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스버거 나리마스 지점에 비상이 걸렸다. 가까운 거리에 맥도날드가 생긴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물론, 당시 모스버거도 나름 선전을 하고 있었지만 맥도날드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 브랜드 파워를 제하고도 절대적인 크기부터 밀렸다. 나리마스 지점이 고작 8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좌석에 10평도 안 되는 크기였던 데 비해 새로 지어지는 맥도날드는 80평의 2층 건물이었던 것이다. 결국 맥도날드의 개장일 전 날, 모스버거 본사에서는 점장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다. 모스버거의 사쿠라다 사장은 나리마스 지점의 점장인 아츠시에게 물었다.
‘맥도날드가 문을 열면 나리마스 매출은 어떻게 될까요?’
아츠시의 대답은 간결했지만 결의에 차있었다.
‘지금의 매출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애써 담담한 척은 했지만, 그도 사실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맥도날드 나리마스 매장의 개장 날, 예상했던 대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맥도날드로 몰리기 시작했다. 오픈행사였던 감자튀김 무료 쿠폰뿐만 아니라 ‘맥도날드’라는 이름이 가진 위력은 생각대로 엄청났다. 사람들의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특히 점심시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맥도날드로 몰려들었다. 그렇다면 모스버거의 매출은 맥도날드가 생긴 후로 급격히 감소했을까? 다행히도 모스버거의 모든 고객들이 맥도날드에 간 것은 아니었다. 모스버거의 단골손님들은 맥도날드가 생겼어도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배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기 위해 지인들을 데려오고 하루에 두 번을 방문하기까지 했다. 맥도날드가 생긴 그 날, 모스버거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맥도날드가 개장한 날, 점심시간마다 찾아오던 직장인들은 여전히 모스버거로 와주었다. 아츠시 점장은 한차례 안심했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는 일렀다. 학생들에게는 맥도날드 무료 쿠폰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했던 생각이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단골이었던 학생들이 자신의 친구들까지 단체로 끌고 온 것이다.
‘점장님! 힘내세요! 저희는 맥도날드에 절대 안가니까 걱정 마세요! 모스버거 지면 안돼요!’
라는 응원과 함께 말이다. 그뿐 아니었다. 단골손님들은 맥도날드에 가려는 사람들을 붙잡으며 ‘어디 가시는 거에요. 햄버거는 모스버거가 최고에요!‘라고 외쳤다. 심지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던 직장인들은, 맥도날드가 생겨서 모스버거가 위험에 처하자 점심시간에 왔다가 퇴근 후에 또 오기도 했다. 하루 만에 두 번을 방문한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꼬셔서 같이 오기도 했다. 결국 모스버거 나리마스 지점은 맥도날드가 개장한 날,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매출을 올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이 날의 일이 얼마나 감동적이었으면, 아츠시 점장은 아직도 이 날을 ‘맥도날드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맥도날드에 비하면 극히 작은 햄버거 매장에 불과했던 모스버거는 어떻게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소상공인들이라면 대형경쟁업체에 대비하기 위해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나리마스 지점이 맥도날드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골손님들 덕분이었다. 나리마스 지점이 처음 생겼을 때, 사쿠라다 사장은 아이들이 찾아오면 햄버거만 파는 것이 아니라 숙제도 도와주고 학교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곤 했다.
그는 당시 직원이었던 아츠시 점장과 다른 직원들에게도 자신과 똑같이 할 것을 지시했는데,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집에 오지 않아 걱정이던 부모들은 모스버거를 찾아오기도 했다. 환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는 직원들을 보며 부모들의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을 것이다. 모스버거의 친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손님들이 찾아올 때마다 상대의 관심사에 맞춰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나리마스 지점에는 손님 개개인 취향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토마토를 뺀 스즈키 씨의 모스버거’라던지, ‘마요네즈를 듬뿍 넣은 다나카 씨의 데리야키’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런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단골손님들은 모스버거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남의 가게’가 아닌 ‘우리의 가게’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니 맥도날드 때문에 모스버거가 위협에 처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꼭 배워야할 것이 있다. 자신이 하는 사업을 ‘나의 사업’이 아니라, 고객들로부터 ‘우리의 사업’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고객의 거절을 이겨내고, 판매한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세일즈맨인 조 지라드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들이 언변 좋고 사기꾼 같은 자동차 세일즈맨에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 ’감시자‘를 대동해서 자동차 전시장으로 들어올 때, 나는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즉 고객의 구매를 도와주고 좋은 물건을 소개하는 사람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나의 신실함과 확신을 대하고 나면 그들은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세일즈맨에 대한 거부반응을 거두어들인다. 그들은 나를 어딘가 다른 사람으로 바라본다. ’당신은 다른 자동차 세일즈맨과는 다르군요. 난 당신처럼 일하는 사람이 좋습니다.‘라고 하며 말이다.’
최고의 세일즈맨들은 모두 ‘고객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를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철칙으로 꼽는다. 전 골드만삭스 대표이사 사장이자, 전설의 원톱이라 불렸던 도키 다이스케 또한 이렇게 말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항상 머릿속에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나는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는 동안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제치고 영업왕이 될 수 있었던 건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신념을 철저하게 지키며 일한 결과였다.’
성공한 세일즈맨들에게 어떻게 성공했느냐를 물었을 때, 뛰어난 언변이나 세일즈 스킬을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것은 부수적인 것이지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판매라는 것에 굉장히 현실적이고 객관적이지만,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고객과의 관계’, ‘도움을 준다.’, ‘신뢰와 진심’ 등을 가장 많이 말한다. 내로라하는 협상 전문가들 또한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상대를 적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고정관념을 깨지 않으면 협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버드협상연구소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협상가 교육과정의 가장 첫 부분에 팔씨름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들의 사례를 보자.
어느 날, 하버드협상연구소의 연구팀은 30명으로 구성된 협상가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그들이 두 명씩 짝을 짓고 서로 마주보도록 앉게 했다. 이어 각자 오른손으로 ‘파트너’의 오른손을 꼭 잡고 놓지 말라고 말했다. 파트너의 오른쪽 손등을 책상에 닿게 할 때마다 1점씩 받는 규칙이었다. 연구팀은 참석자들에게 파트너가 얼마나 많은 점수를 따는지에 대해 완전히 무시하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게 한 뒤, ‘준비, 시작!’을 외쳤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2분 동안 그들은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파트너의 저항 때문에 1~2점 이상을 얻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예외 커플이 있었다. 한 참가자는 이 훈련의 규칙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적이 많은 점수를 따는 것이며, 연구팀이 말한 대로 파트너가 얼마나 많은 점수를 얻든 무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파트너의 손을 밀지 않고 오히려 잡아 당겨 파트너가 쉽게 점수를 따도록 해주었다. 그리고는 자신도 재빨리 1점을 따내고, 다시 파트너에게 1점을 주었다. 두 사람은 눈부신 팀워크를 발휘하며 큰 힘을 쓰지 않고도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3점 이상 따낸 참가자가 없었던 반면, 그들은 20점 이상을 얻어낸 것이다.
우리는 모스버거의 사례와, 세계적인 세일즈맨들의 성공전략, 하버드협상연구소의 교육을 통해 세일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고객들만 세일즈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부터 세일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품을 팔기 전에 진심으로 그들을 돕겠다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
고객은 뚫어야할 벽이 아니고, 이겨야할 적도 아니다. 고객을 같은 팀으로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