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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20. 2018

상품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편의점 4개 지점으로 연매출 40억원을 올리고 있는 전지현 대표 또한, 과거 호프집을 운영하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당시 주변에 있는 치킨집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왜 우리 매장만 장사가 안 될까?’라고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의 유명 호프집과 맛집들을 찾아다녔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잘 되는 곳은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넉넉하고 맛있는 안주였다. 이정도로 많이 주면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을 많이 주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그만큼 많이 오니 충분히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게로 돌아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양을 많이 주고 맛있는 것도 좋지만 확실히 차별화를 두려면 더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문득 메뉴의 이름으로 ‘아무거나’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손님들이 술을 마시러 와서 딱히 끌리는 메뉴가 없을 때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아무거나’라는 이름의 메뉴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들을 조합해서 푸짐한 세트를 만들었다. 성인 남성 4명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푸짐하게 ‘훈제치킨 한 마리, 과일 다섯 종류, 각종 튀김’으로 구성하고 가격은 16,000원으로 비싸지 않게 책정했다. 메뉴판에는 ‘아무거나’라는 이름을 가장 크고 눈에 확 튀게 만들어, 가게의 메인메뉴처럼 장식했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손님들은 처음 보는 메뉴의 이름이 재미있었는지 그 메뉴를 자꾸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름에 재밌어서 시키고는, 푸짐한 양에 또 한 번 놀랐다. 매일 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그날그날 만들었기에 신선하기까지 했다. 이 메뉴는 ‘그 호프집 가면 무조건 아무거나 시켜. 양도 엄청 많이 주고 맛있어’라는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며 대박을 냈다. 일매출 100만원도 안 되던 호프집이, ‘아무거나’ 메뉴 하나로 200만원을 넘어 300만원까지 올리는 날도 있었다.


전지현 대표가 만약 서울의 유명한 호프집과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배워온 결과를 ‘아무거나’라는 메뉴를 추가하지 않고 적용했다면 이만큼의 매출 상승효과를 낼 수 있었을까? 물론 기본에 있던 메뉴들의 양과 맛을 향상시켰다고 하더라도 소정의 성과는 달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아무거나’라는 메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메뉴판의 이름 자체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더러, 다른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퍼뜨릴 때도 ‘아무거나’라는 이름은 하나의 재미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 3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봐도 ‘아무거나’라는 이름의 효자노릇 덕이다.



세일즈 전문가 장문정 씨의 말에 의하면 똑같은 상품도 컨셉을 어떻게 잡아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매출에 커다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 홈쇼핑에서 꽃게를 소개했는데, '서해 바다 꽃게'라고 이름을 붙였을 때는 고객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가, ‘연평도 꽃게’라고 이름만 바꾸었더니 매출이 30퍼센트 상승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품에 대한 적절한 네이밍은 즉각적인 매출 향상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상품의 품질까지 받쳐준다면 입소문까지 타게 되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인 마케팅의 거장인 잭 트라우트 조차


‘가장 중요한 마케팅 결정은 브랜드 네이밍이다.’


라고 말했을 정도로 네이밍의 힘은 마케팅에서 꽤 큰 폭을 차지한다. 그는 사람들이 상품을 가장 빨리 접하고 이해하며, 판단까지 하는 절차가 모두 네이밍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또한 성공적인 네이밍은 고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마케팅 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 확고한 차별점을 둘 수 있다며 네이밍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중요한 네이밍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갑자기 찬물을 붓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의 머리에서 멋진 네이밍을 나오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상품 개발자가 직접 이름을 짓거나 사내 직원들끼리 공모전을 통해 결정하기도 했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훨씬 더 체계적으로 네이밍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상품 이름 하나에 몇 천 만원에서 몇 억까지 써가며 브랜드 네이밍 전문 인력이나 회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LG전자의 에어컨 브랜드 '휘센'은 기업이 전문가를 고용해서 네이밍한 대표적인 사례다. 휘센의 전 이름은 'LG바이오에어컨'이었다.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네이밍을 고민하던 LG전자의 담당자는 전문가에게 이 일을 맡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휘센’이라는 이름은 ‘회오리’라는 뜻의 훨윈드(Whirlwind)와 ‘보내다’라는 의미의 센드(Send)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는데, 이름을 듣기만 해도 시원하고 강력한 바람을 내보내는 에어컨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휘센은 '휘몰아치는 센바람'의 이중적인 뜻도 된다. LG전자는 큰 비용을 치루며 네이밍을 주문한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LG전자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휘센을 출시한 2000년 내수 시장 점유율이 전년보다 7% 상승했고, 일본의 마쓰시타를 제치고 세계 1위도 차지했다"


