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improve Critical Thinking
2009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영국 보수당 대표를 맡고 있던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과 한 시간 정도의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의 주제는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가?’ 였다. 캐머런은 그다음 해에 있을 영국 총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분권화와 책임이 뒤따르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특히 이 대담은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이 취재를 하러 와있었다. 나심 탈레브는 평소 생각했던 바를 언론들 앞에서 속 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어서 내심 만족하면서 대담을 끝마쳤다.
이후에 식사를 하던 중, 나심 탈레브는 친구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영국의 모든 언론이 그를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확인해보니 영국 언론은 그와 캐머런이 나눈 60분 동안의 대담 내용 중, 약 20초 정도 언급된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었다. 59분 동안 이야기했던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약 20초의 내용이 그날 대담의 주요 주제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었다. 나심 탈레브는 자신의 저서 <스킨인더게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날 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일반 사람들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설득하기 위해 너무 복잡한 모델을 제시할 필요는 없으며,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일이라도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하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일단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중략)
이 같은 주장이 담긴 <블랙 스완>을 출간했을 때 찬사를 보냈던 영국 언론이 똑같은 주장이 되풀이된 캐머런과의 대담은 정반대 논조로 보도했다.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캐머런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하다 보니 나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왜곡된 보도로 내 주장이 잘못 전달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이처럼 세계 어디에서나 언론은 진실에 대한 왜곡으로 범벅되어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론 종사자들의 이익과 대중의 이익은 서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대중들 또한 이미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2019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언론을 신뢰할 수 있다’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 중 28.1%만이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공정하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37.7%에 불과했다.
언론의 진실왜곡에 대응하려면 일반화의 오류와 확증편향에 빠져서는 안 된다. 어떤 현상에 대해 일반화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계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은 통계를 활용해서 대중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언론에 나오는 내용들을 무조건 신뢰하기도 하지만, 언론에서 통계까지 활용할 경우 신뢰도는 더욱 올라간다. 구체적인 수치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신념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을 만큼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한겨레] 통계 갖고 장난치지 마라. - 안재승 논설위원 / 2018. 8. 16.
통계는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복잡한 상황을 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그만큼 통계는 사람을 속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통계는 죄가 없다. 실수든 고의든 자의적 해석이 잘못이다..(중략)
지난달 말 보수언론들은 한국은 0.7% 성장했는데 미국은 4.1% 성장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여기엔 심각한 오류가 있다. 한국은 전기 대비 성장률이고 미국은 전년 대비 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한 수치다. 기준 자체가 다르다. 한국 기준으로 하면 미국은 1.0% 성장했고, 미국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2.8% 성장했다. 1분기엔 한국 성장률이 미국보다 높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우리 경제가 2분기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보다 경제가 12배 큰 미국은 무려 4.3%(연율 환산) 성장을 내다본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이가 없다.”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다...(중략)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은 통계 원자료가 아니라 언론이 보여주는 해석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언론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통계를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 왜곡은 국가경제에 독이 된다.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통계 장난? 장난친 곳은 따로 있다. - 최규민 기자 / 2018. 8. 21.
한겨레의 8월 17일자 ‘통계 갖고 장난치지 마라’라는 제목의 칼럼이었습니다.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친구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간단히 이유를 설명해줬습니다. 그냥 넘어갈까 하다 이런 악의적인 주장이 사람들에게 행여 사실로 인식될까 싶어 설명을 해보려합니다. (중략 : 해당 기사가 문제가 없다는 증명)
한겨레는 애당초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걸까요. 짐작컨대, 조선일보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게 불편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내심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칼럼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두고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느니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느니 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과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전혀 다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청년실업률/소득격차/제조업 가동률 같은 주요 경제지표가 IMF 이후 최악을 달리는 요즘, 이게 청와대 관계자의 말인가요, 언론인의 말인가요. (중략)
사실, 요즘 통계 갖고 장난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청와대입니다. 최근 경제와 민생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가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해 청와대는 홍보를 부쩍 강화하는 중입니다. 공식 페이스북에 ‘한국경제의 다양한 얼굴’이라는 카드뉴스 시리지를 연재한 것도 그 때문인데, 불리한 통계들을 쏙 뺐을 뿐 아니라 그래프까지 조작하다 망신을 샀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이 지난 정부 때보다 나은 것처럼 보이려고 그래프를 제멋대로 그린 것이죠...(중략)
한차례의 논쟁 이후, 안재승 논설위원은 한겨례 신문에 또 한 번 ‘조선일보, 통계 장난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나’라는 칼럼을 작성했다. 대체 누구의 의견이 맞는 것일까?(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인터넷에서 기사 전체를 다 읽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통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고, 비판적사고가 불가능하다면 이런 기사들 하나하나에 흔들리게 된다. 물론 두 개의 기사를 동시에 보고 어떤 의견이 더 맞는지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는 TV, 신문, SNS(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카페, Facebook/Instagram 등)를 통한 무분별한 정보들로 뒤범벅되어 있다.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시간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가 공개한 ‘2016년 스마트폰 사용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5시간이 넘는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4시간 9분 사용했다.
