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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Feb 11. 2020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방법: 의미발견

한국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 수 있는 비결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유명한 연사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해야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성공에 이른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전 애플 CEO인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연설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으십시오당신이 연인을 찾을 때에도 그렇듯이 당신의 일에서도 이 말은 변하지 않습니다당신의 일은 당신 삶의 커다란 부분을 채우게 될 것입니다그리고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위대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이것과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이 전혀 현실감각이 없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노동의 가치까지 훼손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일이란 단순히 생계를 위해 어쩔 수없이 하는 것이다. 일을 하면 월급을 받기 때문이고, 월급을 받으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먹여 살릴 수 있다. 물론 이 숭고한 행위를 비난할 생각은 절대 없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보다 더 슬픈 사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해진다고 믿으면서, 실제로는 전혀 다른 현실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의 무의식에서 생각하는 것과 의식의 영역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전의 자료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한 해가 멀다하고 공무원 지망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의 특성상, 행정직 지원자들은 자신이 채용되더라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사회의 직업 선택기준에서 적성은 이미 후순위로 밀려나있다는 뜻이다. 열정을 쫓기보다는 현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사람들을 보고 인생에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내적 동기가 사라지게 된다. 내적 동기는 외적 보상으로 바뀌게 되고, 외적 보상을 위해 하는 일은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게 된다. 다음의 일화를 한번 보자.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한 노인이 있었다그러나 노인의 집 뒷마당에는 넓은 공터가 있어 동네 아이들의 주 놀이터가 되었다아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와서 시끄럽게 공놀이를 하곤 했다노인은 아이들에게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효과가 있을리 없었다아이들은 노인의 주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와서 공놀이를 했다노인은 고민 끝에 새로운 묘수를 떠올렸다다음 날노인은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10센트씩 나눠주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앞으로도 매일 여기에 와서 공놀이를 해주면 10센트씩 줄게’ 

아이들은 당연히 좋아했고매일매일 뒷마당으로 와서 더 열심히 공놀이를 하기 시작했다다음 날노인은 아이들에게 5센트 씩 나누어주며 이야기했다. ‘10센트는 너무 많아 오늘은 5센트밖에 주지 못하겠구나’ 아이들은 약간 꺼림칙해하면서도 여전히 만족스럽게 공놀이를 했다다음 날노인이 뒷마당에 나가자 아이들은 이미 노인을 기다리고 있었다노인은 아이들에게 1센트씩을 주었다한 아이가 물었다. ‘오늘은 왜 1센트만 주세요?’ 노인이 대답했다. ‘내가 형편이 부족해서 1센트밖에 주지 못하겠다.’ 그러자 아이들이 다시 대답했다. ‘우리가 단돈 1센트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공놀이를 하겠어요?’ 아이들은 떠났고이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또한, 실제 현실에서도 완벽히 적용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1969년, 카네기 멜론대학교의 심리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에드워드 디씨는 동기이론에 대해 입증하기 위해 한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디씨는 대학생들에게 사흘 동안 세 번의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두 그룹(A,B)로 나뉘어 당시 인기 있던 퍼즐(쏘마 퍼즐 큐브)을 한 시간씩 풀어야 했다. 첫날 실험에서는 A, B 그룹에 아무런 차이를 주지 않았다. 절차상의 차이도 없었고, 외부적인 보상이 주어지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실험부터 나타난다. 디씨는 A그룹에게 ‘자신이 푼 퍼즐 1개당 1달러(현 기준 약 6~7달러)의 보상을 주겠다.’고 말했다. 반면 B그룹은 첫 번째 실험과 달라진 상황이 전혀 없었다. 새로운 퍼즐을 받았으나 여전히 보상없이 퍼즐을 풀어야 했다. 마지막 세 번째 실험에서는 첫날 실험과 마찬가지로 A, B그룹 모두 보상없이 퍼즐을 풀도록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나온 결론은 무엇일까? 디씨는 각 실험의 중간쯤 실험자들에게 ‘몇 분후에 돌아 올테니 내가 없는 동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는 약 8분 동안 참여자들이 얼마나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는지 지켜보았다. 첫 번째의 실험에서는 A, B 그룹이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평균 3분 30초에서 4분 정도 계속 퍼즐을 맞추는데 집중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모두가 예상한 결과가 나타났다. 보상이 없었던 B그룹은 첫 번째 실험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반면 새로운 보상이 주어진 A그룹은 평균 5분 이상 퍼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디씨는 A그룹에게 ‘우리가 준비해 둔 돈이 다 소비되어 더 이상 돈을 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후 동일하게 A, B그룹의 마지막 실험이 시작되었다. 세 번의 실험동안 단 한 번도 보상을 받지 않았던 B그룹은 오히려 더 오랫동안 퍼즐을 가지고 놀았다. 실제로 퍼즐을 푸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반면에 두 번째 실험에서 보상을 받았다가 보상이 없어진 A그룹은 흥미가 떨어졌다. 보상을 받았던 두 번째 실험보다 2분이나 줄었으며, 애초에 보상이 없었던 첫 번째 실험보다도 1분이나 더 줄어들었다.