물론 ‘LG바이오에어컨’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1990년 후반에도 내수시장 점유율은 꽤 높았던 편이었지만, 브랜드의 이미지는 약한 축에 속했다. 그러나 휘센은 네이밍의 변화만으로 ‘대한민국 대표 에어컨’의 자리를 꿰차고 세계 1위까지 도약할 수 있었다. 그들이 얻은 이익에 비하면 네이밍을 의뢰한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처럼 큰 비용을 투자해 네이밍을 의뢰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투자를 한다 해도, 대기업처럼 거대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대기업들의 네이밍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따라 해보는 것이다. 그대로 베껴 쓰면 법에 어긋나지만, 만드는 방식을 배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네이밍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휘센’, ‘SK이노베이션’, ‘지크’, ‘쁘띠첼’ 등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을 작명한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의 박재현 대표는 인터뷰에서 네이밍에 대한 핵심을 간략히 말해주었다.


‘이름을 잘 짓기 위해서는 이름을 짓는 대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 커피‘의 이름을 짓는다고 가정해보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스커피가 지닌 매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이름이 튀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낯설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비율로 따지만 낯섦 3, 공감 7입니다. ’공감한다‘는 ’상상한다‘와 같은 말입니다. 이름으로 시각·촉각·청각을 모두 건드려야 합니다. 시대상에도 부합해야 하고요. CJ의 ’주부 초밥왕‘을 작업할 때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만화가 유행했습니다. 이름을 봤을 때 주부들은 초밥을 손쉽게 만드는 스스로를 상상합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이죠.’


네이밍은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어느 정도의 낯설음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상품이 가진 매력과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경쟁제품들과 확연한 차별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상품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아직도 막막하다면 다음의 사례를 보자. 당신이 지금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어쩌면 비효율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줄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빌 비숍은 어떤 여성 사업가와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빌이 제시한 상품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뭔가 확실하고 더 멋진 이름을 기대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이 이름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며 떠났다. 빌은 그녀를 한 동안 잊고 지내다가, 1년 후 어느 세미나장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적절한 이름을 찾지 못해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빌은 그녀에게 어떤 이름을 썼든 일단 실행에 옮기기만 했다면, 돈을 벌 수 있었을 거라고 조언했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1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고민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을까? 물론 네이밍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아무 이름으로라도 사업을 시작했더라면, 그 1년 동안의 과정에서 더 좋은 이름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부터 완벽한 이름을 추구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름을 짓는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지었다고 생각해도, 고객의 반응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빌은 대학에서 인터넷 마케팅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법한 교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강생은 10명에서 15명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더 디지털 마케팅 워크숍’이라는 이름이 문제인 듯 했다. 인터넷과 디지털 세계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훌륭한 이름이었지만, 학생들에게는 그다지 임팩트가 없는 듯 했다. 결국 빌은 교육 프로그램의 이름을 진부하고 단순한 ‘디 E-마케팅 워크숍’으로 바꿨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는 이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워크숍에 50명이 등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문가조차도 네이밍의 효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우리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름을 짓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의 생각과 다를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상품을 내놓고 고객들의 반응을 봐야 한다.   


상품의 이름은 분명히 매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직 이름을 짓지 않았거나, 기존에 있던 이름을 좀 더 차별화하고 싶다면 전문가들의 방법을 따라하라. 하지만 네이밍에 너무 시간을 쏟지는 마라.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자의 기준에서 완벽한 이름이 아니라, 고객이 반응을 보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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