. 당신의 잘못에 대해 고객이 말하기 전에 먼저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그들은 당신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또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중요감을 만족시키고 싶어 한다. 이 자기 중요감은, 상대방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상대를 굴복시킬 때 충족이 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실수를 먼저 인정하면, 그를 용서함으로써 충족이 된다. 이와 관련한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데일 카네기는 자신의 애견 ‘렉스’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렉스는 온순하고, 사람을 물지 않는 개였기 때문에 카네기는 렉스에게 마스크를 씌우거나 따로 줄을 묶지 않았다. 그는 렉스와 자주 공원에 나왔음에도 사람들을 마주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카네기와 렉스는 공원에서 경찰관을 만나게 되었다. 경찰관은 그에게 말했다.


 ‘공원에서 개를 마스크나 줄로 묶지 않고 풀어 놓으면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위법 행위라는 걸 모르십니까?’


카네기는 경찰관의 말에 부드럽게 대답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 개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피해를 주지 않을 거라고요? 법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요. 저 개는 다람쥐를 죽이거나 아이를 물지도 모릅니다. 이번 한 번은 봐주겠지만, 만약 저 개가 또 다시 마스크나 줄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적발되면 그때는 판사한테 가봐야 할 겁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얼마동안, 카네기는 경찰관과의 약속대로 렉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다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이 풀린 그는 경찰관의 말을 무시해보기로 결심했다. 다시 마스크를 씌우지 않고 공원에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동안은 아무 일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다시 경찰관을 마주치게 되었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카네기가 누구인가. 그는 어떻게 해야 경찰관으로부터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알고 있었다. 카네기는 경찰관을 마주치자마자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저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셨군요. 제가 법을 어겼습니다. 알리바이도 변명거리도 아예 없습니다. 지난주에 또 다시 개한테 마스크를 채우지 않고 데리고 다니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경고를 하셨지요.’


 카네기의 말에 경찰관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정말 벌금을 물렸을까? 놀랍게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네기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듯, 부드럽게 대답했다.

‘글쎄올시다. 저런 조그만 개라면 아무도 없을 때 밖으로 데리고 나와 달리고 싶은 유혹도 생길 것 같군요.’


 카네기는 또 한 번 말했다.


‘분명 그런 유혹이 생기지만 위법행위는 위법 행위지요.’


카네기는 경찰관과의 첫 만남에서 했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찰관이 해야 할 말을 먼저 해버린 것이다. 이미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카네기가 먼저 해버리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자기 중요감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카네기를 멋지게 용서하는 것뿐이었다. 경찰관은 카네기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뭐, 이렇게 작은 개는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않겠어요. 자, 선생은 이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언덕 저편까지 개를 달리게 하세요. 그러면 제 눈에도 띄지 않고 우리 모두 이 일을 잊어버릴 것 아니겠습니까.’


놀랍지 않은가? 이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상대방이 할 말을 먼저 해버리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할 말을 해버림으로써 우리는 그들과 대립하지 않고 순식간에 한 편이 될 수 있다. 같은 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적대감은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된다. 이 방법은 획기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바꿔놓는다. 오죽하면 ‘같은 편 만들기’를 이용한 범죄 심문 전략도 있다. 하버드 정신의학부 다니엘 샤피로 교수의 저서<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에 나오는 ‘착한 경찰관 나쁜 경찰관’ 전략이다.

강도 사건 용의자인 젊은 남자가 취조실로 잡혀 왔다고 가정하자. 용의자는 경찰관 두 명에게 취조를 받으면서 계속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여기서 경찰관 두 명 중 한 명이 나쁜 경찰관 역할을 맡는다. 나쁜 경철관은 용의자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어떤 ‘XX새끼’가 강도짓을 저질럿냐며 윽박지른다. 그리고 취조 내내 으르렁거리며 용의자의 의자를 걷어차기도 하고 혐오스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계속 미친 듯이 화를 내고 고함을 친다. 검사 친구한테 부탁해서 용의자에게 무거운 형을 구형하도록 하겠다고 위협도 한다.
나쁜 경찰관이 난폭한 연기를 하는 동안 착한 경찰관은 뒤에서 조용히 앉아 기다린다. 그러다 천천히 끼어들기 시작한다. ‘이봐 프랭크, 좀 진정해, 아직 어린애잖아’ 별로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지만 나쁜 경찰관의 계속되는 폭언에 비하면 용의자의 귀에는 달콤한 음악처첨 들릴 것이다. 이윽고 착한 경찰관이 나쁜경찰관에게 ‘그만해 프랭크, 다 같이 커피나 한잔씩 하자고, 나가서 커피 석 잔만 사다줄래?’ 라고 말한다. 나쁜 경찰관이 자리를 뜨고 나면, 착한 경찰관은 본격적으로 작전에 돌입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네, 프랭크한테 아주 밉보인 것 같아. 자네를 감방에 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확보한 증거가 많으니까 아마 충분히 가능하겠지. 최소 5년형은 구형할걸? 나는 자네가 그렇게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 프랭크가 돌아오기 전에 혐의를 인정하면 내가 알아서 검사한테 잘 말해줄게. 우리가 협조만 잘하면 형량을 2년, 아니 1년까지 줄일 수 있을지도 몰라.’
이정도면 대부분 자백이 술술 이어진다.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를 몇 가지 꼽을 수 있다. 먼저 나쁜 경찰관이 무거운 형량을 언급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에 비해 착한 경찰관은 ‘유난히’ 합리적이고 친절한 사람으로 보인다. 또한 자기 돈으로 커피까지 대접하는 등 착한 경찰관이 거듭 용의자 편을 들어주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용의자는 보답하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착한 경찰관이 용의자 편이 되어주고, 용의자의 행복에 마음을 써주며, 용의자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착한 경찰관은 의도적으로 용의자의 편을 들어줌으로써, 그의 ‘보답하려는 마음’을 이끌어낸다. 이 순간만큼은 용의자도 적대감이 사라지고, 같은 편인 착한 경찰관에게 최대한 협조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반대로, 나쁜 경찰관이 먼저 윽박지르기 전에 용의자가 자신의 죄를 먼저 인정하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심문에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경찰관들은 용의자의 형량을 줄이는데 최대한 협조적으로 임할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실수가 명백할 때에는, 죄를 빨리 인정하고 상대방의 편을 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해야 할 말을 먼저 말하라. 실수에 대한 변명은 두 번째 실수를 저지르는 것임을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 카네기는 저서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말했다.


‘만일 우리가 비난받을 일이 있으면 먼저 스스로를 비난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듣느니 스스로 내면의 자기비판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훨씬 쉽지 않을까? 자기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가 할 말을 먼저 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상대는 아무 할 말이 없어진다. 십중팔구 상대는 관대해지고 이쪽의 잘못을 용서하는 태도로 나올 것이다. 나와 렉스를 용서한 경찰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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