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자제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먹을 것 자체가 부족했던 옛날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몸에는 좋지 않지만 맛있는 것들이 차고 넘친다. 운동을 하려고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더 폭식을 하게 되고, 폭식을 하면 건강이 나빠진다. 건강이 나빠질수록 자제력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운동을 하지 않고 폭식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비만이 온다.
2017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성인 가운데 비만 척도인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유병률은 2005년 31.3%에서 2016년 34.8%로 증가했다. BMI가 30이 넘는 고도비만율 또한 2011년 4.3%에서 2016년 5.5%로 상승했다. 그렇다면 증가하는 비만율에 비해 운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복지서비스 전문기업 이지웰페어가 직장인 1,1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들 중 83.8%는 운동 부족을 체감하고 있었으나, 과반수 이상(50.5%)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자제력이 낮은 것은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지만, 자제력이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단순히 건강 뿐만이 아니다. 영국 스털링대 행동과학센터의 마이클 달리(Michael Daly) 박사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어린시절의 자제력과 성인이 된 후 실업기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그는 자신의 연구진과 함께 1970년의 어느 한 주일 동안 태어난 6,657명과 16-50세에 이르는 1만 10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사람들의 7살 시절 자제력(어려운 과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파고들며, 충동적인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지)을 교사들과 협업하여 점수를 매겼다. 교사들은 조사대상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행동들에 대해 점수를 측정했다.
달리 박사는 이후 어린이들의 자제력 점수를 1986~2008년 기간 중 고용기록과 비교했다. 1970년생들이 38세가 되기까지 22년간 각 개인의 실업기간이 얼마나 될지를 비교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어린 시절 자제력이 낮았던 사람들은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보다 실업기간이 1.6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16-50세에 이르는 1만 10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자제력에 따른 실업기간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 경우 자제력이 낮은 사람들의 실업기간은 17.7개월이었다.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이 5.43개월이라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약 3배 긴 기간이었다. 이외에도 자제력이 낮을수록 인생에서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밝혀진 자제력에 대한 연구 결과로는, ‘자제력이 낮을수록 꼭 해야할 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자제력이 낮을수록 폭력을 사용하고 과음할 확률이 높다.’, ‘자제력이 낮을수록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할 확률이 높다.’, ‘자제력인 낮을수록 빚을 많이 지게 된다.’, ‘자제력이 낮을수록 인간관계(친구 등)에 악영향을 끼친다.’ 등이 있다. 자제력이 우리의 삶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충분히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자제력을 높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몸의 활동은 정신에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체력이 약하면 당연히 스트레스와 외부 자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몸이 힘들수록 예민해지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치매 및 노화 뇌연구소의 칼 코트만 교수는 1995년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운동을 한 쥐와 운동을 하지 않은 쥐를 비교했더니 운동을 한 쥐의 해마 부분에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BDNF는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뇌의 가소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뇌세포 강화, 자가치유, 우울증 치료, 기억력 증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BDNF은 신경화학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생성을 증가시키기도 하는데, 이 물질들은 뇌를 각성시켜 인내심과 자제력 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물론 연구결과를 떠나 이렇게 반론을 제시할 수도 있다. ‘운동이 자제력과 인내심을 높여준다면, 경기 중 우발적인 행동이나 싸움을 조장하는 운동선수들은 어떻게 된 거죠?’, ‘운동을 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돼서 자신감이 넘치고 우발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다.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정말 당신이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우발적인 선택이나 싸움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자제력과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해야 할 두 번째는 환경설정이다. 자제력과 의지력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오랫동안 영향을 끼쳤던 유명한 실험결과를 소개하려고 한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스탠퍼드대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4~6세의 유치원생 600명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자들은 유치원생 아이들을 한 명씩 방으로 데려간 뒤 마시멜로가 놓여있는 접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잠깐 나갔다가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 더 줄게.’ 600명 중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이 방을 나가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었으며,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 실험이 유명세를 탄 것은 이에 따른 후속연구 때문이다. 유치원생들의 실험을 진행한 약 20년 뒤인 1988년, 90년도 당시(아이들이 20대일 때)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유혹을 참고 기다렸던 유치원생들은 청소년기에 학업 성적이 우수했고, 좌절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높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후 2012년(아이들이 40대일 때) 후속 연구에서는 그 아이들의 건강상태 또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아이들의 자제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책과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마시멜로 연구의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다. 당시 스탠퍼드대에서 실험했던 600명의 아이들 중, 후속 연구에서 추적이 가능했던 표본은 50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작은 수치이다.
