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과 스코트 프레이저는 어느 부자 동네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이 방문한 지역은 누구나 부러워할 그림 같은 집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었다. 실험을 위해 도로교통 안전위원회로 둔갑한 연구원들은 부자들의 집을 방문하며 물었다. ‘안전운전 캠페인에 동참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캠페인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앞마당에 ‘안전운전’이라는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짜리 표지판을 세워야 했다. 누가 자신의 멋진 앞마당에 그런 표지판을 설치하고 싶겠는가? 연구원들이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우는 일은 저희가 다 하겠습니다. 걱정하실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실제로 부자동네에 사는 사람들 중 오직 17퍼센트만이 이 부탁에 응했다.
연구팀은 부탁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한 가지 요소를 덧붙이기로 했다. 새로운 요소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할만한 요청을 하기 2주 전에, 연구원이 주민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주민들에게 눈에 잘 안 띌 정도로 작은 표지판을 창문 앞에 세워도 되겠냐는 부탁을 청했다. 이 정도의 부탁은 사람들에게 별 부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집주인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2주일 뒤, 연구원들은 첫 번째 부탁에 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가 말했다.
‘‘안전운전’ 표지판을 앞마당에 세워도 되겠습니까?‘
두 번째 실험과 첫 번째 실험의 다른 점은 딱 한 가지, 작은 부탁을 먼저 하고 큰 부탁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부탁에 응한 사람들의 비율은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무려 76퍼센트의 사람들이 부탁에 응하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프리드먼과 프레이저는 이 연구에 대한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이번 조사에 참여하시게 되면, 저희 연구원 대여섯 명이 오전에 댁에 찾아가서 두어 시간동안 머물며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열거하고 분류하는 일을 할 겁니다. 저희는 찬장과 창고까지 모두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에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겁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공공 서비스 간행물인 <가이드>에 실릴 예정입니다.’
어찌 보면 사생활을 침범하는 수준의 힘든 제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2%의 사람들이 이 제안에 동의했다. 생각보다 꽤 높은 수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연구팀들이 이 제안을 하기 3일 전에 먼저 전화를 걸었을 때는 효과가 훨씬 더 컸다는 점이다. 그들은 먼저 작은 부탁으로 시작했다.
‘저희는 각 가정에서 어떤 물건을 사용하시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이에 응해주십사 부탁드리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이 정보는 공공서비스 간행물 <가이드>에 실릴 겁니다. 저희 조사에 응하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처음부터 집에 찾아가 모든 물건들을 뒤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만 실시하겠다고 한 것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집에 찾아가 물건들을 뒤지겠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놀랍게도 바로 큰 부탁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약 53%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첫 번째의 실험과 동일한 결과였다.
프리드먼은 실험에 대한 결과를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처음의 부탁을 수용하는 순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에 참여했다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2주일 후 연구원들이 다시 찾아갔을 때, 그들은 일관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고, 결국 또 다시 부탁을 들어주게 되었다. 따라서 무언가 부탁을 하거나 제안을 할 때에는, 처음부터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시작해서 점차 큰 부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 대한 결과는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세일즈에서 많이 활용되어왔다. 예를 들면 대형마트의 시식 코너처럼 말이다.
‘맛있습니다. 한 번 사가서 드셔보세요.’
라는 말은 고객에게 부담을 준다. 어쨌든 먼저 돈을 써야 하고, 막상 사갔는데 맛이 없을 확률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담 없이 한 번 드셔보시고 가세요.’ 맛있습니다.‘
라고 유혹하는 시식 코너는 고객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담없이 음식을 먹게 된다. 그 때, 판매 직원은 다시 고객에게 말한다.
‘건강에 좋은 성분만 들어가 있습니다. 마침 할인행사 중이니 맛있으시면 한 번 사가서 드셔보세요.’
대형매장의 마케팅 담당 직원들은 이 시식코너의 효과에 대해 뼈저리게 알고 있다. 실제 시식코너를 운영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최대 몇 배까지 매출이 차이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인건비를 더 줘가며 시식코너 직원들을 더 고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시식코너의 모객효과가 좋은 이유는 또 있다. 작은 부탁에서 큰 부탁으로 연계되는 것뿐만 아니라, 공짜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상품이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완전히 무료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더 좋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아래의 연구는 이 의견에 대한 완벽한 반박을 제시한다. 고객들이 우리 상품을 체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공짜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심리학자 댄 앨리얼리는 한 실험을 위해, 대학의 종합관 건물에 판매대를 펼쳤다. 그리고는 린트 트리플과 허쉬 키스 두 종류의 초콜릿을 나열해 놓았다. 린트 트리플 초콜릿은 160년 전통의 스위스 회사 제품이며, 개당 50센트씩 하는 고급 초콜릿에 속한다. 반면 허쉬 키스 초콜릿은 하루 8,000만개씩 생산되는 꽤나 흔한 초콜릿이다. 댄은 판매대 위에 올려놓은 두 개의 초콜릿의 가격을 각각 15센트(린트 트리플), 1센트(키스)로 책정해 놓고, ‘고객 1명당 초콜릿 1개’라고 쓰여진 큼지막한 안내판을 걸어놓았다. 사람들은 과연 어떤 초콜릿을 골랐을까?