2019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3시간 10분에 달한다. 1세대 가구(부부)의 경우 3시간 24분이다. 3세대 가구는 2시간 53분, 2세대 가구는 2시간 22분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스마트폰과 TV에 범벅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비판적 사고를 충분히 갖춘 상태로 각각의 정보들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많은 인지심리학자들이 이미 발견한대로 인간은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다. 즉, 사람은 보고 싶어하는 것만 골라서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우리는 TV를 볼 때나, 스마트폰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 위주로 찾아보게 된다. 당연히 비판적사고가 생길 수가 없다. 비판적 사고는 영어 그대로 하면 Critical Thinking이다. 서로 다른 지식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인데, 한 방향으로 치중된 정보들만 보고 듣다보면 지식이 충돌할 일이 없다. 자연스레 편향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비판적 사고를 향상시키고, 왜곡된 정보들과 편향된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20대 초반 한창 자기계발서와 동기부여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를 시절, 우연히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을 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논리 있게 풀어내며 마지막에는 이 말을 남겼다.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타인의 철학에 얽매이지 마세요. 타임의 잡음으로 여러분 내부의 소리가 묻히지 않게 하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당신이 진짜 요구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밖에 다른 것은 부차적입니다.”
나는 이 강연의 메시지와 스티브잡스의 에너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자신의 직관에 따라 살라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나는 꽤 오랫동안 이 말을 전적으로 믿으며 직관에 모든 것을 걸었다. 비록 내 경제적 수준에서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것은 바로 사고, 배우고 싶은 것은 고민하지 않고 배웠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과거의 내 행동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직관에 따라 산 덕분에 정말 많은 것을 얻었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해두고 싶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다음의 이야기를 애덤 그랜트 교수가 쓴 <오리지널스>라는 책에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가 막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때, 실리콘밸리를 단번에 사로잡은 발명품이 하나 등장했다. (세그웨이) 스티브 잡스는 그 발명품에 대해 PC가 발명된 이래로 가장 놀라운 기술 제품이라고 말했다. 시제품에 마음을 빼앗긴 잡스는 그 제품을 만든 발명가에게 회사 지분 10퍼센트에 6,3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중략) 체계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에 의존해 큰 투자 결정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던 잡스의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중략) 세그웨이는 <타임Time>에서 지난 10년 동안 가장 실패한 10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완전히 망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히 잡스는 직관을 따르라고 했지만, ‘직관을 따르다가 파산할지도 모릅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직관을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 철저히 분석을 해서 1%라도 가능성이 높은 것을 결정해야하는 것인가?’
운이 좋게도 얼마 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또 다른 책인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직관’에 대한 회의론자였고, 또 다른 훌륭한 학자였던 게리클라인은 전문가의 직관을 옹호하는 편이었다. 카너먼과 클라인은 서로의 의견이 다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합동연구를 진행했는데, 그들이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다.
‘직관을 따랐을 때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
그렇다면 직관에 의한 판단이 힘이 실릴 때는 언제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언제일까? 대니얼 카너먼에 의하면, 직관이 힘을 발휘할 때는 다음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된다고 한다.
- 주변 환경이 대단히 규칙적이어서 예측이 가능할 때
- 오랜 연습으로 그 규칙성을 익힐 수 있을 때
예를 들어, 비즈니스나 투자의 영역은 대표적인 복잡계의 영역이기 때문에 규칙적인 환경과는 정반대에 있다. 따라서 직관보다는 철저한 분석과 자료들을 토대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단순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하는 업무일 경우 직관에 의한 결정은 큰 도움이 된다.
만약 내가 스티브잡스의 연설을 듣지 않고, <오리지널스>의 내용만 봤다면 어떻게 됐을까? 직관에 대한 회의론자가 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오리지널스>를 보지 않고 스티브잡스의 연설만 봤더라면, 계속해서 직관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를 모두 보았다. 때문에 두 개의 지식이 충돌했다. ‘직관을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닌가?’ 라는 비판적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찾던 중 <생각에 관한 생각>을 알게 되었고, 해당 내용을 읽으면서 직관에 대한 확고한 논리가 생기게 되었다. 동시에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비판적 사고를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절대적으로 관련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키워야 한다. 배경지식을 키우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효율이 좋은 것은 독서이다. 여러 책들을 읽다보면, 다양한 논리와 의견들이 충돌하는 것을 경험한다. 어떤 책에서는 ‘A가 맞고 B가 틀리다.’라고 하는데, 다른 책에서는 ‘A는 틀리고 B는 맞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A가 옳을까, B가 옳을까?’ 라는 질문이 생길 때 지식의 충돌이 일어나고 비판적 사고가 피어난다. 그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또 다른 책에서 ‘A도 맞고 B도 맞다. 다만 적용되는 상황이 다를 뿐이다.’ 라는 새로운 분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정리 : 우리는 하루 종일 끊임없이 TV와 스마트폰으로 무분별한 정보들을 접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확증편향과 일반화의 오류에 쉽게 빠지곤 한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식의 충돌을 만들어내기 위해 배경지식을 키워야 한다. 배경지식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