디씨는 이후에 실험을 추가적으로 진행했으나 계속해서 동일한 결과 값을 얻었다. 돈이 어떤 행위에 대한 외적 보상으로 사용될 경우 사람들은 그 행위에 대한 내재적인 관심을 잃는다.” 그가 내린 결론이다. 이 말은 우리가 평소 알고 지내던 통념과 흡사하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결국 그 일도 싫어지기 마련이다.’


연구결과를 떠나 주변을 보아도, 기존에 좋아하던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 중에 그 일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내적 동기로 인해 하던 일이 외적 보상을 바라고 하는 일로 바뀌게 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를 찾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의 적성이나 좋아하는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 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한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불필요한 합리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면, 흥미와 열정(내적동기)을 잃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심지어 보상을 바라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창의적인 성과까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누군가는 여기에서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내 주변에는 자신의 일을 좋아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라면서 말이다. 나 또한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위의 연구결과들을 보면서 ‘역시 그렇구나’ 하고 멈출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 연구결과는 나의 삶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어떨 때는 사랑한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축복받았다고 느끼며, 하늘에 감사할 정도이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일을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과, 내적 동기를 잃고 생계를 위해 어쩔 수없이 일하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나는 걸까? 



긍정심리학자이자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의 저자이기도 한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는 책과 TED 강연을 통해 나의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아래는 그녀의 TED 강연 <삶에는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목적을 찾는 것은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을 찾는 것과는 다릅니다삶의 목적이란 자신이 원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를 내어주는 것입니다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료인의 목적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합니다많은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제 인생의 목적은 아이를 키우는 것입니다.” 목적의 중요한 점은 여러분의 강점을 이용해 타인을 돕는다는 것입니다물론 직업을 통할 수도 있습니다우리가 어떤 일에 기여해서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지요직장 내에서의 무기력함실직 낮은 취업률 이런 문제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존재에 관한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치있는 무언가를 할 수 없을 때 방황합니다물론 직장을 통해서만 목적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목적은 여러분이 살아갈 이유를 제공하고 그 이유라는 것은 여러분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 에스파하니 스미스는 수많은 연구, 사례, 인터뷰들을 통해 결국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사명감을 가지면서 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인 ‘의미’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강점을 활용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세상에 기여하고 있었다. 



동물원의 사육사들은 일하는 시간의 20% 정도만 동물 훈련이나 행동 풍부화 등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보낸다. 반면 80%는 우리를 청소하고 행정업무를 하는 등 지루하고 재미없고 힘든 일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육사들은 힘든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와 사육장 청결 유지는 중요합니다. 동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니까요. 저의 목표는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매일 즐겁게 지내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이다. 여러 헬스장을 다니면서 PT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 헬스 트레이너들 중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어떤 트레이너는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고객들의 문제를 빠르게 캐치하고 수정하기 위해 도와주는데 집중한다. 반면 어떤 트레이너는 자신의 몸을 과시하며, ‘내가 시키는 데로만 하면 무조건 좋아진다.’라고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강점이란 특정한 분야의 전문성일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공감을 잘해주는 것도 강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고 사람들을 기분좋게 해주는 것도 강점이다. 이 강점들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삶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스스로 동기부여도 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감이 생긴다. 만약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도저히 의미를 느끼기가 어렵고 단순 노동으로 생각된다면 다음의 사례를 보기 바란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동기부여에 대해 연구를 하던 중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전화로 대학 기부금을 모집하는 콜센터 직원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콜센터는 이직률이 매우 높고, 심리적인 노동 강도가 최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급도 적은 편이고, 자신의 전화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랜트 교수는 콜센터 직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부금 수혜자들과 콜센터 직원들의 직접 면담을 진행했다.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콜센터 직원들에게는 기부금을 받은 장학생들과 간단히 대화할 수 있는 5분정도의 시간만 주어졌다. 


그랜트 교수는 이후 한 달간 콜센터 직원들의 통화 시간 및 기부금 모집 실태를 확인했다. 결과는 예상을 초월했다. 장학생들과 직접 대면했던 직원들은 기존에 하던 통화 시간에 비해 약 2배 이상을 통화했으며, 기부금 모집도 폭발적으로 향상되었다. 평균 185.94달러였던 주간 모금액이 503.22달러로 급증한 것이다. 


그랜트 교수는 이 연구결과에 대해 결론을 내놓았다.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와 동일한 결론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훨씬 더 생산적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삶의 의미가 높아지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의미를 내팽개치고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려 한다면, 외적인 보상을 바라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 일에 대한 흥미가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하는 일에 의미를 연결 지을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렇지 않다면 강점을 살려 의미를 연결시킬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




요약정리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히 생계만을 위해 일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라고 자기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어도 그 일에 외적인 보상을 기대하는 순간 내적 동기를 잃게 될 확률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진짜 자신의 일을 사랑하려면 의미있는 일을 추구해야 한다. 의미있는 일이란 자신의 어떠한 강점이라도 활용해서 타인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다. 하는 일에 의미를 연결시킬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렇지 않다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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