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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17. 2018

대형경쟁업체를 이기는 소상공인의 전략은?


‘10배의 병력이 있으면 적군을 포위하고, 5배의 병력이 있으면 정면 공격을 가하며, 병력이 열세이면 도망가야 한다.’ 이 말은 중국의 오래된 병법서인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이 법칙은 오랜 역사적 기간 동안 군사전략의 진리처럼 여겨져 왔다. 우리의 입지는 대형경쟁업체에 비하면 극히 열세에 속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도망만 갈 수는 없다. 한 번이라도 이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1914년, 영국의 뛰어난 엔지니어였던 프레더릭 란체스터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군사작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란체스터 법칙’을 발표했다. 그는 1880년대부터 항공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항공기가 처음 등장한 제1차 세계대전은 특히 그가 항공기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항공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일어났던 항공기들의 전투를 유심히 관찰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기에 이른다. 그가 첫 번째로 분석한 것은 이러한 내용이었다.


 ‘성능이 비슷한 항공기 간의 1:1 공중전에서는 조종사의 전투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비행기 성능에 차이가 있다면 성능이 뛰어난 비행기가 이기게 된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분석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꽤 단순하게 보여진다. 란체스터 법칙은 그의 두 번째 분석부터 빛을 발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 후반기에는 항공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중 단체전이 자주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 현상과 관련하여 그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공중전에서 A국 항공기 5대, B국 항공기 3대가 맞붙었을 때, 동일한 성능의 항공기들임에도 불구하고 A국의 전투기가 1대밖에 손실되지 않는 현상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란체스터는 이 현상을 수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또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일대일의 싸움에서는 뺄셈의 법칙이 적용되지만, 그룹전에서는 제곱의 법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 일대일의 싸움에서는 뺄셈의 법칙이 적용된다.(란체스터 1법칙)

일대일의 전투 형태로 10명 대 5명이 싸우게 되면 10명인 쪽은 5명이 남고 5명이었던 팀은 아무도 남지 않는다.

2. 그룹전은 제곱의 법칙이 적용된다.(란체스터 2법칙)



집단 대 집단의 전투 형태로 10명 대 5명이 싸우게 되면, 10명인 팀은 10번의 공격을 하고, 5명인 팀은 5번의 공격을 하게 된다. 10명인 팀은 상대 팀으로부터 5번의 공격을 받는 반면, 5명인 팀은 10번의 공격을 받는다.


5번의 공격을 받는 10명인 팀 : 맞을 확률 50%

10번의 공격을 받는 5명인 팀 : 맞을 확률 200%(4배)


무기의 성능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2배 병력 차이가 나는 경우 실제로는 4배의 공격력 차이가 발생하며, 3배의 병력 차이가 날 때는 9배의 공격력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란체스터 1, 2법칙을 통해 약자와 강자의 전략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력이 적은 팀은 최대한 일대일로 싸우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고, 병력이 많은 쪽은 단체로 싸우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란체스터 법칙의 요점이다.


소상공인의 영업비법을 알려주는 책에서 왜 갑자기 군사전략을 말해주는 거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란체스터 법칙은 우리가 대형 경쟁업체와 단체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줌과 동시에, 획기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해준다. 우리는 란체스터에게 고마워하며 이 방법을 즉시 적용해야 한다. 실제로 이 법칙은 원래 군사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되다가 최근에 들어서는 경영과 마케팅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당신은 스타트업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모방하는 대기업들의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이런 경우 대부분은 대기업에서 큰 이익을 보게 된다. 같은 성능의 상품을 판매할 때, 광고와 마케팅 비용 또는 가맹/대리점의 수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약자의 전투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 방법은, 단체전이 아닌 일대일 전투로 끌고 가는 것이다. 대기업이 여러 분야에 힘을 분산시키며 시장을 확장시킬 때, 우리는 모든 전력을 한 분야에만 집중시켜야 한다. 일본의 저명한 비즈니스 전략 컨설턴트인 스즈키 히로키는 저서 <전략의 교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란체스터 법칙을 경영에 응용할 경우,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은 사실 ’넘버원‘이 되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어중이떠중이가 되지 말고, 확실하게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1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애드테크 시장에서 살아남아 세계적인 기업이 된 크리테오처럼 말이다.


크리테오는 현재 전 세계 애드테크(AdTech) 기업 중 최고로 꼽히는 회사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잘 나가는 기업은 아니었다. 크리테오는 3명의 기술자가 2005년 창업한 회사로, 창업한 지 4년 뒤인 2008년에야 겨우 처음으로 온라인 광고 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성장이 늦은 회사였다. 2008년 이후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광고전문가도 아닌 기술자들이 만든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크리테오가 속해있는 애드테크 분야는 많은 대기업들과, 수많은 스타트업들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강력한 대형경쟁업체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경쟁사들의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크리테오는 대기업과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구축할 수 있었다. 대기업들은 다양한 종류의 광고를 진행하는 한편, 크리테오는 철저히 ‘리타겟팅(광고주의 웹사이트에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웹사이트 내에서 특정 페이지를 열람한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만 다시 광고를 보여주는 방법)’ 하나에만 집중함으로써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크리테오는 매체사들과 광고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30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대기업들도 리타겟팅 광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크리테오는 모든 전력을 하나에 집중했기 때문에 ‘리타겟팅’ 분야에서만큼은 대기업보다 더 높은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손꼽히는 기업 데이블의 최고보안책임자(CSO)인 백승국 씨는 크리테오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분석한다.


‘본인들이 잘 하는 분야로 전장을 집중하고 그 안에서 차별화함으로 더 많은 기술인력과 매체사 풀을 보유한 대형 애드테크 기업들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보유한 기술 인력과 자금 모두가 한정적이고 극도로 적은 스타트업 일수록 대기업 또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전장을 명확히 좁히고 해당 전장에 자원을 집중해 승리를 이룬 후에 다른 전장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크리테오는 광고업계의 수많은 상품 중 ‘리타켓팅’이라는 상품 하나에 모든 자원과 기술력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리타켓팅의 대명사인 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만약 크리테오가 다른 여느 에드테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광고 상품을 추진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모든 광고상품에서 만년 꼴찌를 기록했을 것이다. 때로는 상품이나 고객들을 제한하고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많은 고객들을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고객들과 상품들을 세분화하고 분야를 좁힐수록 더 전문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인 빌 비숍은 저서 <핑크펭귄>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십 개의 산업 분야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중소기업 경영자 및 세일즈맨들과 손을 잡고 일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더 많은 돈을 벌도록 돕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빌은 대기업이나 협회, 관청 등과는 절대 일을 하지 않는다. 중소기업 경영자(자영업자 포함)와 세일즈맨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은 고객들과 큰 시장을 자진해서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이 결정이야말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 내린 최상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빌은 처음부터 고객들이 많아서 대기업과 일을 하지 않았던 걸까? 그렇지 않다. 비즈니스 전략가인 그는 타켓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고객을 늘리고 전문성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혹시 아직도 ‘이것저것 다 팔아봐야지’라거나, ‘최대한 많은 사람들한테 팔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이제 근시안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판매상품을 제한하고, 타켓 고객을 세분화해야 한다. 철저히 한 분야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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