첫 실험의 결과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사람들은 품질과 가격을 비교한 뒤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73퍼센트의 사람들이 린트 트리플을 선택했고, 27퍼센트만이 키스를 골랐다.
두 번째 실험은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다. 다른 모든 조건을 동일시 한 뒤, 두 종류의 초콜릿 가격을 둘 다 1센트씩 내린 것이다. 이로써 린트 트리플은 14센트, 허쉬 키스는 0센트(무료)가 되었다. 사람들의 선택은 변화가 있었을까? 두 개의 상품 똑같이 1센트씩 낮췄을 뿐인데, 69퍼센트 사람들은 허쉬 키스를 선택했다. 반면 린트 트리플의 판매율은 31퍼센트에 그쳤다. 사람들이 정말 합리적이었다면 첫 번째의 실험과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공짜’라는 것이 사람들의 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이다.
댄은 혹시 공짜인지 공짜가 아닌지의 문제보다 1센트라는 금액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하는 마음에 또 한 번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허쉬 키스 값을 2센트에서 1센트로 내리고, 같은 비율로 트리플을 27센트에서 26센트로 내려 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허쉬 키스가 2센트에서 1센트로 달라지는 것으로는 판매비율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또 다시 공짜로 하고 실험을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달라졌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작 1센트조차도 공짜보다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부담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케팅에서 공짜는 굉장히 강력한 유인책임을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짜마케팅은 막연히 좋은 결과만 낳는 걸까? 그럴 리가. 서비스든 상품이든 공짜로 주기만 하고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반드시 손해가 나기 마련이다. 소상공인 중에서는 막연히 ‘일단 고객(사용자)부터 늘리자. 그럼 뭐라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스타트업들 중에 특히 많은 케이스인데,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스타트업 조사기관인 PCMP(Pacific Crest and Matrix Partners)의 발표에 따르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사업의 70% 이상이 공짜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공짜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고, 지속하지 못하면 고객들에게 아무 좋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확실한 아이디어를 통해 투자를 받아 장기적인 계획까지 체계적으로 세워놓은 것이 아니라면, ‘즉시 수익창출’을 하는 것이 반드시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짜마케팅이 매출 상승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단순히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빌비숍의 저서 <핑크펭귄>에 나와 있는 사례를 통해 그가 공짜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느 정도에서 고객들을 유료 고객으로 전환시키는지를 참고하길 바란다.
‘무한정 후하게 나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공짜로 제공하는 가치에는 한도나 종결 시점을 확정해주어야 한다. 일정 부분이나 특정 시점까지만 무료라는 게 요점이다. 그 한도나 시점에 이르면 잠재고객에게 결정을 내리게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회사가 취하는 접근 방법이다. 우리는 ‘빅아이디어 세팅’이라는 90분짜리 코칭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렇게 공짜로 제공하는 가치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빅아이디어를 내고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패키징하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이 모든 게 무료지만 실로 가치 있는 시간이다. 다른 회사 같으면 이런 서비스에 5,000달러 정도를 부과하겠지만 우리는 공짜로 해준다. 많은 잠재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두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프로그램의 대상을 신중히 선별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이 끝나면 잠재고객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스’냐 ‘노’냐? ‘글쎄요’는 없다. 내 사전에 ‘글쎄요’는 없다. 만약 ‘노’라고 답하면 가치 제공은 끝난다. 깨끗하고 간단하다. 만약 ‘예스’라고 답하면 가치 제공이 계속된다.‘
만약 공짜마케팅을 실행하면서 목적의식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퍼주기만 하다가 적자가 날지도 모른다. 공짜상품은 반드시 유료구매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로 마이너스가 된다. 만약 당신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면, 다음 3가지를 꼭 체크해야 한다.
1. 공짜상품이 유료상품과 연계가 잘 안 돼 있는 경우
2. 공짜상품이 매력적이지 않아 유료상품에도 별로 관심이 안가는 경우
3. 공짜상품과 유료상품이 차이가 없어서 돈을 안 써도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경우
이 3가지의 경우 적자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즉시 전략 수정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짜마케팅은 오히려 당신에게 독이 될 것이다. 공짜상품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되, 유료상품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작은 부탁 이후, 큰 부탁을 하면 들어줘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을 느낀다. 사람들에게 당신의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먼저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라. 그리고 그 체험을 유료구매로 전환시켜라. 그리고 명심하라. 공짜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