이에 따라, 마시멜로 실험에 대한 검증을 위해 이에 따라 뉴욕대 연구팀은 90년대 미국립보건원(NIH)이 실시한 영유아 보육 및 청소년 발달 조사 데이터를 통해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마시멜로 실험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연구팀은 가난한 집 아이들일수록 눈앞의 과자를 우선 먹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인내심과 자제력은 성장형 마음가짐(Growth mindset) 교육 등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이어 미국 인디애나대 사회학 교수 제시카 칼라르코는 이렇게 말했다.
‘자제력에 대한 연구는 전체적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의지가 굳기 때문에 자제력이 더 크다는 발상은 점점 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스스로 자제력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유혹을 적게 받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자제력의 특성은 몸의 근육과 비슷하다. 평소에는 자제력이 축적되어 있지만 체력이 약해지거나, 자제력을 써야 하는 순간이 자주 닥치면 고갈되어 버린다. 축적되는 시간보다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많으면 당연히 고갈될 수밖에 없다. 근육도 운동을 한 뒤 회복하는 시간을 주어야 자라나기 마련이다. 자제력도 쉬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자제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 중 가장 좋은 것은,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다.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경쓰지 않고 맘껏 폭식하는 사람들, 술을 좋아하고 PC방을 즐겨 가는 친구들을 곁에 둔다면 당연히 그들의 생활패턴을 따라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혼자 절제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자제력이 소모된다. 반면에 건강한 식단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훨씬 더 적은 자제력만이 소모된다. 환경설정이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제력과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언제나 인생의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라는 믿음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심지어 운동과 환경설정보다 중요한 것이 이 믿음이다. 인생의 선택권이 나에게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운동과 환경설정 그 자체의 의미조차 사라져버리게 된다.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책을 보는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포기(자제)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쇼파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오랫동안 구부정한 자세로 게임을 하거나,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보거나, 기름기가 많고 밀가루, 설탕 등으로 범벅된 음식을 포기해야 한다. 무언가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내적동기가 필요하고, 그 내적 동기는 ‘인생의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라는 자율성에서 온다.
EBS 다큐프라임 <공부 못하는 아이>에서 12명의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교사는 아이들을 6명씩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명씩 교실에서 시험지를 풀도록 했다. 첫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시험지를 풀었다.
‘선생님이 80문제를 준비했으니까, 한 시간 동안 꼼짝하지 말고 시험지 다 풀어야 해. 선생님이 이따가 와서 볼 거야, 알겠지?’
강압적인 지시를 듣고 시험문제를 풀기 시작한 아이들은 20분만에 집중력을 잃었다. 아이들은 80문제를 다 풀긴 했지만, 어렵다고 답했고 6명 중 5명이 기억나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문제를 풀기 싫고, 지루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들었다. ‘여기서 몇 문제 정도 풀고 싶어? 어떤 과목을 풀고 싶어? 꼭 다 해야 하는 건 아니야.’ 아이들은 직접 풀고 싶은 과목을 정하고, 풀고 싶은 만큼만 풀 수도 있었다. 쉬고 싶을 때는 편하게 쉬어도 됐다.
놀랍게도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30분이 넘도록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결국 6명 중 5명의 아이가 80문제를 다 풀어냈다. ‘재밌었어요, 풀다보니까 쉬웠어요. 000 문제가 기억나요.(6명중 5명)’ 라고 대답했던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시험의 결과 또한 첫 번째 그룹보다 좋았다. 한 아이는 선생님에게 20문제만 풀 것이라고 말했지만, 20문제를 푼 뒤 만화책을 보다가 또 다시 문제를 풀었다. 계속해서 만화책을 읽어도 됐지만, 스스로 절제를 하고 문제 푸는 것에 집중을 했던 것이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은 명확하다. 자율성을 가지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을 때 내적 동기가 생기고 자제력이 높아지며, 성과 또한 좋게 나온다는 것이다. 말을 하거나 생각을 할 때에도 항상 ‘난 못해(I CAN’T)‘가 아니라 ’난 안해(I DON’T)’라고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되새기는 것이다.
요약정리 : 자제력이 낮은 사람은 건강과 일, 인간관계에서 종합적으로 악영향을 받게 된다. 자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동을 통해 건강과 체력관리를 해야 하고, 주변에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환경 설정을 해야 한다. 건강한 삶의 리듬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또한, 스스로가 인생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